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4차 순환로 도동구간 ‘협의회’ 곧 출범…측백나무 훼손 막나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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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30 07:33  |  수정 2015-03-30 07:33  |  발행일 2015-03-30 제6면
“설계변경 예산 집행 위해 필요”…도로公, 갈등조정 첫 회의 추진
市·국토부·주민대표 등 구성…터널화 공사로 되돌릴 가능성
[월요기획] 4차 순환로 도동구간 ‘협의회’ 곧 출범…측백나무 훼손 막나

천연기념물 1호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이 4차 순환도로 건설로부터 보전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도로공사는 대구 4차 순환도로 도동구간의 설계변경 여부 등을 놓고 ‘갈등조정협의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 협의회를 통해 도동구간의 ‘터널화’ 여부에 대한 검토가 심도 있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4차 순환도로 6공구인 동구 지묘동~둔산동 구간 4.68㎞(도동구간)의 설계변경 여부 등을 논의할 갈등조정협의회가 구성됐다.

협의회는 대구시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대구시의회, 환경 전문가와 주민 대표 등으로 꾸려졌다. 도로공사는 조만간 첫 협의회를 열 계획이다.

이에 앞서 대구시는 지난해 측백나무 숲 보존을 위해 4차 순환도로 도동구간의 설계 변경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도로공사의 설계안에 따른 도로 건설이 측백나무 숲의 고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민 의견을 반영한 것이었다.

도동구간은 도로 설계를 두고 도로공사와 주민 간에 수년간 마찰을 빚어왔다.

도로공사는 2008~2011년 도동구간 기본설계에선 도로와 측백나무 숲 사이의 이격거리 520m를 두고 터널화하기로 했지만, 2012~2013년 실시설계에선 거리를 280m로 좁히고 고가도로로 건설하는 방안으로 변경했다. 당초 설계대로라면 비용은 300억~400억원 더 소요되지만 교통사고 위험은 높다며 도로 안전성 확보를 위해 측백나무 숲과 더 가까운 곳에 도로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게 도로공사의 이유였다.

반면 이 지역 주민들은 측백나무 숲 보전을 위해 도동구간의 설계 변경을 요구했다.

김지훈 도동측백나무숲보존협의회 사무국장은 “4차 순환도로 앞에는 측백나무 숲이 있고, 맞은편엔 대구시기념물 5호인 용암산성이 있다. 고가 교량 형태로 도로가 건설되면 심각한 문화재 훼손이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2003년 1천150여 그루였던 측백나무 개체수가 현재 700여 그루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포항 고속도로 건설로 진동과 환경변화에 의해 고사한 것이다. 측백나무를 지키기 위해선 원안대로 터널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 9월 열린 현장 시장실에서 설계 변경을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치권도 설계변경을 위해 힘을 보탰다. 이후 국토부는 설계 변경 예산 10억원을 확보하고,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도로공사는 국토부의 설계 변경 용역비를 집행하기 위해선 갈등조정협의회에서 의견 조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갈등조정협의회 자체에 대한 주민 반발이 남아있어, 협의회 개최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서덕교 도평동 발전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도로공사가 설계변경안을 들고 와서 협의회를 열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제 와서 설계변경 여부를 또다시 협의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관계자는 “이해당사자 간 이견이 첨예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논의를 위해 협의회를 구성한 것”이라며 “설계 변경 예산 집행을 위해선 기재부 승인이 필요하다. 협의회는 승인을 위한 절차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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