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세계와 불교 우주관

  • 입력 2010-05-01   |  발행일 2010-05-01 제14면   |  수정 2010-05-01
'우주적 부처'
불교는 우주 만물에 대한 진리를 펴보이는 종교
"부처는 사회개혁가이자 위대한 심리학자·과학자"
붓다의 세계와 불교 우주관

5월21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국내 서점가에 불교서적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불교의 기본사상을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 출판됐다. 경북대와 서울대 천문학교수를 역임하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으로 있는 천문학자 이시우 박사의 별과 인생, 그리고 불교우주관에 대한 책 '붓다의 세계와 불교우주관'이 그것. 저자는 '천문학자가 풀어낸 금강경의 비밀' '천문학자와 붓다의 대화' '천문학자, 우주에서 붓다를 찾다'등 이미 몇 차례에 걸쳐 관련 서적을 발간한 바 있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이미 2천600여년 전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연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혜안을 가졌다. 인간이 우주의 인드라망 속에서 자연과 깊은 연기관계에 있음을 설파했다. 천문학자인 저자의 눈에 비친 부처의 사상은 혁신적이며, 범우주적이다. 저자는 "불교는 다른 종교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을 포함한 우주만물에 대한 진리를 펴보이는, 첨단 우주과학시대에 가장 알맞은 종교"라고 바라봤다. 더 나아가 "붓다는 당시의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간불평등에 대한 제도적 모순을 극복하고자 하는 사회개혁자로서 위대한 사상가이며,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꿰뚫어 보고 바른 행을 찾고자 하는 심리학자이며 동시에 외부 대상의 사물을 바르게 관찰하고 종합함으로써 만물에 대한 보편타당한 진리를 찾고자 하는 위대한 과학자였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에 앞서 2천600여년 전 붓다가 설법한 초기경전에 주목, 인간 붓다의 인생관과 우주관에 주목했다. 따라서 현재 한국불교가 추구하는 단순한 기원, 기복신앙이나 개인적 참선수행을 중시하는 종교모습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저자는 요즘 시대의 한국불교를 두고 "자본주의적인 개인주의에 휩쓸려 개인 중심적인 성불이나 인간중심적인 불교를 펴고 있다. 그래서 자연과의 긴밀한 연기관계를 등한시함으로써 붓다의 우주적인 근본불법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다소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주장하는 불교의 우주관은 어떠할까? 저자는 불교의 우주관을 크게 5가지로 설명한다.

먼저, 생주이멸과 생명평등사상이다. "인연 따라 생긴 것은 변하고 바뀌지 않는 것이 없다. 죽지 않고 변하지 않게 할 수 없느니라"고 했던 붓다의 말씀은 인간이나 별을 포함한 우주만물의 생주이멸의 원리와 맞닿는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이는 곧 인간우월주의를 벗어나 만물이 모두 불성을 지닌 생명체로서 존재가치가 동등하다는 생명평등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덧붙인다.

둘째, 사물과 사물의 관계는 물론 마음과 마음까지도 상호 의존적 수수관계인 연기적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물심연기법을 소개하면서, 물질과 정신을 따로 보지 않는 물심불이(物心不二)사상을 근본으로 하고 있음을 얘기한다.

셋째, 집단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집단 전체의 구속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작은 집단들이 점차적으로 더 큰 집단을 이루어가는 계층적 집단형성을 우주적 특성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넷째, "나는 과거를 아나니 세상은 수축하고 팽창했다. 나는 미래도 아나니 세상은 수축하고 팽창할 것이다"라고 했던 붓다의 설법은 현대의 진동우주론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저자는 붓다의 위대성은 우주가 수축·팽창한다는 진동우주의 제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 자체가 정적이 아니라 끊임없이 운동하고 있다는 동적인 원리를 밝힌 점이라고 주장한다.

이밖에 자연의 사물이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가장 안정되고 조화로운 상태에서 진화하면서 모두가 평등성과 보편성을 지니는 '육상원융(六相圓融)'을 이뤄간다는 것을 설명했다. 저자는 별의 세계에서는 긴밀한 연기관계를 통해서 전체가 하나이고, 하나가 전체인 상즉상입(相卽相入) 상태에서 육상원융을 이루어가고 있으며, 이것이 곧 조화로운 중중무진의 화엄법계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천문학자인 저자가 불교우주관을 책으로 엮으며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이었을까? 저자 이시우는 "오늘날 물질문명의 발전과 인간의 지나친 탐욕에 의해 인간이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지구가 훼손되고 파괴되면서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종이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지구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불법을 바르게 펴면서 우주 인드라망 속에 인간 인드라망이 존재함을 인식시키는 것이다"라고 밝힌다.

붓다의 세계와 불교 우주관
이시우 지음/민족사/512쪽/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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