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예술이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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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05 08:09  |  수정 2015-02-05 08:09  |  발행일 2015-02-05 제22면
[문화산책] 예술이 세상을 바꾼다
박혜영 <대구시립예술단 홍보담당>

경제나 복지, 교육 등과 비교해 문화예술의 순위는 어디쯤일까? 예술분야는 호경기에도 투자가 더디고, 불경기에는 예산삭감을 서두르는 분야다.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도 예술분야는 영어나 수학에 밀려 항상 가장자리를 맴도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은 ‘먹고 사는 문제’와 대비되는 개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예술은 먹고 사는 문제와 등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잘먹고 잘사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본다.

여기에서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엘 시스테마’ 프로젝트는 30여년 전 호세 안토니오 아브루라는 한 이상주의자에 의해 만들어졌다. 궁핍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카라카스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그들의 인생을,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작되었고 마치 한편의 동화와 같은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처음 11명이던 단원 수는 현재 30만 명에 이르고, 현 시대 최고의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구스타보 두다멜과 같은 촉망받는 음악가를 배출했다. 어찌보면 무모해 보이는 한 이상주의자의 아이디어가 아이들을 구원하고, 예술의 힘으로 수십만 명의 삶을 변화시킨 꿈만 같은 이야기이다.

‘울지마 톤즈’로 유명한 ‘톤즈 브라스 밴드’ 이야기도 있다.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는 오랜 내전으로 분노와 증오, 가난과 질병으로 얼룩져 있는 마을이었다. 이곳에서 한국인 신부 고(故) 이태석은 학교를 세워 악기를 가르치고, 밴드를 결성해 아이들에게 삶의 기쁨과 희망을 가르쳤다. 예술은 삶 위에 고요히 있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삶을 변화시킨다는 믿음으로 톤즈를 변화시켰고, 이태석 신부는 지금도 ‘톤즈의 아버지’로 불린다.

파블로 피카소는 말했다. “모든 어린이는 본디 예술가다. 문제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 예술성을 어떻게 지키느냐이다.” 지금 우리사회가 한번쯤 곱씹어 보아야 할 문장인 것 같다. 예술은 예술분야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요, 예술가들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경제 전문가에게도 예술적 창의성은 필요하고, 금융시스템에도 예술적 유연성은 필요하다. 예술을 삶의 선택과목이 아니라 필수과목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도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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