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규완 논설위원
검찰은 비대하다. 그리고 강력하다. 형사소송법 246조와 247조에 규정된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는 검찰 권력의 백미다. 영장 청구권도 검찰만의 고유권한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후에도 여전히 직접수사권을 갖고,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을 행사한다. 형사사법 권력을 틀어쥔 검찰은 자주 공룡에 비견된다. '사정권력의 꼭짓점'이란 수식이 붙기도 한다. 검찰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비유이리라. 검찰이 자의적 잣대로 사건을 뭉개고 은폐해도 딱히 들춰낼 기관이 없다. 공수처? 검찰을 대적하기엔 경험이 일천하고 조직과 역량이 미미하다. 검찰 1개 지청에 불과한 수사인력으로 무슨 과업을 완수하겠나. 경찰? 검찰에 예속되는 구도에서 견제가 가능할까. 일례로 경찰이 신청한 영장은 반드시 검찰 관문을 거쳐야 한다. 압수수색 영장이든 체포영장이든 구속영장이든.
'권력 공룡'이면 그에 걸맞게 중립성을 지켜야 했는데 우리 검찰은 그러지 못했다. 살아있는 권력엔 '관망 모드'이거나 춘풍(春風), 반정부 진영엔 추상(秋霜)이었다. 편향의 압권은 윤석열 검찰정권의 친윤 정치검사들이 시전했다. 표적수사와 선택적 기소로 곡해와 불의의 흑역사를 남겼다. 김혜경 여사의 10만4천원 밥값 결제를 기소했던, 세세한 검찰이 의혹 철철 넘치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연루 사건은 통 크게 불기소처분했고, 이재명에겐 376건의 압색 신공을 펼치면서도 김건희는 단 한 번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검찰의 오매불망 성역으로 남았다. "검찰이 기소를 위해서 수사하는 사례가 더 악화되고 심화되고 나빠졌다"(이재명 대통령 3일 기자회견). 이재명 수사와 공판에 관여한 검사만 150명이 넘는다.
하여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은 지극히 온당하다. 이 대통령 말마따나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경찰은 방대한 조직과 인력으로 직접 범죄와 맞서고, 검찰은 경찰의 수사가 적법하게 이루어지도록 통제하며 공소권을 행사하는 게 대부분 선진국의 형사사법 체계다. 대한민국 검찰 특수부 같은 조직은 일본 빼곤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다. 검찰의 특수수사와 직접수사는 조직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게 맞다. 다만 경찰에 대한 통제권은 갖도록 해야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진다. 검찰이 단순한 기소기관으로 전락하면 지능 범죄, 거대 범죄에 대한 충실한 수사를 담보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이미 네 건의 검찰개혁 법안을 발의했다. 검찰청을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분리하고, 총리실 산하에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하는 게 골자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949년 검찰청법 제정과 함께 설립된 검찰청은 영욕의 76년 역사를 마감한다.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추석 전까지 개혁 입법을 완성하겠다며 고삐를 죈다.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해치워야 한다"(정청래 의원).
하지만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는 형사사법 체계의 일대 변혁이다. 자고로 개혁은 곡진해야 한다. 서두르면 졸속이나 땜질 위험에 빠진다. 중수청,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의 수사 범위부터 난삽한 문제다. 정치(精緻)한 설계가 필요하다. 국가수사위원회가 수사기관을 통제하고 수사기관 간의 수사권을 조정한다지만, 국수위의 중립은 누가 담보할 것인가. 의뭉스러운 검찰의 흑역사도 중립성이 무너진 데서 시발되지 않았나. 국수위와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는 검찰개혁의 성패를 가름할 홍심이다. 논설위원
검찰 권력 비대하고 강력
편향과 곡해·불의의 흑역사
윤 정권 정치검찰이 시전
개혁 온당···설계는 精緻해야
수사기관 중립성 담보 관건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