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서 카리스마 넘치는 여월역 열연, 손예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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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11 07:44  |  수정 2014-08-11 07:44  |  발행일 2014-08-11 제22면
“낙법도 모른 채 액션 연기 촬영 내내 근육통 약 먹어 고래와 교감 장면 잘나와”
만화적 캐릭터 떠올리며 여자해적 이미지 만들어
배멀미·비린내 때문에 산적된 해적 유해진 코믹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서 카리스마 넘치는 여월역 열연, 손예진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호기심은 손예진의 연기 열정을 자극하는 동력이 돼 왔다. 15년차 여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다양함으로 채워온 그녀의 캐릭터들은 이를 입증한다. 그녀가 이번엔 국내 최초 해양 어드벤처를 표방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총제작비 160억원이 넘는 대작인데다 CG의 활용도가 높은 판타지 장르, 그리고 내면의 깊이보다는 캐릭터 자체를 온전히 드러내야 하는 외적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예의 손예진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왔다. “사극이라는 점과 한국영화에서 한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여자 해적이라는 점에서 되게 흥미로웠다”는 그녀는 “멀티캐스팅이라는 점에서 다소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며 짐짓 여유로운 표정이다.

조선 건국시기를 배경으로 한 ‘해적’은 고래가 집어삼킨 국새를 찾기 위해 해적과 산적이 충돌한다는 재기 발랄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여름용 오락영화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풍성한 볼거리도 그렇지만 충무로 개성파 배우들이 펼치는 캐릭터 열전을 보는 맛도 제법 쏠쏠하다. 손예진은 그런 남자들 사이에서 강인한 힘과 카리스마를 발산해야 하는 해적 단주 여월을 연기했다. 무거운 갑옷과 무기, 현란한 검술과 고난도 스턴트 액션을 감내해야 했지만 “손예진 말고는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 없었다”는 이석훈 감독의 말처럼 그녀는 그 모두를 훌륭히 소화해 냈다. 연기 열정에 더해진 노력파 손예진의 진가가 다시 한번 발휘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그렇게 ‘여전사’로 돌아온 손예진의 또 다른 모습을 마주하게 됐다.

-‘타워’에 이어 CG작업이 많은 ‘해적’에 출연했다. 이젠 (CG작업이)누구보다 익숙해져 있을 것 같다.

“아직 어렵다. 아무래도 CG작업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상상하면서 (연기를)하는 것이다보니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타워’에서 한번 경험해본 게 많은 도움이 됐다. 그 때보다는 조금 수월했지만 그렇다고 재밌는 작업은 아니다.(웃음)”

-그동안 주로 내면과 감정을 담아내는 연기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적인 것에 방점이 찍힌 역할이다. 작업은 어땠나.

“솔직히 감정 연기가 힘들지만 그만큼 매력은 있다.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고 연기적인 디테일이나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분명 ‘해적’에선 내면보다는 외적인 면이 중시되는 역할이지만 나름 흥미로웠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다뤄지는 여자 해적이라는 점과 기발하고 재밌는 소재와 이야기들이 녹아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타워’에서 느꼈던 여러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또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멀티 캐스팅이라 부담감은 덜했을 것 같다.

“그렇다. ‘타워’도 그 점 때문에 선택했다. 그동안 주로 내가 (극을)끌고 가야 했기에 부담감이 많았다. 벗어 나고 싶었다. ‘타워’와 마찬가지로 ‘해적’에서도 해적과 산적 무리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나는 거기서 한 부분만을 담당하면 되니까 조금은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도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

-화려한 볼거리와 코믹적인 요소가 유난히 돋보였다.

“그 점이 우리 영화의 강점이다. 나만 빼고는 모두가 코믹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데 정말이지 각자 주어진 역할을 매우 잘 표현해낸 것 같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다고 생각한 캐릭터는 (유)해진 선배가 맡은 철봉 역이다. 해적이지만 배멀미가 심하고 비린내 때문에 산적으로 갔다는 설정이 웃기지 않나.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많이 웃었다.”

-당신도 코믹적인 역할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게다가 극 중 오달수(사신 한상질) 캐릭터에 욕심이 났다는 말도 했는데.

“그건 내가 달수 선배의 팬이라서 그렇게 말한 거다.(웃음) 달수 선배는 매번 비슷한 톤으로, 비슷한 연기를 하는 것 같은데도 할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고 유머러스하다. 그건 정말 배우로서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귀중한 매력이자 장점이다. 이번에도 굉장히 짧게 나오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많은 웃음을 준다. 나도 재밌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작업의 정석’(2005)도 정말 재밌게 찍었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도 ‘해적’이 가지고 있는 코드가 전반적으로 코믹적이지만 여월만 정의롭고 카리스마가 있는 캐릭터로 설정이 됐다는 점이다. 물론 후반부에 장사정(김남길)과 유치해지는 순간들이 조금은 코믹적으로 비쳐져서 위안을 받기는 했지만 나에게도 좀더 웃긴 상황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웃음)”

-캐릭터는 어떻게 접근했나.

“여자 해적은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후크선장’이나 ‘캐리비언 해적’, 그리고 어릴적 보아왔던 만화적인 캐릭터들을 떠올렸다. 무엇보다 배경이 조선시대 초기라는 점에서 동서양의 느낌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를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머리, 메이크업, 의상 등을 수시로 바꾸는 노력끝에 지금의 여월이 탄생했지만, 솔직히 대중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우리가 해적 이미지를 처음으로 창조해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극 중 고래와의 감정신 장면은 당신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그 장면이 시나리오에선 없었다. 당연히 여월이 고래를 만난다거나 바닷속에 들어가는 신도 없었다. 하지만 회상신에선 여월이 해녀의 딸, 혹은 용의 딸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여월이 영화 ‘프리윌리’나 ‘그랑블루’처럼 고래와 교감을 나누는 부분이 꼭 필요할 것 같았다. 바다에 떨어진 불상을 건지기 위해 물속에 들어간 여월과 고래가 만나는 초반 장면도 애초에 없었지만, 그 한장면으로 여월과 고래와의 교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장면들이 없었다면 정말이지 큰 일 날 뻔 했다.(웃음)”

-아닌 게 아니라 고래가 상상 이상으로 잘 나왔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나는 시종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이런 부분이 제대로 구현될지에 대한 의구심은 없었나.

“물론 의문은 가졌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은 첫 느낌은 이야기와 소재가 정말 기발하다는 생각이었다. 산적과 해적이 만난다는 점도 그렇고, 실제 조선 초기에 국새가 10년간 없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얽히고설키면서 파생되는 유쾌한 이야기들이 재밌었다. 게다가 고래도 나와야 한다. 이게 정말로 영화로 완성된다면, 한국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히려 뿌듯했다.”

-‘여전사’라는 수식이 자연스러울 만큼 액션이 완벽했다.

“그렇게 봤다니 다행인데 정말 힘들었다. 여자의 힘으로 추위에 맞서 남자들과 액션을 한다는게 진짜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촬영을 하면서는 조금만 덜 추웠으면 하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 액션이라는게 땀도 조금 나고 몸이 풀려야 자연스러워지는데 추워서 움직이기도 싫었고 그러다보니 몸이 자꾸 굳었다. 사실 액션 연습할 시간도 별로 없었다. 드라마 ‘상어’가 끝나고 바로 들어갔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낙법도 제대로 안 배운 상태에서 구르고 넘어지다보니 담도 걸리고 온 몸에 타박상을 입어서 촬영 내내 근육통 약을 먹었다. 그동안 배우들이 액션장면을 찍으면서 고생했다고 말하는게 피부에 와닿지 않았는데 이번에 제대로 실감했다. 그런데 하다보니 확실히 노하우는 쌓였다. 다만 아쉽게도 자세가 좀 나올 만하니까 촬영이 끝났다.(웃음)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대로 된 액션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결과물에 만족하나.

“만족한다. 게다가 대중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덕분에 그동안 힘들었던 게 눈 녹듯이 사라졌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들이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는데 ‘해적’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특히 온가족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여름용으로 가장 알맞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차기작은 뭔가.

“몇 작품을 보고 있는데 일단 큰 영화는 아니다. 아마도 인물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계속 그렇게 돌고 도는 것 같다. 그래야 새로운 매력을 느끼며 작품에 임할 수 있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황인규(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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