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300년 된 '영주 순흥 소나무' 반출 소식에 마을이 '발칵'

  • 손병현
  • |
  • 입력 2023-10-25 20:16  |  수정 2023-10-25 20:18  |  발행일 2023-10-25
주민 "보존 가치 높은 소나무, 영주시가 매입"

조경 업체 "반출 막아 나무 죽으면 손해배상 청구"

市 "적법하지 않은 반출, '산지관리법' 위반 조사 중"

반출 알고도 방치한 시와 소나무 판매한 문중 책임져야…
수령 300년 된 영주 순흥 소나무 반출 소식에 마을이 발칵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에 있는 수령 300년 된 반송. <영주시 공식 블로그 캡처>
수령 300년 된 영주 순흥 소나무 반출 소식에 마을이 발칵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에 있는 수령 300년 된 반송. <영주시 공식 블로그 캡처>

수백 년간 한 자리를 지켰던 국보급 소나무 반출 시도로 경북 영주시 순흥면의 한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25일 영주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한 조경업자가 순흥면 내죽리 순흥향교 인근에 심겨 있던 수령 3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소나무(반송)를 실어 내려다 마을 주민들이 이를 막아섰다. 이날 오후 6시까지도 마을 주민과 조경업자 간 대치 중이다.

지역의 한 문중 소유인 이 소나무는 일명 '영주 순흥 6억 소나무'로 영주시 SNS 홍보단이 여러 차례 소개됐고, 이 소나무의 아름다움을 카메라 앵글에 담고 남기기 위해 매년 수많은 사진작가가 찾는 등 지역에선 보존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는 소나무로 유명하다.

이 마을 한 주민은 "이 마을을 수백 년간 지켜온 나무를 다른 지역으로 가져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시가 매입해 시 부지에 식재한 후 보호수로 지정해서라도 다른 지역으로 반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경 업체 측은 "사유재산인 소나무를 매입했기 때문에 옮기는 것으로 반출을 막을 이유가 없다"며 "계속해서 반출을 막아 소나무가 죽으면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영주시 관계자는 "문중에서 이 소나무 주변에 농업용 창고 건축 허가를 신청한 후 이를 허가받는 조건으로 이 소나무를 인근에 옮겨 식재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최근 소나무 생산확인표 발급 과정에서 수요처를 다른 지역으로 작성해 '산지전용신고지 내 목적 사업의 중지 등 조치 명령 통보'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지 조치 명령 상태에서 소나무를 반출하는 것은 산지관리법을 위반한 사항"이라며 "조경업자와 건축허가자 등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령 300년 된 영주 순흥 소나무 반출 소식에 마을이 발칵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에 있는 수령 300년 된 반송을 다른 지역으로 반출하기 위해 분을 뜬 채로 방치돼 있다. <독자제공>

이런 가운데 관련 문중에선 이 소나무를 시가 재매입하고, 조경업자에게 손해 배상을 해주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일부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이 소나무가 지난해부터 6억 원에 다른 지역에 팔렸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영주시의 안일한 행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은 "사고는 다 쳐놓고 인제 와서 시보고 매입하라는 것도 모자라 손해 배상까지 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 일을 벌인 문중에서 책임을 지고,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미 지역 관광명소로 유명한 이 소나무를 시가 적극 활용하면서 다른 지역 반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미 예견된 상황에서 옮겨지기 직전까지 방치한 영주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앞서 시는 이 소나무를 반출하기 위해 굴취 작업과 뿌리 돌림 작업을 벌인 조경업자에게 3차례나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막무가내로 결국 분을 뜨고 상차까지 하는 과정에서 일부 뿌리가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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