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금호강 르네상스

  • 임진형 음악인문학자·대구챔버페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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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24  |  수정 2024-06-24 07:10  |  발행일 2024-06-24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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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형 음악인문학자·대구챔버페스트 대표

최근 <사>대구그린트러스트가 주최한 제3회 금호강 답사에 참가했다. 이번 행사는 오전에 공항교 강변공원 주차장에서 만나 금호강 줄기를 따라 걷다가 압로정에 도착해 길게 뻗어있는 금호강을 바라보고, 소유정터와 토성 주변 숲길을 걷는 코스다. 오후엔 자연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는 화담숲을 찾아 무성한 초록잎들 사이로 금호강을 내려다보았다. 대구에서 나고 자라면서도 젖줄인 금호강을 특별하게 생각하거나 그 일대를 방문한 적이 거의 없었던 탓에 스스로 부끄럽고 놀랐다. 금호강 주변의 풍광이 이렇게도 아름다운데, 허술한 관리에 다시 놀랐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대구시에서 이번 '금호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대구의 풍류, 대구의 매력 일번지 금호강의 르네상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가 모두 거대한 강을 중심으로 시작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강은 생존을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와 상징성을 포함한다. 헤르만 헤세 소설 '싯다르타'의 뱃사공 바슈데바가 "세상의 모든 소리가 강이 우는 소리에 다 있다"고 말한 것처럼, 강은 삶의 흥망성쇠를 목격하고 함께한 산증인이다. 인도 북부를 흐르는 갠지스강은 수많은 전쟁과 독립 등 인도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해 오고 있으며, 매년 10억이 넘는 사람들의 영적 생활의 중심지다. 그래서 인도인들은 갠지스강을 '강가 마(Ganga Ma, 어머니 갠지스)'로 부른다. 이 강에서 갓난아기의 생명을 축복하고, 새 가정을 꾸리는 결혼식을 성스럽게 기원하며, 죽은 자의 재를 갠지스강에 뿌리고는 영생을 기도한다. 강은 원래 수많은 물방울들로 이루어져 있다. 물의 방울과 방울이 결합하듯이, 인도인 개개인이 저마다의 물방울이 되어 함께 흐르며 이루어낸 영적 고향이 갠지스강이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다뉴브강을 주제로 작곡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는 매해 1월1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에서 연주된다. 오스트리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 음악은 쿵짝짝, 쿵짝짝…3박의 리듬과 흥겹게 상향하는 멜로디로 단순한 춤곡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 전쟁에서 패하면서 빈 시민들이 슬픔과 상실감에 빠져 있었을 때, 빈 남성합창협회가 슈트라우스에게 합창곡을 의뢰하고, 슈트라우스는 오스트리아 출신 시인의 시구 한 구절을 떠올리며 작곡한다. "나는 보았네, 괴로움에 지친 그대를…젊고 향기로운 그대를 보았네. 마치 금광 속에 빛나는 황금처럼 도나우의 물결 위에 아름답게 푸른 도나우의 흐름 위에." 슈트라우스의 왈츠는 다뉴브강이 아픔과 소망을 끌어안은 채 유유히 흐르는 것처럼 패전의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 힘차게 일어나자는 희망의 의지를 담고 있다.

금호강의 '금'은 거문고 금(琴)이다. 금호강(琴湖江)은 '바람이 불면 강변의 갈대밭에서 비파소리가 나고 호수처럼 물이 맑고 잔잔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금호강을 따라 언제든 앉아 쉴 수 있는 의자와 그늘막이 많이 생겨 대구시민들이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거문고의 깊은 울림을 느꼈으면 한다. 시민들의 쉼터로, 음악으로 금호강이 되살아나는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끝까지 잘 마무리되어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 대구의 자연문화 정체성을 알리는 뷰 포인트가 되기를 응원한다. 자아가 자연을 만날 때 비로소 겸손해지며 자유를 느끼듯, 금호강에 얼비친 팔공산은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 결말의 '신비의 합창'의 가사처럼 완전치 못한 것도, 말할 수 없는 것도 이루어지는 신비의 산이 된다.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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