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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의 항소심 선고공판 이후 법정을 나서는 스리랑카인 A씨. 영남일보DB |
25년 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스리랑카인이 국내 사법당국의 끈질긴 노력으로 현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A(57)씨는 지난해 12월 현지 검찰의 상고로 스리랑카 대법원의 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법무부 이지형 국제형사과장 등이 당시 스리랑카 대검찰청을 찾아 이노공 차관의 서한을 산자이 라자라트남 검찰총장에게 전하며 해당 사건의 상고를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이 과장은 A씨가 비록 1·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정의 실현을 위해 대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스리랑카 검찰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 과장 등의 방문 직후 대법원에 상고했다. 선고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A씨는 또 다른 스리랑카인 공범 2명과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학 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대학교 1학년생 정모씨를 달서구 구마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 밑 굴다리로 납치해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2013년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당시 경찰은 교통사고로 결론 내렸으나, 사고 현장과 30m 떨어진 곳에서 정씨의 속옷이 발견됐다.
이후 2011년 성매매 혐의로 A씨가 붙잡혔고, 그의 DNA가 정씨의 속옷에서 발견된 것과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A씨를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2017년 대법원은 A씨의 성폭행 가능성을 인정했지만, 공범 진술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며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A씨는 본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검찰은 처벌 방법을 고민하다 스리랑카 법을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가 남았다는 점을 확인하고 현지 검찰과 공조에 나섰다. 결국 A씨는 2018년 10월 공소시효(20년) 만료를 불과 4일 앞두고 성추행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럼에도 현지 검찰은 타국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공소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1년 12월과 지난해 11월 현지 재판부는 1·2심에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무부는 현지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수 있도록 화상회의 등을 통해 공소 유지 방향을 긴밀히 논의할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무죄가 선고된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리랑카 측을 설득해 공소 유지를 이어가는 등 자국민의 신체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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