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배규성 배재대 교수 - 포항의 미래는 북쪽에 드넓게 펼쳐진 얼음 바다에 있다

  • 배규성 배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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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16 18:55  |  수정 2024-07-17 09:44  |  발행일 2024-07-16
[특별기고] 배규성 배재대 교수 - 포항의 미래는 북쪽에 드넓게 펼쳐진 얼음 바다에 있다
배규성 연구교수(배재대학교 한국시베리아센터)

재미있게도, 통상 북위 66°33′ 이북을 의미하는 북극권의 경쟁을 촉발한 국가는 바로 북극권 육지면적의 40% 이상과 북극해 해안선의 53%를 차지한 러시아였다.

 

2007년 8월 2일 핵추진 쇄빙선 로시아(Rossiya)의 쇄빙 지원을 받은 러시아의 해양연구선 아카데믹 표도로프(Akademik Federov)는 북극점 위 해상에서 심해 잠수정 미르(Mir)를 내려 해저 4,300미터의 북극점(the North Pole)에 티타늄으로 만든 러시아의 국기를 심었다. 이것은 세계 언론의 폭발적 주목을 이끌었고, 북극권에 대한 경쟁을 도발했다. 

 

러시아가 북극을 탐사하고, 북극점에 러시아 국기를 꽂은 의도는 북극의 자원 확보와 해양 영유권 분쟁에서 선점을 위한 것이었다. 즉, 북극점을 지나는 로마노소프 해령이 러시아의 동시베리아해 대륙붕과 연결되어 있다는 과학적 증거를 찾아, 러시아의 대륙붕 경계를 200해리를 넘어 350해리까지 확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제 모든 북극권 국가들은 북극의 풍부한 자원에 대한 국가적 권위를 주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외교적 갈등은 한 때는 "북극 골드 러쉬", 지금은 간단히 "북극 경쟁"이라고 불린다. 

 

러시아, 노르웨이, 그린란드/덴마크, 아이슬란드, 캐나다 및 미국의 배타적 경제 수역과 대륙붕은 해안에서 200해리까지 확장된다. 국가는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대륙붕 내의 모든 자원을 탐색하고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북극해 연안국들은 200해리 대륙붕뿐만 아니라 200해리 이원의 150해리까지 더 확장된 해양 영토를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 그린란드, 덴마크, 캐나다는 모두 로모노소프 해령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최대 350해리까지 대륙붕의 확장을 추구하고 있다. 로모노소프 해령은 캐나다 북극에서 북극점을 거쳐 시베리아 해역까지 뻗어 있는 해저 산맥이다. 

 

미국은 대륙붕의 경계를 획정하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의 당사국도 아니고(상원의 비준 거부), 200해리 이원의 150해리까지 더 확장된 대륙붕을 주장할 수 있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 절차도 밟지 않고, 2023년 12월 확장된 대륙붕(ECS)의 외부 한계를 주장했다.


해양 영토 확장의 의미는 명확하다. 특히 북극에선 자원과 무역로, 즉 바닷길의 확보이다. 북극에서 얼음이 녹자, 그 동안 얼음 때문에 접근이 불가능했던 북극해 연근해에서 석유, 가스 및 광물 자원을 추출할 수 있다. 넓은 해양 지역에서 회유성 어류에 대한 대규모 상업 어업과 재생 가능한 동식물 자원에 대한 손쉬운 사냥과 채집도 가능해졌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수행한 연구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2040년에서 2059년 사이에 두 개의 북극항로뿐만 아니라 북극해 전체 지역이 여름 동안 얼음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즉 다년생 얼음이 사라져 특별한 얼음 보강이 없는 선박도 북극점을 통과하는 항로를 비교적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상황은 현재 발트해에 존재하는 것과 유사하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북극점을 경유하는 해로를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2012년 중국의 쇄빙연구선 후에롱(Xuelong)이 북극점을 통과하는 항로를 양방향으로 통과함으로써 입증되었다. 2013년 현대글로비스도 국내 최초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9월 16일 '스테나 폴라리스'에 나프타 4만 4,000톤을 싣고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을 출발, 출항 12일 후 북극항로에 진입, 러시아 쇄빙선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12일을 더 항해해 북극해를 벗어났다. 이어 배링해-오호츠크해-동해를 거쳐 10월 22일 광양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총 항해 거리 1만 5,500km를 35일만에 항해한 셈이다. 

 

참고로 러시아는 한국의 최대 나프타(석유화학산업의 기본) 공급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러시아의 나프타는 한국 전체 나프타 수입량의 24%, 4분의 1에 달했다.


[특별기고] 배규성 배재대 교수 - 포항의 미래는 북쪽에 드넓게 펼쳐진 얼음 바다에 있다
출처-Bekkers et al., 2015.
아시아 국가, 특히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인도의 입장에서 무역로로서 북극해 항로의 이용은 경제적 전략적 지정학적 이유로 중요해졌다.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영토 분쟁 및 긴장과 관련된 가능한 사고 및 충돌로 인해 이른바 초크 포인트(choke point)라 불리는 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 남부 노선을 통과하는 통항이 차단될 수 있다. 여기에 수에즈 운하의 제한된 용량과 사고, 아프리카 해안의 불법 해적 행위에 더해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은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에너지(석유/가스) 및 광물 자원에 대한 대체 공급라인 확보를 절실하게 만들었다.


포항 영일만항은 1990년대 초 한국의 북방정책과 더불어 동해안 물류거점 항만으로 대항해를 시작했다. 동해안 종합 항만이자 컨테이너항의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북쪽 러시아 연해주와 더 멀리 유라시아를 향하는 전초기지로서 시작된 포항 영일만항은 이제 동해를 넘어 북쪽에 드넓게 펼쳐진 얼음 바다를 항해해야 한다. 그곳에는 석유와 천연가스(LNG 포함) 등 에너지 자원과 광물자원 그리고 물류(무역) 루트가 있다. 게다가 포항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는 북쪽으로 향하는 관광산업과 크루즈산업의 무한한 잠재력을 안고 있다. 포항의 미래는 북쪽에 드넓게 펼쳐진 얼음 바다에 있다.


배규성 연구교수(배재대학교 한국시베리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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