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주기독시민연합과 지역 시민단체 등은 12일 오후 영주시민회관에서 '영주시 납 제련 공장 문제에 관한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영주기독시민연합 제공 |
경북 영주시 적서농공단지 인근에 조성 중인 '납 폐기물 재활용공장'과 관련해 영주시와 공장 측이 법정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지역 시민단체가 이와 관련한 전문가 포럼을 열었다.
영주기독시민연합과 지역 시민단체 등은 지난 12일 오후 영주시민회관에서 '영주시 납 제련 공장 문제에 관한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오는 30일 영주시와 공장 측 간 행정소송의 마지막 공판 앞서 현재 법률적 쟁점과 납으로 인한 인체의 피해에 대해 시민들에게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하고자 마련했다.
포럼의 첫 번째 발제에 나선 하승수 변호사(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현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영주 납폐기물공장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의 쟁점'에 대해 강의했다.
하 변호사는 "공장 측이 제출한 계획안에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공장을 가동해 52.3t의 납 폐기물로 45t에 달하는 납 덩어리를 만들 계획"이라며 "하루 24시간 1년에 300일 이상 가동될 공장과 3~5㎞ 내에 있는 영주 시내권의 주민들은 그 만큼 건강과 환경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공장의 모회사는 환경부가 유해 폐기물로 분류한 폐납산배터리를 전 세계에서 수입해 납을 재활용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이를 수출하는 나라는 멕시코와 우리나라뿐"이라고 했다.
특히 하 변호사는 "이런 공장이 제출한 폐기물처리사업계획서를 적합 통보한 영주시가 처음부터 잘못한 것"이라며 "전국에 이와 비슷한 공장이 7~8곳이 있는 데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공기 중 납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8배 이상 검출됐다는 연구논문도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영주시가 공장 측이 주장하는 '신뢰 보호의 원칙 주장'(영주시가 안내하는 대로 했다)에 대해 반박하는 자료와 입장을 표명하고, 진정 시민의 건강과 지역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선 지금에서라도 영주시장과 선출직 공무원, 공무원들은 제대로 된 대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김용대 교수(충북대 암센터 센터장, 미국 식약청 독성연구원, 미국독성학회 정회원, 대한예방의학회 이사)는 납으로 인한 건강 피해와 연령대별 영향, 납 중독 등에 대한 강의를 펼쳤다.
발제에 이어 윤재현 영주시민기독연합 대표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회에선 이희진 농업회사법인<주>바보농부들 대표를 비롯해 김경주 주부, 김용대 교수, 황재선·하승수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앞서 진행된 발제에 대한 질의응답과 오는 30일 예정된 영주시와 공장 측 간 행정소송의 마지막 공판을 대비한 법률적 쟁점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참석한 한 주민은 "주민을 대표하라고 뽑아 준 선출직 공무원이나 국민의 건강과 지역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것을 보고 놀랐고 화가 났다"며 "진정 지역 주민을 생각한다면 위험한 공장을 시민들 모르게 '주먹구구식'으로 공장설립을 추진해온 것에 대해 사과하고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영주 적서동 일반공업지역에 1.7㎥/h 규모의 용선로와 보관시설 1기와 방지시설 등을 건설 중이었던 납 폐기물 재활용 공장은 지난 2021년 중순 폐배터리 안의 극판(납)과 납이 함유된 단자 등을 가져와 용선로에 녹여 추출하는 방식의 폐기물 재활용 사업계획서를 시에 제출해 같은 해 10월 시로부터 적정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시민단체가 반발했고, 영주시는 지난해 8월 공장 신설을 '불승인'했다. 이에 공장 측은 '공장신설거부처취소의소'를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손병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