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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 (영화평론가) |
1964년생 키아누 리브스. 전직 킬러가 반려견의 복수를 위해 다시 총을 잡게 된다는 설정의 '존 윅' 시리즈에서 그는 일반 액션 영화보다 2~3배 강도 높은 액션신들을 선보여 왔다. 스턴트맨 출신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총질만 해대거나 CG로 액션을 만들어 넣는 영화들과 달리, 배우가 각종 무기와 몸을 같이 써야 하는 액션으로 영화를 꽉꽉 채웠다. 자기만 빼놓고 다 죽이는 시리즈로 유명한 '존 윅'을 찍는 동안 키아누 리브스는 1편(2014)에서는 77명, 2편에서는 128명(2017), 3편(2019)에서는 94명을 처치하더니 올해 개봉한 최종편에서는 무려 151명을 한 사람, 한 사람 정성껏 쓰러뜨린다. 검과 총은 물론 쌍절곤까지 동원한 현란한 액션의 90%를 대역 없이 소화해낸 그의 나이는 59세다. 한편 '존 윅4'의 대성공으로 제작사는 후속작을 논의 중이다.
1962년생 톰 크루즈. 본래 대역 없는 액션 연기를 즐기기로 유명하다. 그를 대표하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1996~)도 이제 종결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마지막 편인 '미션임파서블7: 데드 레코닝'의 Part1이 오는 7월12일에 개봉하고, Part2는 내년 여름에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시리즈들에서 초고층 건물의 창문,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리기도 했던 톰 크루즈는 이번에 기차가 절벽으로 떨어지는 신에서의 액션도 직접 소화했다고 한다. '미션 임파서블'의 전통이 된 전력 질주 달리기 신도 기대해 볼 만하다. 뱀파이어 같은 외모로도 유명한 배우니 60대에 흐르는 시간의 속도만큼 달리기 속도도 오히려 빨라진 것은 아닐까.
위의 두 배우들도 아직 따라오려면 20년이나 더 노력해야 할 선배가 있다. 바로 1942년생 해리슨 포드다. 그가 자신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밝힌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2023)이 지난 28일에 개봉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더스'가 1981년작이니, 중간에 오랜 휴지기가 있기는 했으나 해리슨 포드는 이 시리즈와 함께 나이 들어온 셈이다. 전설적 배우의 마지막을 배웅하려는 중장년층이 많은지 어드벤처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한국에서도 '운명의 다이얼'은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기대에 걸맞게 이 영화는 슈퍼 히어로물에 익숙한 관객들까지도 사로잡을 만큼 오락성과 스케일 면에서 압도적이다. CG로 살려낸 40대의 인디아나 존스는 물론, 정년을 맞이한 교수가 된 인디아나 존스도 청년이었을 때의 그와 다름없는 고강도의 액션 신을 보여준다. 얼굴에는 나이테가 드리웠지만 몸은 기름칠을 새로 한 자전거 체인처럼 빠르고 유연하게 돌아간다. 그런 몸을 만들기 위해 타고난 체질 몇 배로 노력했을 대배우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한다. 제임스 맨골드가 연출한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매우 훌륭한데, 비디오 세대의 관객들이라면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레이더스 마치'와 액션이 어우러질 때마다 전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해리슨 포드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이 작품으로 깜짝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눈물의 은퇴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운명의 다이얼'을 본 관객들이라면 그가 현장을 떠나기엔 너무 이르다고 느낄 것이다. 100세 시대의 80대는 황혼기가 아니므로 그의 신작을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한 우리의 마음도 나이 들지 않을 것이므로, 제발 배우로서 좀 더 곁에 있어 달라고 조르고 싶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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