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적응과 진화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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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9 06:54  |  수정 2024-05-09 06:55  |  발행일 2024-05-09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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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엽기자〈체육팀〉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수없이 긴 시간 동안 적응과 진화를 거듭하면서 현시대까지 살아남았다.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을 바탕으로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진화해 현존하고 있다.

2024시즌을 앞두고 KBO리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바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도입과 '피치클록' 시범 적용이다. ABS는 타자의 신장과 홈 플레이트를 기준으로 투구 궤적을 추적해 볼과 스트라이크를 자동 판정한다. 볼-스트라이크에 대한 기존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및 반발이 잇따르면서 공정하고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적용했다.

피치클록은 속도감 있는 경기 진행을 위해 올해 정식 도입 예정이었으나 선수단 적응을 위해 내년 정식 도입하기로 했다. 투수와 포수, 타자에게 각각 적용되는 피치클록 시간 내에 준비와 투구를 마쳐야 한다. 정식 도입된다면 위반 시 투수와 포수에게는 볼이, 타자에게는 스트라이크 페널티가 주어진다.

KBO가 이 같은 변화를 결심한 이유는 공정성을 확보하고, 자칫 늘어질 수 있는 경기 시간을 단축해 좀 더 관객 친화적인 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관성적으로 '야구의 재미'라 여겨지던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 '스포츠'로서 진화해야 살아남는다는 고민도 담겼을 것이다.

변화의 과정엔 적응과 진화를 거부하는 현상도 일어난다. 지난달 14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경기에서 심판진은 ABS '스트라이크' 판정을 '볼'로 선언하는 오심을 저질렀다. 그 과정에 오심을 은폐하기 위해 서로 입을 맞추려던 정황까지 밝혀졌다. KBO는 해당 심판진에 대한 징계와 각 구단에 대한 ABS 음성 수신기 지급 등 발 빠른 조치에 나섰다. '공정성' 확보 의지와 함께 모두가 적응해야 함을 강하게 어필했다.

지난 3월 5.85회에 그쳤던 경기당 피치클록 위반 수는 4월 11.88회로 급증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경기당 10.59회로 유일하게 10회대를 기록 중이다. kt 위즈는 3.38회로 가장 적다. 아직 시범 도입이지만 내년 정식 도입을 앞두고 구단마다 다른 의견을 제시할 것이 분명하다.

일부 선수를 중심으로도 ABS와 피치클록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지만 팬들은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모든 구단이 홈과 원정을 오가며 똑같은 조건 속에서 경기를 치른다. 더 빨리 적응하고, 더 빨리 진화하기를 바랄 뿐이다. 불공정, 불필요한 신경전 등 불신의 씨앗을 품은 야구보다는 '스포츠'를 관람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김형엽기자〈체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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