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사고 후 대한민국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증상·치료법은?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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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22 08:14  |  수정 2014-04-22 08:14  |  발행일 2014-04-22 제20면
아!‘세월’
침몰사고 후 대한민국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증상·치료법은?

■ 증상

죄책감·거부감·수치심 느끼고
공황발작·착각·환각 등 경험
충동조절 실패·우울감·약물남용도

■ 치료

환자에 대한 지지·격려 필요
항우울제 등 약물
1년 이상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탑승자·유가족·관련 지역주민들의 심리적 상태는 심각하다. 특히 침몰 여객선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생존자의 80% 이상은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10점 만점에 7.8~8점으로 고위험군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이번 참사를 지켜보는 국민도 적지 않은 충격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국민은 꽃도 피워보지 못한 청소년들의 희생을 지켜보며 유가족과 실종 가족들과 같은 감정이입이 일어나, 고통스러워한다. 대한민국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는 어떤 질병이며,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외상 후 스트레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심각한 외상을 보거나 직접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장애이다. 외상이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 전쟁, 자연재앙, 폭력 등 생명을 위협하는 충격적인 경험을 의미한다.

심지어 교통사고를 직접 목격한 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천은진 교수는 “환자들은 이러한 외상적 경험에 대해 공포심과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고 반복적으로 사건이 회상되지만, 다시 기억하는 것을 회피하려고 애쓴다”고 설명했다.

원인은 물론 어떤 외상적 사건이지만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모든 사람에게서 발병하지는 않는다. 외상적 사건 이전이나 이후의 생물학적, 정신사회적 요소가 발병에 관련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각 개인에 대한 외상적 사건의 의미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생물학적인 요인으로는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내재성 아편양계, 벤조다이아제핀 수용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의 이상소견이 보고되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중요한 세 가지 임상 양상은 △꿈이나 반복되는 생각에서 외상적 사건을 재경험 하는 것 △감정적 무감각 △자율신경계의 과잉각성 상태이다.

정신상태 검사에서는 죄책감, 거부감, 수치심을 보인다. 환자들은 이인(離人) 상태를 호소하기도 하고 공황발작, 착각, 환각을 경험할 수도 있다. 부수 증상으로 공격성 충동조절 실패, 우울감, 약물남용 등을 보이기도 한다. 인지기능 검사상 기억력과 주의 집중능력의 저하를 나타내기도 한다.

진단 시에는 극심한 외상성 스트레스 사건에 노출된 이후에 뒤따라 특징적인 정신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 판정한다. 이때 외상적 사건의 재경험, 사건과 관련된 자극의 회피, 외상적 사건으로 증가된 불안이나 과잉각성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것 등이다. 사건 후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어야 진단을 내릴 수 있고, 한 달 이내의 경우엔 급성 스트레스 장애로 구별해 진단하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받지 않는 경우 30%에서 완전히 회복되고, 40%는 가벼운 증상을 계속 나타내고, 20%는 중등도의 증상을 나타내며, 10%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된다. 1년 안에 절반이 회복된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처럼 극단적 고통을 겪게 되면 치료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적극적 치료 통해 고통 최소화

치료로는 환자가 증상에 관해 말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며, 이완과 같은 다양한 적응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치료 시 환자의 정신과 질병에 대한 낙인을 없애주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에 대한 지지와 사랑도 필요하다. 약물치료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 항우울제가 일차적으로 사용된다. 약물 치료 시에는 일단 효과가 나타나면 최소 1년 이상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인 투여가 필요하다. 항우울제의 경우 중독성이 없어 장기간 복용해도 의존성이나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정신역동적 정신치료가 효과적이며, 이를 통하여 외상적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정신치료는 개인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행동치료, 인지치료, 최면치료도 적용된다.

위기개입 기법으로 지지, 교육, 대응기전의 개발, 사건의 수용 등이 포함된다. 행동치료로 노출기법이 사용되기도 하고 집단치료와 가족치료도 도움이 된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의 경우 직접적 고통을 겪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본 국민도 적지 않은 고통을 겪게 된다.

전문의들은 세월호 참사에서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경우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더 큰 충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완석교수는 “단원고 학생과 같은 또래 연령대 학생과 학부모들의 경우 일부에서 유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며 “심리적 고통이 심해진다고 생각될 경우 가능한 관련 영상이나 뉴스를 접하는 횟수를 줄이고, 가족들과 심리적 상태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대화를 자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완석·천은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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