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둥둥 띄운 'LK-99'…상온상압 초전도체의 정체는?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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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4  |  수정 2023-08-03 18:09  |  발행일 2023-08-04 제5면
국내 연구진 자연 그대로의 기온·압력에서

초전도체 물질 개발 논문 게재

무저항·자기장 특성
전 세계 둥둥 띄운 LK-99…상온상압 초전도체의 정체는?
초전도체 상상도. <게티이미지뱅크>

'탄소질황수소화물의 상온 초전도성'. 2020년 10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전 세계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논문이 실렸다. 미국 로체스터대 란가 디아스 교수 연구팀은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카메를링 온네스가 초전도 현상을 발견한 지 100년을 훌쩍 넘긴 시점에 일어난 솔깃한 소식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초전도(超傳導)란?
초전도 현상은 전기 저항이 '0'에 수렴하는 현상이다. 전류를 흘릴 때 부도체는 저항이 크고, 전도체는 작다. 전도체도 저항은 있기에 전류 손실이 일어난다. 하지만 초전도체는 저항이 없어 손실이 나지 않는다.

 

자석 위에 둥둥 뜰 수도 있다. 내부로 침투하는 외부 자기장을 완벽히 밀어내는 '반자성'을 갖고 있어서다. 자석이 내뿜는 자기장을 미는 힘으로 스스로 허공에 머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래 교통수단인 '자기부상 열차'를 실현할 물질로 알려져 있다. 

 

초전도체의 양자 현상을 이용, 양자컴퓨터 '큐비트(Quantum Bit)'를 만드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려면 3가지(온도·자기장·전류) 임계값을 충족해야 한다. 그간 발견된 초전도체들은 대부분 헬륨을 활용한 영하 240℃에 이르는 극저온 상태, 대기압력의 수백만 배인 초고압에만 작동한다. 상온(15~25℃)인 15℃에서 초전도성을 띤 물질의 발견은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디아스 교수 발표는 데이터 조작 논란 끝에 철회됐다. 2년여 뒤인 지난 3월 같은 연구팀이 이번엔 20℃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제시했으나, 의구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둥둥 띄운 LK-99…상온상압 초전도체의 정체는?
7월 26일 사이언스캐스트에 공개된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 영상. <사이언스캐스트 영상 캡쳐>
◆LK-99는 세계 최초 상온상압 초전도체일까
이처럼 전 세계 과학자들이 초전도체 찾기에 혈안이 된 상태에서 국내에서 상온·상압(보통 대기압) 초전도체 'LK-99'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학계도, 주식시장도 발칵 뒤집어졌다. 이석배 <주>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를 필두로 한 연구진은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관련 논문을 실었다. LK-99는 상압 127℃ 이하 온도에서 초전도체 성질을 유지한다고 전해진다.

이 대표는 "연구 결과를 정리해 정식 학술지에 보냈다. 동료 평가를 통해 검증받겠다. 제작법이 공개된 만큼 학계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진인 김현탁 미 윌리엄앤드메리대 연구교수는 "LK-99의 반자성 데이터는 초전도 현상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다. 제조 노하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학자들은 재현 검증에 나섰다. 이미 미국 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평가했고, 중국에선 재현 성공 발표도 있었다. 물론 LK-99 개발을 부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에선 초전도저온학회가 발족한 검증위원회가 초전도성을 부정했다. 위원회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샘플을 제공하면 교차 검증하겠다고 한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지난 1일 '조만간 샘플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 물리학계 인사는 "학계에선 의구심이 많지만 검증 시간을 차분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다만, LK-99가 실제 초전도체라 해도 이를 공학적으로 활용하기까진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발견과 발명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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