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
입시철입니다. 이맘때면 진로 걱정에 고민하는 많은 학생들이 어느 대학에 진학하여 무엇이 되면 좋겠냐고 묻습니다. 그 대답을 속 시원히 해주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향기박사는 그 답을 모릅니다. 다만 물어보는 학생에게 다음과 같이 지난 산업혁명 역사를 이야기해줍니다. 인류는 1차 산업혁명인 기계혁명을 맞이하여 비로소 육체노동으로부터 해방됩니다. 이 시기, 인간은 처음으로 몸(body)과 마음(mind)을 분리할 수 있게 되고, 비로소 뇌는 생존활동에 빼앗겨 부족한 시간으로 인해 묵혀둔 뇌의 창의성을 처음으로 발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기 인간의 창의성은 폭발합니다, 역사는 이 시기를 '르네상스'라 기억합니다.
2차 산업혁명인 전기혁명은 인류에게 밤과 낮의 경계를 허물어 하루를 돌아보며 회복해야 하는 밤을 생산활동의 시간으로 바꿔버립니다. 이어 인터넷으로 찾아온 3차 산업혁명인 정보혁명은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 인류는 세계 언제 어디서든 생산활동이 가능해집니다. 1차 산업혁명 시대, 인류는 육체노동으로 시간을 빼앗겨 하지 못한 지적 유희로 창의성을 맘껏 발휘하여 엄청난 문화유산들을 남겼는데, 2차 및 3차 산업혁명 시대 인류는 정신노동으로 몰리게 되고, 또 창의성 발휘를 위한 시간을 빼앗깁니다.
그리고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4차 산업혁명, 지능혁명은 훅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알파고 충격이 잊힐 때쯤 우리 곁에 챗GPT라는 '대화형 인공지능'이 나타납니다. 챗GPT는 과거 인공지능과 달리 우리가 질문하면 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스스로 학습하여 답을 찾습니다. 인간이 공부하여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같은 원리죠.
이런 인공지능은 아마도 간단한 정신활동이나 많은 정보 학습이 필요한 지식노동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킬 것이라 예측합니다. 그 시대가 온다면 전 세계 언어를 동시통역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해 단순히 2~3개국 통역이 가능한 인간 동시통역사들과 경쟁할 것입니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의사, 법률전문가, 회계사 등과 같은 전문 직업인들도 인공지능과 경쟁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합니다.
그럼 인공지능 등장은 인류의 종말인 것일까요? 낙천주의자 향기박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 뇌는 지능을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성(醫聖)이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뇌는 지능과 감정을 컨트롤하는 곳"이라고 하였고, 이 정의는 현재도 유효합니다. 따라서 지능혁명은 도리어 인류를 지식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제2차 르네상스를 촉발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사실 뇌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는 단순한 이성적인 활동이 아니라 감정과 깊이 얽힌 활동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정보를 갖고 있더라도 불안한 심리상태에서는 생각이 비관적으로 흘러 좋지 못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감정을 잘 다스리면 생각은 긍정적으로 흘러 제한된 정보로도 최상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아마도 이점이 현재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영역이라 보입니다. 인공지능이 그때그때 다른 결론을 제공한다면 인류가 그런 인공지능을 사용하진 않겠죠? 그러니 어쩌면 감정을 기반으로 한 이성적 사고를 통해 최상의 결론을 얻어낼 수 있는 지능체는 인류가 유일할 수도 있습니다. 즉 지능은 학습을 통해 객관적인 정보를 축적하고, 감정은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주관적인 사고방식을 완성합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최근 인기진로인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는 학생들에게 이런 조언이 가능하겠죠? 인공지능에게 "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할까요"라고 질문한다면 아마도 인공지능은 "의사가 되려면 의과대학을 가야하고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합니다"라고 답하겠죠? 그런데 어떤 의사로 살 것인지를 물어본다면 인공지능은 원하는 답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그 답은 인공지능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되려는 학생이 찾아야 하니까요. 난치병을 고쳐내는 종합병원 의사,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오지에서 크고 작은 병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을 도와주는 의사, 바쁜 진료시간을 쪼개 연구에 매진하여 희귀의약품을 개발하는 의과학자로의 길 모두, 학생들이 주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미래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지능혁명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에게 '그냥 무엇이 되는 것 말고 어떻게 살 것인지 꼭 한번 고민해보라'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2차 산업혁명인 전기혁명은 인류에게 밤과 낮의 경계를 허물어 하루를 돌아보며 회복해야 하는 밤을 생산활동의 시간으로 바꿔버립니다. 이어 인터넷으로 찾아온 3차 산업혁명인 정보혁명은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 인류는 세계 언제 어디서든 생산활동이 가능해집니다. 1차 산업혁명 시대, 인류는 육체노동으로 시간을 빼앗겨 하지 못한 지적 유희로 창의성을 맘껏 발휘하여 엄청난 문화유산들을 남겼는데, 2차 및 3차 산업혁명 시대 인류는 정신노동으로 몰리게 되고, 또 창의성 발휘를 위한 시간을 빼앗깁니다.
그리고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4차 산업혁명, 지능혁명은 훅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알파고 충격이 잊힐 때쯤 우리 곁에 챗GPT라는 '대화형 인공지능'이 나타납니다. 챗GPT는 과거 인공지능과 달리 우리가 질문하면 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스스로 학습하여 답을 찾습니다. 인간이 공부하여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같은 원리죠.
이런 인공지능은 아마도 간단한 정신활동이나 많은 정보 학습이 필요한 지식노동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킬 것이라 예측합니다. 그 시대가 온다면 전 세계 언어를 동시통역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해 단순히 2~3개국 통역이 가능한 인간 동시통역사들과 경쟁할 것입니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의사, 법률전문가, 회계사 등과 같은 전문 직업인들도 인공지능과 경쟁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합니다.
그럼 인공지능 등장은 인류의 종말인 것일까요? 낙천주의자 향기박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 뇌는 지능을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성(醫聖)이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뇌는 지능과 감정을 컨트롤하는 곳"이라고 하였고, 이 정의는 현재도 유효합니다. 따라서 지능혁명은 도리어 인류를 지식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제2차 르네상스를 촉발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사실 뇌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는 단순한 이성적인 활동이 아니라 감정과 깊이 얽힌 활동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정보를 갖고 있더라도 불안한 심리상태에서는 생각이 비관적으로 흘러 좋지 못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감정을 잘 다스리면 생각은 긍정적으로 흘러 제한된 정보로도 최상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아마도 이점이 현재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영역이라 보입니다. 인공지능이 그때그때 다른 결론을 제공한다면 인류가 그런 인공지능을 사용하진 않겠죠? 그러니 어쩌면 감정을 기반으로 한 이성적 사고를 통해 최상의 결론을 얻어낼 수 있는 지능체는 인류가 유일할 수도 있습니다. 즉 지능은 학습을 통해 객관적인 정보를 축적하고, 감정은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주관적인 사고방식을 완성합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최근 인기진로인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는 학생들에게 이런 조언이 가능하겠죠? 인공지능에게 "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할까요"라고 질문한다면 아마도 인공지능은 "의사가 되려면 의과대학을 가야하고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합니다"라고 답하겠죠? 그런데 어떤 의사로 살 것인지를 물어본다면 인공지능은 원하는 답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그 답은 인공지능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되려는 학생이 찾아야 하니까요. 난치병을 고쳐내는 종합병원 의사,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오지에서 크고 작은 병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을 도와주는 의사, 바쁜 진료시간을 쪼개 연구에 매진하여 희귀의약품을 개발하는 의과학자로의 길 모두, 학생들이 주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미래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지능혁명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에게 '그냥 무엇이 되는 것 말고 어떻게 살 것인지 꼭 한번 고민해보라'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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