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역통계와 경북 수출의 재도약

  • 권오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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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5 08:35  |  수정 2024-02-15 08:36  |  발행일 2024-02-15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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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영〈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

지난 1월 발표된 경북의 2023년 수출실적은 전년 대비 12.4% 감소한 410억6천만달러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수출실적 순위로는 8위다. 경북 수출은 2000년대 초반 전기·전자와 철강 수출에 힘입어 전국 3위에 세 번이나 올랐고 줄곧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 11월까지 수출실적 발표에서도 경북은 변함없이 6위였고 연말 실적 또한 상위권 달성이 확실해 보였다. 그랬던 경북 수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역통계는 우리 기업이 물품을 수출입 통관할 때 지역 세관에 제출하는 신고서류에 기재된 정보를 토대로 집계된다. 정부는 이 집계를 토대로 매월 수출입 실적의 잠정치, 확정치를 발표한다. 한국무역협회는 대외무역법에 수출입 실적증명기관으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무역통계정보를 제공 받아 여러 방면에서 활용하고 있다. 실적증명은 물론 수출의욕 고취를 위한 수출의 탑 포상, 글로벌 시장 동향 분석, 공급망 대응 등 연구활동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전까지의 무역통계를 분석해 다음 해 실적을 예측하기도 한다. 그만큼 무역통계는 숫자 그 이상의 엄청난 정보와 의미를 담고 있다.

지자체별 수출실적은 제품의 제조장소를 기준으로 집계된다. 예를 들어 수출물품의 제조자가 A 지역에 있고 이를 실제 수출한 수출(대행)자는 B 지역에 있다 해도 이 물품의 지자체별 수출실적은 A 지역으로 집계된다. 수출자가 수출신고를 잘못한 경우 정정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간혹 무역통계 홈페이지에서 몇 개월 전 확인했던 수치가 어느 날 갑자기 바뀌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정정신고된 내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경북지역의 지난해 11월까지 수출은 426억달러였다. 그 시점 철강은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지역 전체 수출에서 18.7%의 비중을 차지하며 여전히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경북의 지난해 연간 수출은 12월 실적이 반영되면 468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12월 실적이 최종 집계되었던 지난 1월 중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연간 수출실적이 발표됐다. 410억6천만달러. 이는 11월까지의 실적(426억달러)보다 낮은 숫자였다. 경북의 1~11월 월별 수출액을 꼼꼼히 확인해 보니 기존 확인됐던 실적 보다 매월 약 5억달러씩 빠져 있었다. 결국 연간 수출실적은 예상치보다 무려 57억달러나 적었다.

지자체와 세관 그리고 해당 제조기업에 수차례 문의하고 확인한 결과, 수출대행을 맡아오던 협력사에서 지난 12월 수출 정정신고를 했다고 한다. 이 기업의 생산공장은 경북과 다른 지역, 이렇게 두 곳에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경북으로 신고했다고 한다. 무려 1년간이나 제조지역을 잘못 기재해 왔던 것. 이러한 정정신고가 반영돼 경북의 지난해 연간수출액은 410억6천만달러로 재집계됐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글로벌 교역량 확대와 IT 수요 회복으로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컴퓨터 등 전기·전자제품 수출이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경북 주력 수출상품의 성장이 크게 기대되는 부분이다. 불과 한 달여 전, 경북 수출기업 100여 명과 여러 기관이 모인 자리에서 '2024년 경북 수출 500억 달러 달성'을 외쳤다. 하지만 경북의 지난해 수출실적 정정으로 어쩔 수 없이 올해 수출목표는 '450억달러'로 재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수출목표는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지만, 경북 기업인들의 수출 의지는 꺾일 수 없다. 다시 한마음 한뜻으로 글로벌 시장을 향해 힘껏 달려 나가길 응원한다.

권오영〈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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