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지금 가면 좋은 '겨울 갈대밭 명소'…'갈대 미로' 일렁이는 은빛 비파 소리에 취하다

  •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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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9 08:12  |  수정 2024-01-19 15:18  |  발행일 2024-01-19 제15면

달성습지, 순천만, 우포늪, 주남저수지, 을숙도와 다대포, 섬진강변의 갈대밭, 제주의 오래된 오름들, 그리고 또 수많은 갈대밭. 이들을 떠올리면 지평선이 환히 넓다. 갈대밭은 대지의 커다란 후광, 땅 위의 모든 얼굴을 빛나게 하고 이마에서 어둠을 몰아낸다. 빛은 가벼움을 끌어들이고 가벼움은 빛을 들어 올려 대지와 하늘을 맺어주고 인간과 새를 맺어준다. 천형의 고통에도 가볍게, 천상의 열락에도 가볍게, 날아오르기 좋은 새해다.

① 충남 서천 신성리 갈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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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금강과 황금빛 갈대밭.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잔잔한 주름을 접으며 출렁인다. 흐르는 시간과 침전된 시간이 눈앞에 아슴아슴하다.

충남 서천의 신성리(新城里), 금강 변에 나루가 만들어지면서 생겨나 신성개 또는 신성포(新城浦)라 했다. 마을은 서해가 가까운 금강 하구에 자리한다. 오래 퇴적물이 쌓여 땅은 넓었지만 범람이 잦아 사람이 일굴 땅은 못 되었다. 그러자 그 축축한 땅에는 갈대가 자라났다. 갈대의 튼튼한 땅속줄기는 층층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 큰 군락을 이루었다. 1990년 금강 하굿둑이 건설되기 이전의 신성리 갈대밭은 드넓은 신성들 전체를 뒤덮는 대규모의 갈대밭이었다고 한다. 이후 강둑 저편의 상당 부분이 농지로 개간되었지만 여전히 갈대밭은 넓다. 지금은 훼손을 막기 위해 갈대밭 전체 면적의 2~3%만 공원으로 조성해 개방하고 있다. 면적 33만㎡(10만평)가 넘는 규모다. 둑 위에 오르면, 푸른 금강과 황금빛 갈대밭.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잔잔한 주름을 접으며 출렁인다. 흐르는 시간과 침전된 시간이 눈앞에 아슴아슴하다. 갈대밭 위를 스카이워크가 활공한다. 둑에서부터 강변까지 하늘길이 가볍게 난다. 겨울이면 고니와 청둥오리, 기러기, 괭이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등 매년 40여 종, 10만 마리의 철새가 떼 지어 날아든다. 스카이워크에서 강변으로 내려서면 기슭을 적시는 강물 소리가 들린다. 잠시 강변을 따르다 갈대밭 속으로 든다. 넉넉한 산책로 양옆의 갈대들은 방벽처럼 높아 가늠할 수 없는 미로와 같지만 이정표가 있어 길 잃을 일은 없다.

◇ 여행 Tip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으로 가다 비룡분기점에서 통영 방향, 산내분기점에서 서대전 방향, 서대전 분기점에서 전주 방향으로 가다 논산IC에서 내린다. 68번 도로를 타고 논산 방향으로 가다 강경의 망성교차로에서 익산 방면으로 좌회전해 익산대로를 타고 간 뒤 덕용교차로에서 군산 방향 오른쪽 711번 국도를 탄다. 금성교차로에서 웅포 방향으로 우회전해 가다 웅포대교 건너 황골네거리에서 서천, 신성 방향으로 좌회전해 신성리 갈대밭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입장과 주차는 무료다.

② 전남 순천 학산리 우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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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명의 바다는 멍처럼 푸르다.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져 내린 것만 같은 갈대 군락은 그 푸름 속에 환형으로 점점이 떠 있다.

순천만의 소리굽쇠 같은 해안선 서쪽에 장산(長山), 우명(牛鳴), 화포(花浦)라는 이름을 가진 바닷가 마을이 있다. 전남 순천 별량면(別良面) 학산리(鶴山里)의 자연마을들이다. 장산에서 우명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은 비교적 단순하다. 부드럽게 상승하고 하강하는 굴곡의 안온한 고동 속에서 저절로 숨이 멎는 자리에 우명의 바다가 펼쳐진다. 우명의 바다는 멍처럼 푸르다. 하늘과 바다 건너 와온해변까지 번져 나간 푸름이다.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져 내린 것만 같은 갈대 군락은 그 푸름 속에 환형으로 점점이 떠 있다. 저들은 둥근 모양을 유지하면서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푸름과 환은 서로에게 운명적이다.

◇ 여행 Tip

12번 대구광주고속도로 광주 방향으로 가다 남원분기점에서 구례, 순천방향으로 간다. 순천IC로 들어가 2번국도 벌교방향으로 가다 상림삼거리에서 화포해변 방향 일출길로 들어서면 된다. 장산, 우명 지나 화포다.

③ 경기 안산 갈대습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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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갈대습지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습지다. 시화호 상류의 반월천, 동화천, 삼화천이 이 습지를 거쳐 정화되어 호수로 흘러 들어간다.

엄청난 아파트 숲을 뚫고 간다. 이곳이 맞나 의심에 찬 눈길로 두리번대는 사이 습지의 세상과 만난다. 안산갈대습지공원은 2002년에 완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습지다. 시화호 상류의 반월천, 동화천, 삼화천이 이 습지를 거쳐 정화되어 호수로 흘러 들어간다. 시화호는 1994년 시화 방조제가 건설되면서 생긴 거대한 인공 호수다. 서해안 간척사업으로 만들어진 농지에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주변 공단의 폐수가 흘러들고 오염물이 쌓이면서 한때 '죽은 호수'라 불렸다. 지금은 저어새, 참매, 뜸부기, 수리부엉이가 찾아들고 멸종 위기종인 맹꽁이와 금개구리, 삵과 고라니, 너구리 등도 발견된다. 갈대밭이 시화호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갈대밭 사이로 데크 산책로가 길게 이어진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편안한 자세로 산책을 즐기고 갈대밭 너머 반짝이는 물결 위에는 검은 새가 후루루 날아올랐다가 내려앉는다.

◇ 여행 Tip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으로 가다 안성분기점에서 평택방향, 서평택분기점에서 서울방향으로 가다 매송IC로 나간다. 각골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약 4㎞ 직진하다 안산환경재단 이정표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입장과 주차는 무료, 동절기(11월~2월)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다.

④ 경북 영천 자호천 갈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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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교에서 본 자호천의 갈대밭. 임고면 일대의 자호천변은 '갈대의 강' 금호강의 본모습을 보는 듯 모두 갈대밭으로 장관을 이룬다.

자호천의 시작은 보현산이다. 천은 남쪽으로 내려와 커다란 영천호를 이루고 다시 남하한다. 중류의 끝 즈음, 또는 하류의 시작 즈음, 작은 물줄기인 선원천이 스윽 자호천으로 스며들어 함께 금호강을 향해 간다. 그즈음의 자호천은 물보다 갈대가 많다. '갈대의 강' 금호강의 본모습을 보는 듯하다. 물길을 사이에 두고 왼쪽엔 너른 밭이, 오른쪽엔 나지막한 산으로 호위된 마을이 자리한다. 산수는 선경이요, 마을은 선향(仙鄕)이니, 옛사람은 이곳을 무릉도원이라 하여 선원(仙源)이라 불렀다. 마을은 고택으로 가득하다. 보물 제513호인 '선원동 철불좌상'도 마을 깊숙이 모셔져 있다. 비탈진 마을길에서 바라보면 기름진 고양들이 넓게 펼쳐지고 자호천은 은빛으로 부서진다. 그러한 사이 갈대밭은 돌풍처럼, 새 떼처럼 흔들리며 비파의 소리를 낸다.

◇여행 Tip

20번 대구포항고속도로 북영천IC에서 내려 영천댐 방향으로 간다. 28번 국도를 이용할 경우 임고교차로에서 69번 지방도를 타고 영천댐 방향으로 간다. 임고면 소재지 지나 평천리에서 선원리큰마을, 영천연정고택 이정표 따라 좌회전해 들어가면 신선교 건너 선원리다. 선원1리 선원마을의 신선교와 선원2리 대환마을 앞 대환교에서의 자호천을 추천한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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