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 씨 말랐다…야생고양이 개체 급증 원인인듯

  • 입력 2008-12-19 07:24  |  수정 2008-12-19 07:24  |  발행일 2008-12-19 제1면
앞산·팔공산 물론 경북 농촌·산간도 멸종 위기

'산토끼가 사라졌다.'

농촌과 산간지역은 물론 대구 인근 앞산, 팔공산 등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던 산토끼가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수렵허가지역으로 지정된 영양군을 찾은 엽사들은 "몇년 전까지 귀찮을 정도로 흔하던 산토끼가 올해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주민들도 "수년 전만해도 영양지역 산촌에서는 하룻밤 사이 3~4마리의 산토끼를 불법 포획할 정도로 개체수가 많아 산토끼 전문식당이 성시였으나,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고 말했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산토끼 멸종의 주범으로 야생고양이를 지목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야생고양이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산토끼는 물론 들쥐·다람쥐 등의 소형 설치류까지 마구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최동학 대구시 야생동물치료센터 소장은 "영양뿐만 아니라 올해 수렵이 허가된 경주, 상주에서도 엽사들이 산토끼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며 "야생고양이 대량 번식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희천 경북대 생물학과 교수는 "3~4년전 경남 창녕 등지에서 야생토끼 유행성 출혈열(Rabbit hemorrhagic disease)이 유행해 야생토끼들이 집단 폐사한 적이 있다"며 질병을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주로 야산 수풀이나 오랜기간 방치된 농가의 빈 집에서 서식하는 야생고양이는 양지바른 야산 땅굴 속에 보금자리를 튼 산토끼 새끼를 표적으로 삼거나 나무 위의 새둥지까지 뒤지고 있다. 늑대·삵·곰 등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의 멸종으로, 2차 포식자인 야생고양이·너구리 등이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잡아 가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영양군은 올해 480명의 수렵인들에게 고라니, 멧돼지 등 개체수가 많은 야생동물에 대한 포획허가를 내줬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산토끼는 포획을 금지했다. 17일 현재까지 엽사들은 영양지역에서 고라니 130마리, 멧돼지 30마리, 꿩 30마리를 포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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