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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을 잔뜩 기대하다가 진눈깨비를 만나면 우리는 인상을 찡그린다. 표준어 ‘진눈깨비(雨雪)’는 비가 섞여 내리는 눈을 말한다. 고어 사전이나 어원 사전에도 진눈깨비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어 고형을 파악하기 어 려울 뿐만 아니라, 어원을 탐구하는 데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것의 전국적인 방언 분화형을 보면 눈발만큼이나 많다.
愎ケ杏� 눈개비, 눈비. 함남; 진눈깨비, 눈개비, 진개눈. 평 愎ケ杏� 눈비, 진개눈, 즌눈. 평남; 진눈깨비, 진눈. 황해; 진눈깨비 愎ケ杏� 짐능 愎㈀杏� 지누깨비, 지느깨비, 진깨비. 愎ケ杏� 질눙깨비, 진는깨비, 지눈깨비, 징갈비, 징갈눈. 경북; 진 彭�� 진서, 진새, 진 愎ケ杏� 진눙깨미, 진진깨비, 진지깨비, 愎ケ杏� 진깨비, 진눈, 진태, 진테, チ煥Ю� 눈징벵이, 눈비.’
제시된 방언분화형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진눈깨비계 어형(진눈깨비· 진는깨비·진눙깨미·질능깨비·짐능깨비·진누깨비·지눈깨비·진진깨비·진지깨비) , 눈개비계 어형(눈개비·눈가삐), 진깨비계 어형(진깨비), 진눈계 어형(진눈 ·즌눈), 진개눈계 어형(진개눈), 진서계 어형(진서·진사·진새), 진태계 어 형(진태미·진태·진테·진티), 진갈비계 어형(진갈비·징갈비·진갈피), 진가루 눈계 어형(진갈눈·징갈눈), 진가루계 어형(진가루), 눈비계 어형(눈비), 물눈 계 어형(무눈), 빗눈계 어형(빗눈), 사무래기계 어형(사무래기·사모래기), 눈 짐방이계 어형(눈짐벵이·눈징벵이)으로 분류할 수 있다.
눈개비계 어형, 진깨비계 어형, 진눈계 어형 모두는 진눈계비계 어형에 서 파생되었는데, 먼저 눈개비계 어형은 진눈깨비계 어형에서 어두음 ‘진’ 이, 다음으로 진깨비계 어형은 그것에서 어중음 ‘눈’이, 마지막으로 진눈 계 어형은 그것에서 어말음 ‘깨비’가 각각 생략되어 생겨난 것이다. 한편 진가루계 어형은 진가루눈계 어형에서 어말음 ‘눈’이 생략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속담으로는 ‘진눈 위 기러기 발자국이다’(눈 위에 기러기 발자국은 있 다가도 없어지듯이 흔적이 없어져서 알지 못한다는 말)가 유일하게 나타난다 .
sinswon5@hanmail.net 신승원<방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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