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똘아빠의 식도락] 요정의 새로운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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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07   |  발행일 2014-11-07 제41면   |  수정 2014-11-07
[짱똘아빠의 식도락] 요정의 새로운 변모
백록식당의 한정식.

요즘 대구에서 가장 번화한 동네 중 하나가 종로통 일대이다.

‘종로’라는 이름은 예전에 종을 쳐서 시간을 알리는 종루가 있던 거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골목길투어와 블로거, 각종 언론매체의 활약에 힘입어 지금은 새로운 음식점도 많이 들어서 있고, 예전부터 있던 집들도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몇 해 전만 해도 인적 드문 실버거리였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가구거리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지만, 이 동네가 가장 호황을 누렸던건 70~80년대가 아닐까 싶다. 당시에는 화교상권과 수많은 요정으로 인해서 늘 인파로 북적이던 곳이었다.

요정이 호황을 누린 60~80년대 이 골목에 50여개의 요정이 있었다고 한다. 종로통을 기준으로 좌우측, 그러니까 진골목 쪽과 그 반대편으로 요정이 포진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때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몇몇 요정은 음식점으로 영업하고 있는지라 희미하게나마 그 시절의 영화를 짐작해 볼 수가 있다.

한정식을 차려낸다는 점과 고즈넉한 한옥집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곳은 저마다의 장점으로 손님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백록식당은 진골목 안내도에 ‘백록요정’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김원일 작가의 ‘마당깊은 집’의 주요무대였다. 한정식을 주문하면 수육과 삶은 문어를 필두로 갈비찜, 오징어볶음, 버섯요리, 전 등이 연이어 차려진다. 느긋한 밥상으로도 좋고, 술 한잔 기울이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구성이다.

진골목 초입에 있는 혜성한정식은 예약이 필수일 정도로 북적인다. 수육과 전, 생선조림, 양 등이 주요리로 차려진다. 기본찬도 맛이 깔끔해서 골고루 손이 가게 된다. 손님들의 연령대가 높아서인지 나물찬이나 된장박이고추 같은 정겨운 찬을 만나는 즐거움은 덤으로 얻게 되는 곳이다.

약전식당은 특이하게 무침회가 유명한 집이다. 우럭, 숭어, 전어 등이 신선한 채소와 함께 차려지는데 새콤달콤한 맛의 초고추장이 맛의 정점을 끌어낸다. 거기에 참기름까지 한방울 떨어뜨려 비벼 먹는 게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고 한다.

석빈은 앞의 다른 음식점과 달리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사장님은 예전 요정시절부터 운영하던 분이다. 업종은 바뀌었지만 정통성은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회와 해산물과 함께 양, 생선찜 등이 메인으로 차려진다. 요정시절부터 단골손님인 연세 지긋하신 노신사들이 꾸준하게 찾아오는 집이다.

비록 업종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는건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고즈넉한 한옥집의 정취를 느끼며 진정한 슬로푸드를 맛보고 싶다면 오늘은 종로통으로 나가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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