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우리의 솔직담백한 詩…'시야 놀자' 출판기념회

  • 진정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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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7 18:03  |  수정 2023-08-09 08:47  |  발행일 2023-03-29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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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이곡동에 위치한 마을카페 콩닥콩닥에서 '시야 놀자' 시동아리 회원들이 '시야 놀자' 동인시집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동네주민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 '와룡' 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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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영씨가 자신의 대표시 '감자 캐는 아이들' 이라는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진정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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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화씨가 자신의 대표시 '지게' 라는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진정림 시민기자

지난 22일 대구 달서구 이곡동에 위치한 마을카페 콩닥콩닥에서는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와룡배움터를 이용하는 시동아리 '시야 놀자' 회원 9명이 동인시집을 발간한 것이다.

시집에는 회원들이 직접 쓴 시 80여 편과 시화 5편, 회원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느낀 소감 한편씩이 수록되어 있다. 시집은 회원들이 직접 책표지 색상 선정부터 했다. 회원들의 특징을 살려 그린 캐리커쳐, 회원들의 특성을 살려 부르는 긴 별칭 등이 시집에 곁들여져 있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느꼈을 회원들의 충만감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동네 서점겸 출판사인 동네책방00 협동조합에서 편집 및 출판을 맡아 오로지 이곡동 주민들에 의해 한 권의 시집이 발행되었다. 지난 2021년 5월부터 시작된 이곡동 주민들의 자발적인 시동아리 모임이 한권의 시집을 탄생시키는 감동적인 순간이라 그날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동네주민들의 소회는 남달랐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시야 놀자' 회원들을 이끌어온 손영숙 시인은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자연산이며 야생의 시라고 할 수 있다. 많이 꾸미거나 다듬지 않았다. 우리가 삶의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고 느끼고 생각하고 가슴에 안았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담았다. 그래서 그 향기가 더욱 오래 갈 것"이라고 시집소개를 했다.

1부 시인과 시집소개에 이어 2부 시낭독 시간에는 동네주민이 시를 낭독하고 시인들은 그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 서 있는 낡은 트럭 한 대를 모티브로 얼마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쓴 권지향씨의 '세월의 등짝', 자신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지만 마음만은 청년이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자신을 발견했다는 정은경씨의 '오십오 세', 34도 불볕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텃밭에 조롱조롱 매달려 감자 캐는 아이들을 주렁주렁 매달린 감자에 비유한 강미영씨의 '감자캐는 아이들', 공원에 운동하러 갔다가 만난 몸이 불편한 과일 장수 아저씨를 보고도 현금이 없어 선뜻 사주지 못한 미안함을 표현한 손영숙씨의 '파킨슨 아저씨'등 그냥 지나쳤을 일상의 이야기들이 회원들의 통찰력으로 한편의 시가 되는 경험은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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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놀자 책 표지 앞부분. 진정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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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놀자 책 표지 뒷부분. 진정림 시민기자

'시야 놀자' 동아리의 청일점 김대욱씨는 시를 색으로 느끼고 그림으로 느끼는 발달장애인 화가로서 총 5편의 시화를 시집에 실었다. 아들의 시화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를 낭독한 박덕희씨는 "아들 잘 둔 덕에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와본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시각장애인이자 시낭송가인 김명희씨는 훈맹정음 기념식날 만난 맹인의 점자 읽는 손에 의미를 담아 쓴 '단풍나무 손'이라는 시를 직접 낭독하였다.

'시야 놀자' 회원들이 시를 대하는 방식은 특별하다. 시를 읽고 쓰고 낭송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으로 그리는 등 온몸으로 시를 느끼고 표현한다. 그들의 유별난 시 공부법은 동영상으로도 남겨져 있어 '시야놀자' 시집 날개부분에 있는 QR코드로도 확인할 수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이어지는 동아리 활동은 약 460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 '와룡' 밴드에 공유되었고 회원들은 댓글로 그들의 활동을 응원했다. 수많은 댓글 중에서 감동적인 댓글을 뽑아 시집 표지 뒷부분에 실었다. 또한 동네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시야 놀자' 회원들은 2021년 11월 시화전을 비롯해 2022년 7월에는 '시 익는 저녁' 이라는 주제로 꿈터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동네 주민들과 시 놀이마당도 벌여 이곡동 주민들에게 '시가 일상이 되는 경험'을 선물했다

사회적 협동조합 '와룡' 조은정 대표는 발간사에서 "소박하고 친근한 언어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위로하는 그들의 시를 읽으며 묻어두었던 나의 이야기를 꺼내보는 힘을 얻는다. 시집이 나오기까지 삶에 대한 용기 있는 성찰을 뚝심 있게 이어온 '시야 놀자' 회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글·사진=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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