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키운 사과나무 뿌리째 뽑혀" 산사태로 매몰·유실·침수 농작물 쑥대밭

  •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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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0  |  수정 2023-07-19 16:57  |  발행일 2023-07-20 제9면
공들여 키운 사과나무 뿌리째 뽑혀 산사태로 매몰·유실·침수 농작물 쑥대밭
지난 17일 산사태로 인해 10여 년간 공들여 키운 사과나무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송동춘씨가 안타까움에 찬 눈빛으로 과수원을 바라보고 있다. 손병현 기자
공들여 키운 사과나무 뿌리째 뽑혀 산사태로 매몰·유실·침수 농작물 쑥대밭
산사태로 뿌리째 뽑혀 나간 사과나무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손병현 기자

"10여 년간 공들여 키운 사과나무가 한순간 뿌리째 뽑혀 나가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19일 오후 경북 영주시 봉현면의 한 비탈면에서 농민 송동춘(77)씨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연신 한숨을 쉬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틀 전 산사태가 난 이곳은 송 씨가 지난 2007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농해 15년째 애지중지하면서 키운 사과 수백 그루가 있던 자리다.

송 씨의 사과밭 1만3천여㎡ (4천 평가량) 중 1만여㎡(3천 평)가량이 산사태로 인해 나무가 뿌리째 뽑혔고,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송 씨는 "귀농 후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해 실패를 많이 겪은 뒤 이제 겨우 제대로 된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하루아침에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가 됐다"며 "쓸려내려간 나무를 보면 복구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원상 복구하려면 또 얼마나 걸릴지, 돈은 얼마나 더 들지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진다"며 "산에서 내려온 나무와 큰 바위들까지 처리하려면 지자체와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봉화군 봉성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김성태(65)씨도 "순식간에 토사가 쏟아지면서 사과밭이 쑥대밭이 됐다. 이제 농사는 끝났다"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문경시 산북면 종곡리 이숙자(82) 할머니는 "축사에 저장해 놓은 소 사료용 볏짚인 곤포 사일리지 2천여 개가 모두 떠내려갔다"라며 "장비도 모자라고 가슴에 울화가 맺혀 복구는 아직 엄두도 못 내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19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영주를 비롯해 문경, 봉화, 안동, 상주, 의성, 청송, 칠곡, 예천 등 9개 시·군의 3천520여 농가에서 농작물 2천568.6㏊와 농축산 시설 17.5㏊, 농경지 275.4㏊의 피해가 잠정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예천군이 1천71.71㏊로 피해가 가장 크고 문경이 628.03㏊, 영주 565.23㏊, 봉화 403.14㏊, 상주 105.76㏊ 등이다.

작목별로는 벼가 1천459.5㏊로 피해가 집중됐다. 사과 326.2㏊, 콩 284.8㏊, 고추 107.8㏊, 인삼 61.5㏊, 생강 60.8㏊, 참깨 52.8㏊ 등의 침수와 매몰, 유실, 낙과 등 피해가 발생했다.

또 축산분야에서는 영주와 문경, 예천, 상주, 봉화 등 5개 시·군의 축산 농가 35 농가에서 한우 25마리와 닭 10만5천 마리, 젖소 1마리, 돼지 952마리가 폐사하고 축사 26곳이 침수되거나 부서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산사태와 도로 유실 등으로 산지와 산지 주변에 있는 과수원 등에는 접근이 어려워 현재 제대로 된 피해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피해 접수 등을 본격 시작할 경우 피해 규모가 훨씬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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