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전담팀 현지 파견 '핀셋관리'로 계절근로자 유치 성공

  •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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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9 18:19  |  수정 2024-04-09 18:21  |  발행일 2024-04-10 제11면
불법 브로커, 처우 문제로 송출 유예
필리핀 지자체와 소통 적극적 대응
일손 부족 농가에 근로자 적기 공급
실무단 현지서 건강검진, 면접 실시
사전교육 심층조사로 사업 내실화
장기 체류 비자, 언어소통 도우미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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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 안정면의 한 묘목농장에서 백합나무 묘목을 심고 있는 필리핀 로살레스시 출신 계절근로자 (왼쪽부터)달링 펄씨와 조버트 씨, 발레니아노 씨, 조르히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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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베트남에서 시집온 이지은 씨(첫번째 줄 오른쪽)가 친오빠와 외삼촌들, 남편 황상옥 씨가 환하게 웃으면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1. "또다시 한국에서 일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쁩니다. 편찮으신 아버지의 약값과 형제, 자매들의 교육비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 만큼 충분한 급여 뿐만 아니라 친절하고 배려 깊은 사장님 덕분에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북 영주시 안정면의 한 묘목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달링 펄(31·여)씨는 한국 생활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필리핀 로살레스시 출신인 달링 펄 씨와 조르히(26·여)씨는 고용주인 우성호(69) 소백산농장 대표의 추천으로 2년 연속 이곳에서 근무하게 됐다.

올해엔 조버트(31)씨와 발레니아노(33)씨가 함께 일하게 됐다. 우 대표는 "지난해 처음 일한 계절근로자들이 매우 성실해 올해도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성실근로자로 추천했다"며 "최근 농촌고령화와 인구소멸 등으로 일손 구하기가 힘들었는데 데 지자체가 직접 연결해 주면서 행정적으로 지원해 줘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2. 4년 전 베트남에서 시집온 이지은 씨는 친오빠와 외삼촌 3명 등과 함께 남편인 황상옥 씨 사과 농장의 일손을 돕고 있다. 영주시의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이 씨의 가족들은 베트남 안짱 출신으로 지난해 친오빠 인 디엔 씨에 이어 올해엔 외삼촌 3명(황혼, 빈민, 탄상 씨)이 추가로 입국했다.

부석면의 3만3천57㎡(1만여 평) 규모의 과수원을 운영하는 황 씨는 "매년 농번기가 되면 일손을 구할 수 없어서 전전긍긍 했었는 데 아내 가족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시름을 덜 수 있었다"며 "처남과 숙부들이 베트남에서도 농사를 지어봐서 일도 잘하고 성실해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아내 이 씨는 "시집온 후 본국의 가족들이 너무나 보고 싶었는 데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면서 "본국에 남아 있는 다른 가족들에게 큰 보탬이 될 수 있어서 가족 모두가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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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영농파트너 필리핀 로살레스시 계절근로자 67명이 지난달 7일 입국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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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 계절근로자들이 입국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주시 제공>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위기는 도시보단 농촌 지역에서 더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농어촌 지역은 농번기만 되면 일손을 구하기 전쟁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정부는 농어촌의 극심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2015년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 지자체가 해외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 인력을 공급받는 방식이다. 5개월에서 최장 8개월까지 단기간 고용이 가능해 수요가 높다.

그런데,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불법 브로커'를 통한 필리핀 계절근로자 임금·노동 착취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주인권단체가 해당 브로커를 고소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여기에다 필리핀 당국이 계절근로자 송출을 잠정 중단하면서 필리핀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국내 지자체들은 계절근로자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경북의 영주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는 올해 실무단을 꾸려 필리핀 현지에 파견하는 등 국내외 관련 기관들과 협의를 통해 계절근로자 유치에 성공했다. 상반기 필리핀 계절근로자 규모도 210명이 넘는다.

영주시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 성공 비결과 함께 앞으로의 정책을 살펴본다.

◆계절근로자 유치에 사활 건 영주시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처우 문제로 필리핀 정부의 제재에도 영주시는 필리핀 계절근로자를 잇따라 수용하는 데 성공하면서 부족한 일손으로 힘든 지역 농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시는 필리핀 계절근로자 송출유예 문제가 불거지자, 필리핀 지자체와 긴밀히 소통하며 각 문제와 관련된 각 중앙 정부 부서에 적극적으로 공식 서신을 보내고 모범 사례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안을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다.

이보다 앞서 시는 농촌인력난의 단비 역할을 하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 사업 내실화를 위해 전담팀 실무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김덕조 농업정책과장을 단장으로 한 전담팀 실무단은 계절 근로자 건강·체력검사 및 면접을 시행해 우수한 근로자를 적기에 유치하고자 직접 나선 것.

실무단은 신규 근로자를 대상으로 △기초 건강 검사 △체력검증 △근로자 개별면접 등을 평가해 선발 절차를 거쳤다.

이어 성실 근로 재입국자 및 신규 선발 계절 근로자들에 대한 한국 정서·예절안내 등 현지 사전교육과 계절 근로자 가정방문 등 현지 심층 조사도 병행했다. 시는 뛰어난 계절 근로자를 엄선 및 교육해 지역 농가에 외국인 계절근로사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시가 올해 상반기 유치할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모두 309명이다. 그중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은 99명으로 전체 32%를 차지한다. 전년도 상반기 59명 보다 7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국적도 과거 베트남 중심에서 현재는 필리핀, 중국, 태국으로 다양화됐다.

2017년부터 법무부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영주시는 매년 상·하반기에 한 번씩 베트남과 필리핀 계절근로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계절근로자 수는 2017년 3명에서 2018년 55명, 2019년 74명, 2022년 108명, 2023년 414명으로 해마다 늘면서 지역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과 혜택.

"여러분들로 덕분에 농촌 고령화 및 인구 감소로 곤란을 겪었던 농촌인력 문제 대응에 큰 힘이 됐습니다.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12월 박남서 영주시장이 영주를 떠나는 계절근로자들에게 이같이 말하면서 인사했다.

시가 지난해 유치한 계절근로자는 연장근로 인원을 포함하면 총 414명으로 그 중 필리핀 유치협약 근로자가 278명, 베트남 등 결혼이민자 가족 근로자가 136명이다. 전년도 108명에 비해 유치 인원이 연인원 383% 증가하는 실적을 거뒀다.

무단이탈자는 전년도 36명에서 단 1명(0.6%)으로 급감했다. 해외지자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이탈요소 발생을 조기에 차단하고, 이탈근로자 행정제재·지원금 배상 조치 등 추가이탈 방지를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계절근로자의 귀국편 항공료 지원 혜택도 그중 하나다.

아울러 시는 매년 입국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농업 분야 장기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지역특화형비자·광역비자를 선도적으로 준비함으로써 정주 인구를 확보해 농촌소멸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계절근로자들에겐 가장 민감하면서 중요한 부분이 급여이다. 앞서 문제가 됐던 '불법 브로커' 사건도 계절근로자들의 여권과 통장을 브로커가 관리하면서 제대로 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시는 농협과 함께 계절근로자의 개인 통장을 만들어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했고, 급여 입금과 함께 본국으로의 빠른 송금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시는 지난해 농촌인력팀을 신설하는 등 지역 농가의 인력과 함께 계절근로자 관리와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이 밖에도 지역 관광자원 등을 활용한 '숲 치유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의 영주시 농촌 인력 정책.

영주시의 성공적인 계절근로자 도입을 통해 올해 상반기 농번기를 맞은 지역 농가에선 그나마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앞으로 심화할 농촌인력 부족 현상을 대비해 다양한 정책을 지속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농촌인력중개센터와 함께 내국인과 계절근로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할 인력관리 기관을 위탁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더욱더 체계화된 내국인과 계절근로자 관리·지원에 나선다.

앞서 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고용 농가와 소통의 역할을 위해 필리핀과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언어 소통 도우미를 지정 배치하고, 근로조건 준수 여부 등 지속적인 상시 모니터링 역할도 함께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박남서 영주시장은 "농촌 일손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내국인 인력수급 활성화 제도와 외국인 계절 근로자 도입을 확대하겠다"며 "앞으로 지역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농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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