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선상루어낚시 핫 시즌-어청도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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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07   |  발행일 2015-08-07 제39면   |  수정 2015-08-07
수심 30m 어초밭에서 올라오는 빨래판 크기의 광어…‘힘이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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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씨가 씨알 굵은 광어를 낚아 수면 위로 끌어내고 있다.


올해 광어 루어낚시의 조황이 주춤하다고는 하나, 그래도 시즌은 시즌이다. 군산권 먼 바다에서는 심심찮게 80㎝ 이상 빨래판 광어 소식이 들린다. 광어 다운샷낚시(봉돌 위에 바늘을 달아 루어미끼로 하는 낚시)가 수도권 꾼들의 대표적인 선상루어낚시로 정착이 되면서 선장들의 포인트 경쟁도 치열하다. 게다가 나름의 노하우가 분명해서 선장들은 각자 자신만의 광어 다운샷낚시스타일을 고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어초낚시는 선장의 지시 아주 중요
내리라는 신호에 맞춰
일제히 채비를 내려야 하고
감으란 지시 떨어지면 즉시 올려야
그렇지 않으면 채비가 뜯기거나
다른 사람 채비와 엉켜…조과 뚝

어초낚시는
조금씩 더듬어 나가는 방법이 확실

어청도 다운낚시 10월말까지 계속

◆첫 물때를 놓쳤는데…

새벽 6시. 나는 라팔라코리아 직원들과 함께 무창포항에서 광어 다운샷낚시 전용선인 스텔스호에 올랐다.

“늦었어요. 한 시간 전에는 나가야 하는데.”

황호길 선장이 걱정스러운 혼잣말을 내뱉는다. 무창포에서 오늘의 목적지인 어청도 해안까지는 배로 한 시간 거리. 오전 5시에는 출발을 해야 광어가 입질을 잘 하는 물때에 맞출 수가 있었다는 거다. 이날은 10여명이 독배(전셋배)로 출조를 한지라 출항시각에 맞추지 못한 사람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늦어지게 된 것이다. 스텔스호는 빠르게 무창포항을 빠져나갔다. 약 1시간 후 도착한 곳은 어청도 근해.

“물이 안 가네.”

역시 황 선장이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류의 흐름이 거의 없어 채비가 그냥 바닥에 내리꽂힌다.

“바람으로 배를 흘리면서 해 봐야지요 뭐.”

경험 많은 황 선장은 자신이 마킹해둔 어초 포인트 위로 배를 옮긴다.

“오른쪽 선미부터 어초에 올라탑니다. 여섯 바퀴 감으세요.”

배의 오른쪽 뒷부분부터 어초 포인트로 진입하고 있으니 채비가 걸리지 않게 릴을 감아올리라는 황 선장의 지시다. 릴 한 바퀴에 60~70㎝ 원줄이 감기므로, 6바퀴면 4m 정도 채비를 올리라는 뜻이다. 그래야 채비가 어초에 걸려 뜯기지 않고 광어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어초낚시에서 선장의 지시는 아주 중요하다. 내리라는 신호에 맞춰 배 위에 있는 꾼들은 일제히 채비를 내려야 하고, 감으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즉시 채비를 걷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채비를 뜯기는 건 물론이고, 옆 사람의 채비와 서로 엉켜 낚시가 아주 불편해진다. 조과야 말 할 것도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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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길 스텔스호 선장이 어청도 어초에서 뽑아올린 대광어를 들어 보인다.

◆어초에서는 채비 조작을 섬세하게

조류가 없는 대신 바람이 불어주면서 배가 오른쪽으로 조금씩 흐른다. 어초 위에 채비가 올라타고 있다는 느낌은 낚싯대를 쥔 손으로 전해진다. 투둑 투둑…. 살짝살짝 어초에 채비가 닿는 느낌. 이때가 중요하다. 뜯길 새라 겁을 먹고 너무 많이 릴을 감으면 입질을 받을 수 없고, 채비가 어초에 닿는 느낌이 오는 데도 계속 기다리고 있으면 바늘이나 봉돌이 어초 틈에 박혀 버린다.

투둑 투둑, 어초에 채비가 닿을 때 살짝 릴을 감거나 수심을 조절하면서 입질을 받아야 한다. 암반 바닥이나 사니질 바닥이라면 이런 걸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어초낚시는 다르다. 꾼들을 바짝 긴장시킨다.

일반적으로 광어 다운샷낚시는 편평한 암반바닥이나 사니질 바닥에 채비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황 선장은 유독 어초 포인트를 고집한다.

“저는 어초 아니면 안 가요. 편평한 바닥에서 낚이는 광어랑 어초에서 낚이는 놈이랑은 씨알부터 달라요. 힘은 말 할 것도 없고요.”

이때, 배 왼쪽에서 채비를 내리던 안병진씨의 낚싯대가 확 휘었다. 첫 입질이다. 이윽고 올라온 놈은 50㎝정도 되는 씨알의 광어. 마수걸이가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그렇다면…. 나도 카메라를 내려놓고 낚싯대와 릴을 꺼냈다. 선미에 자리를 잡고 채비를 내렸다. 최근 가장 잘 나간다는 광어 웜 ‘트리거 액스’ 중에서 하얀색을 골라 바늘에 달았다. 주르륵 풀려가던 줄이 축 늘어진다. 봉돌이 바닥에 닿았다. 여유 줄을 감아 팽팽하게 만들고 바닥을 슬슬 끌어본다.

“이제 올라갑니다. 이번엔 11바퀴 감으세요.”

황 선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어초 위로 배가 올라탈 것이니 채비를 올리라는 말이다. 11바퀴면…, 거의 7m 이상 어초가 솟아 있는 바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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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트리거 웜에 현혹된 70㎝짜리 광어.

◆어초 위를 스치듯 더듬어야 확실

어초낚시는 요령이 있다. 자신의 채비가 닿은 곳이 아직 맨바닥이라면 선장 말에 바로 따라할 필요는 없다. 아직 내가 있는 자리는 어초 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배가 흐르면서 맨바닥과는 다른 느낌이 낚싯대로 전해온다. ‘스르륵’ 끌리던 느낌이 ‘투둑 투둑’거리는 느낌으로 바뀔 때가 있다. 이때 조금씩 릴을 감는다. 한번에 11바퀴를 다 감는 게 아니라 천천히 어초 위로 채비가 올라타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아차 하는 순간 어초 속에 채비가 박힐 수 있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채비를 끊어내야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 어초를 더듬어 나가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 내 채비가 어초에 닿을락 말락 할 때 어초 속에 숨어 있던 광어가 덥석 웜을 문다.

물론, 선장이 말하는 바퀴 수에 맞춰 미리 릴을 감아놔도 상관없다. 그러면 채비는 훨씬 덜 뜯긴다. 그러나 그만큼 입질 빈도는 떨어진다.

황 선장에 따르면 이날은 조과가 많이 떨어지는 날이라고 한다. 10여명이 탔으면 적어도 한 사람당 5~6마리씩, 50~60마리는 채워야 한다는 거다. 이날은 그래도 몇몇 꾼들을 빼고는 대부분 한두 마리씩 광어 손맛을 봤다. 제주도에서 온 여성꾼 김은지씨는 선미에서 6~7마리의 광어를 낚아냈다. 나도 선미에서 광어 4마리와 우럭 한 마리를 낚았다. 내가 낚은 것 중 가장 큰 것이 70㎝짜리였다.

“어청도 어초 광어는 다른 곳과 달라요. 힘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청도 마니아까지 생겼다니까요.”

황 선장의 말대로 어초에서 뽑아 올리는 광어는 힘이 그야말로 ‘어마무시’했다. 처음에 쿡쿡 처박다가 이내 조용히 올라오는 맨바닥 광어와는 확실히 달랐다. 30m 아래 어초바닥에서 낚인 광어는 거의 15m 이상 올라올 때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그 중 한 마리는 끌어올리는 도중 원줄을 살짝 늦추는 바람에 기어이 어초 속으로 파고들어갔고, 나는 채비를 끊어내야만 했다. 어청도 광어 다운샷낚시는 아침 공기가 쌀쌀해지는 10월 말까지 이어진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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