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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지역의 한 아파트 개발 예정 구역 내에 있는 무허가 주택. 이 곳에서 수십년 간 살아온 주민들은 아파트 개발로 철거비용까지 떠안은 채 길거리로 내몰릴 상황에 처했다. |
"땅에 대한 사용료도 분명히 냈고, 지상권 매매계약서까지 있는데도 법원은 이를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철거 비용까지 물어내라 합니다. 어처구니없는 판결에 살 곳이 사라지니 망연자실한 심정입니다."
경북 영주시의 한 아파트 개발 예정 구역 내에 있는 무허가 주택에서 수십 년간 살아온 주민 10여 명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철거 비용까지 떠안은 채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지역 16가구는 유력 정치인의 친형 소유였던 토지에 대해 매년 사용료를 내면서 수십 년간 지내왔다. 또 무허가 주택이었지만, 꾸준히 재산세도 지자체에 냈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를 바탕으로 토지주와의 '건물 소유를 위한 토지 임대차'를 맺은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토지의 소유주가 지난 2020년 이 토지를 매각하면서 발생했다.
토지를 매입한 A개발회사는 16가구 중 7가구와 1천만~5천만 원의 '지상권(건축물) 매매계약서'를 체결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은 나머지 9가구에 대해 '무허가 건물 철거 및 토지 인도' 소송을 진행했다.
당시 주민들은 A개발회사가 지상권을 인정했기 때문에 '지상물매수청구권'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1·2심 모두 주민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패소했다.
법원은 "지상권의 권리행사 일체를 포기하고 이를 매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A개발회사가) 분쟁을 원만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차원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 토지 소유주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했음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A개발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주민들은 곧바로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할 시 주민들은 적게는 2천만 원에서 많게는 3천만 원이 넘는 철거 비용까지 떠안은 채 수십 년간 살아온 집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였다.
주민 박모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역 업체에 철거 견적을 의뢰한 결과, 법원이 부담하라는 철거 비용보다 4~5배가량 저렴했다"며 "보상 한 푼도 못 받고 수천만 원의 철거 비용까지 청구되면서 주민들은 체념과 극도의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아 있는 9가구 주민 10여 명은 대부분이 80대 고령에다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의료보호대상자"라며 "4년에 걸친 장기 소송에 지칠 대로 지친 주민들은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고 싶지만, 개발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영주시와 영주시의회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민원을 제기하며 지역 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A개발회사 관계자는 "애초 지상권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기보단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지상권 매매계약까지 체결해 보상한 것뿐"이라며 "당시 일부 주민들이 터무니없는 비용을 요구하면서 소송까지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글·사진=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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