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300년 된 '영주 순흥 소나무', 결국 다른 지역으로 반출

  •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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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30  |  수정 2023-10-28 18:44  |  발행일 2023-10-30 제8면

수령 300년 된 영주 순흥 소나무, 결국 다른 지역으로 반출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에 있는 수령 300년 된 소나무. 독자제공

경북 영주시 순흥면의 한 마을을 발칵 뒤집어놓은 '국보급 소나무 반출 시도'(영남일보 25일자 인터넷보도)가 결국 이뤄지고 말았다.


28일 영주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쯤 순흥면 내죽리 순흥향교 인근에 심겨 있던 수령 3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소나무(반송)가 조경업자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반출됐다.

앞서 지난 24일 오후 조경업자가 이 소나무를 몰래 반출하려다 마을 주민과 영주시 등이 이를 막아섰지만, 약 나흘간의 대치 끝에 결국 조경업자의 손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지역의 한 문중 소유인 이 소나무는 일명 '영주 순흥 6억 소나무'로 영주시 SNS 홍보단이 여러 차례 소개됐고, 이 소나무의 아름다움을 카메라 앵글에 담고 남기기 위해 매년 수많은 사진작가가 찾는 등 지역에선 보존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는 소나무로 유명하다.

이런 소나무의 반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 영주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영주시 관계자는 "시가 매입하려고도 시도했지만, 이 소나무를 구매한 업자 측에서 너무나 큰 비용을 요구해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반출 전 이를 막아선 마을 주민들과 조경업자 간 공증도 시도됐지만, 결국 결렬되면서 반출이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소나무 반출과 관련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법기관에 고소와 고발 등 강력한 법적 대응과 함께 행정적 조치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지역 주민들과 문화계에선 안타까운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문학 작가 A씨는 "이 소나무와 관련한 이야기와 역사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라며 "단순 경제적인 이유로 지역의 문화·역사적 자산이 훼손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주민 B씨는 "아무리 문중 소유라고 하지만, 지역의 상징적 소나무를 매각하는 것과 이를 반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이런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의 문화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소중한 자산을 잘 관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관련 문중에선 과거 이 소나무를 시에 기증한 후 보호수로 지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일부 문중 사람들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나무를 판매하고 받은 값은 문중의 산소 관리 등에 사용할 목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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