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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경북 영주의 한 한우 농장 뒷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축사가 매몰됐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김병기 영주시의회 의원이 직접 매몰된 소를 구출하고 있다. <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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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에 조성된 태양광 시설이 산사태로 토사와 함께 축사를 덮치면서 그 안에 있던 소 17마리가 폐사했다. 손병현 기자 |
"산지에 조성된 태양광 때문에 발생한 산사태로 아들과 함께 자식처럼 키운 소 수십 마리를 하루아침에 잃었습니다."
지난 15일 경북 영주시의 한 한우 농장 뒷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공들여 키운 소 수십 마리를 떠나보낸 이모(여) 씨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이곳으로 10여 년전 귀농해 최근에는 아들과 함께 한우 농장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지난 15일 오전 7시쯤 농장 뒷산에 조성돼 있던 태양광 시설 일부가 무너지면서 토사와 태양광 패널들이 축사를 덮쳤다.
이 사고로 공들여 키운 소 17마리가 폐사했다. 당시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김병기 영주시의회 의원은 "토사와 태양광 패널이 축사를 덮치면서 축사가 무너져 소 수십 마리가 매몰됐다"며 "급한 마음에 맨손으로 달려들어 3~4마리는 구해냈지만, 더는 역부족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김 의원은 복구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긴급 복구작업 등을 지원했다고 한다.
사고 발생 후 열흘가량 지난 26일 오후 기자가 찾은 현장엔 여전히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추가 산사태를 우려해 이 씨는 자비를 들여 뒷산 바로 아래에 옹벽 등을 설치하고 있었다. 이 씨는 "당시 아들이 농장에 있었는데 아들이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산사태 원인은 뒷산에 조성된 태양광 시설로 인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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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의 한 한우 농장 뒷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복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농장주가 추가 산사태를 우려해 옹벽을 설치하고 있다. 손병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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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가 난 경북 영주의 한 산지 태양광 시설 설치 전(왼쪽)후 위성 사진. <다음카카오맵 캡처> |
영주시에 따르면 12만2천200여㎡에 3천㎾급인 이 시설은 산지 경사면에 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로 지난 2013년 4월에 준공됐다. 당시엔 나무를 전부 베어낸 뒤 산 경사면에 설치하는 산지 태양광 시설이 가능했다.
게다가 현재 산지 태양광 시설 경사도 기준은 15도로 제한돼 있지만, 조성 당시는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 이전으로 25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경사도가 높은 만큼 산사태 위험도도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개정 전 대규모로 조성된 산지 태양광 허가지에 대한 검토와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산림전문가는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과거와 달리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지반이 계속해서 약해질 것"이라며 "기존에 단단한 구조물에 태양광 패널을 고정했더라도 지반이 약해지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지금이라도 산지 태양광 시설의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영주 지역에서는 태양광 발전 시설과 관련 8곳에서 산사태 및 사면 유실로 가축과 농작물 등이 매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에는 영주시 문수면에 조성된 태양광 시설 앞에 조성된 우량농지 경사면이 유실돼 200여 m 떨어진 논과 밭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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