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정원 산책, 태화강 국가정원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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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9 07:49  |  수정 2024-03-19 07:52  |  발행일 2024-03-19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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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영<소설가>

좋은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위안과 즐거움을 준다. 시간의 흔적, 공기의 느낌, 공간의 형태 등 머물렀던 장소가 어떠한 곳인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기억한다. 그리고 다시 찾아가고 싶어진다.

봄날 아침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대나무를 휘감고 도는 상쾌한 바람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산책길을 사이에 두고 대숲 맞은편에 강이 흐른다. 강가에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나무와 꽃들의 모습에 화가 클로드 모네가 떠오른다. 자신을 스스로 정원사라고 말한 모네는 43년간 파리 근교 지베르니에 살면서 정원을 가꾸었다. 직접 만든 정원, '물의 정원'을 캔버스에 담아 '수련' 연작으로 남기기도 했다. 정원에서 자신이 경험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색채를 통해 전하고자 한 화가의 삶을 생각하자 걷는 길 따라 꽃 향이 은은하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자연주의 정원(피트 아우돌프, 정원 디자이너), 은하수 다리, 회전 카페가 있는 전망대, 십리대숲 은하수길,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만회정, 십리대밭교 조명이 있어 산책의 즐거움이 크다. 생태 정원으로 백로가 번식하고, 수달이 발견되고, 연어가 회귀하는 곳이기도 하다. 산책 중 왜가리나 가마우지, 꿩이나 오소리, 너구리를 만나거나 태화강 하구의 억새단지, 하늘을 뒤덮는 떼까마귀의 군무에 발걸음이 멈추기도 할 것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이 국내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뒤로 울산이 더 밝아졌다. 국가정원이 휴식처가 되면서 정원문화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시민정원사 교육을 통해 시민정원을 만들고 가꾸는가 하면, 친환경 프리마켓, 봄꽃 축제 등 지역사회와 연계된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되어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참여 공간, 함께할 수 있는 정원문화 프로그램이 늘어나리라 본다.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정원을 만날 수 있다. 민간정원도 꾸준히 조성되는 추세다. 정원은 자연의 순환과 생명력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정원을 산책하고, 모여서 행사를 진행하면서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정원에서 자연의 변화와 조화로움을 경험하고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삶, 발전하는 미래 모습을 그려본다. 이처럼 정원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서울시도 일상 속 정원문화 확산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올해부터 2026년까지 정원 1천 곳을 만든다는 정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많은 도시가 정원도시로 거듭나 정원 산책의 즐거움을 누구나, 가까이서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임은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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