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새 시대, 교황 레오 14세 즉위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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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09 07:39  |  발행일 2025-05-09
첫 미국인 교황…전통과 개혁의 상징
페루 선교 20년…변화 이끄는 목소리로 주목
가톨릭 새 시대, 교황 레오 14세 즉위

새 교황 '레오 14세'. 연합뉴스

혼돈과 갈등이 뒤엉킨 세계 질서 속에서 로마 가톨릭교회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 탄생했다.

현지시간 8일,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린 콘클라베에서 133명의 추기경단은 제267대 교황으로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태생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69)을 선출했다. 비밀회의 이틀 만, 네 번째 투표에서 결론이 났다.

그가 선택한 새 교황명은 '레오 14세'. 사자라는 의미의 라틴어 '레오'는 강인함과 지도력을 내포하고 있으며, 교황명에서도 이 같은 상징성이 드러난다. 1982년 사제품을 받은 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소속으로, 이 수도회 출신 인물이 교황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국적이지만 그는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사역했고, 2015년에는 페루 시민권을 취득한 뒤 같은 해 대주교로 임명됐다.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도 일하며 주교 후보군 선정 과정에서 여성 3명을 처음 투표단에 포함시키는 등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안을 실현하는 데 앞장섰다.

교회 내 성향은 중도에 가깝다는 평가다. 개혁과 전통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온 그의 이력은 교황 선출의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텔레그래프는 바티칸 내부 발언을 인용해 “레오 14세는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이라고 전했으며, AP통신도 그동안 미국의 세속적 영향력 탓에 미국인 교황은 사실상 금기시됐다고 보도했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를 포함해 다섯 개 언어를 구사하며, 이번 선출 직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올라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는 첫 메시지를 이탈리아어로 전했다. 이어 스페인어로도 같은 문장을 반복했으며, 영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전통적 복장인 진홍색 모제타를 착용하고 등장한 모습은 과거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략했던 형식과는 대비된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이 19세기 사회 교리를 이끈 레오 13세 교황의 노선을 계승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브루니는 “레오 13세의 회칙 '레룸 노바룸'을 통해 시작된 현대 가톨릭 사회 교리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라고 강조하며, “AI 시대에 교회가 노동과 삶의 방식에 대해 성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1일 선종한 지 17일 만에 새 교황이 즉위했으며, 즉위 미사는 오는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다. 레오 14세는 9일 추기경단과 첫 미사를 집전하고, 12일 전 세계 언론과 공식적으로 만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출신 교황의 탄생을 SNS에 환영하며 “그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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