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인터넷서 '놀이'로 희화화…중대 사안의 가벼운 소비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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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04 17:53  |  수정 2024-12-04 17:54  |  발행일 2024-12-05
'양념치킨보다 가벼운 계엄?'…유머로 변질된 헌법적 조치

"부인이 시켜서?"…비트코인·패러디 밈 쏟아져
비상계엄, 인터넷서 놀이로 희화화…중대 사안의 가벼운 소비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페 등에는 비상계엄 선언을 희화화한 밈(meme)들이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6시간 만의 해제가 인터넷에서 희화화되고 있어 논란이다. 엄중한 헌법적 조치임에도 이를 유머와 놀잇감으로 소비하는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양새다.

4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계엄 선포와 해제를 둘러싼 밈(meme)과 조롱 섞인 반응이 잇따랐다. 일부 게시물은 "부인이 시켜서 계엄을 선언했다"거나 "비트코인 저점 매수를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식의 농담이 공유되고 있다.

계엄 선포 시간과 날짜를 조롱한 밈도 등장했다. 카톡을 중심으로 공유된 '十二월(王)/三일十시(王)/三十분(王)'이라는 내용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TV 토론에서 손바닥에 '王'을 적고 나온 장면을 패러디한 것. 당시 논란을 일으켰던 장면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이 술 취한 상태에서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내용을 담은 밈이나, 완전 무장한 군인이 시민에 힘없이 밀리는 장면을 반복 편집한 밈도 중대한 사안을 가볍게 희화화하며 웃음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지역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다. 경북대 학생임을 밝힌 한 이용자는 "수업 시간에 윤석열 이야기가 나오면 다들 웃는다. 전 정부 이야기는 정색하고 회피했지만, 이번 정부는 앞장서서 비판하고 있다. 이게 진정한 민주주의인 것 같다"는 글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계엄령이 양념치킨에 비유된 대화도 공유됐다. 한 학생이 교사에게 "내일 학교 가나요? 전쟁 났다고 하던데요"라고 묻자, 교사는 "전쟁 나지 않았으니 학교에 나와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학생이 "뭐 선포했는데 진짜 가야 되나요?"라고 재차 묻자, 교사는 "학교는 언제나 전쟁이다. 내일 급식은 양념치킨이다"라고 응답했다. 계엄령이 단순 유머 소재로 전락한 한 것이다.

일부에선 계엄 상황을 상업적으로 활용했다. 한 인터넷 쇼핑몰은 "계엄령 대비 생필품 주문 타이밍 - 찜해둔 상품 확인해보세요"라는 문구로 상품 구매를 유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인터넷 문화 특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계엄 선포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계엄 같은 중대한 헌법적 조치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놀이로 소비되는 것은 그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한 탓"이라며 "이는 정부가 정치적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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