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사법제도 불신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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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11   |  발행일 2015-08-11 제31면   |  수정 2015-09-08

최근 SK그룹은 내년부터 2017년까지 2만4천 명의 청년인재 양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한화그룹도 하반기 채용계획을 상반기의 2배 규모로 늘리는 등 2017년까지 청년일자리 1만7천569개를 만들기로 했다. 롯데그룹도 올해 하반기부터 2018년까지 신입·인턴사원을 포함해 2만4천여명의 청년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한다고 밝혔다.

이들 대기업이 신규 채용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은 그룹이 처한 사정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횡령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고 2년7개월째 수감돼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현재 수감 중은 아니지만 집행유예 상태라 여러가지 제약이 많다. 두 그룹은 오너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위해 정부정책에 호응한 측면이 짙어 보인다.

과거에도 재벌 오너들이 구속되거나 사법처리 위기에 있을 때 수천억원대의 돈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칼날을 피해간 적이 있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각종 범죄와 비위를 저지르고도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나가는 국회의원이나 권력자들을 보면 ‘대한민국에서는 돈이 많든지 백이 든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탓인지 국민들의 사법제도 신뢰도가 무법천지에 가까운 콜롬비아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법제도 신뢰도는 27%로 조사대상 42개국 중 39위에 그쳤다.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신뢰도가 각각 83%로 높았고 이어 스위스(81%), 룩셈부르크(76%), 핀란드(74%), 스웨덴(69%), 독일·아일랜드(각 67%) 등의 순이었다. 멕시코(39%), 러시아(36%), 슬로바키아(30%), 이탈리아(29%) 등도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26%), 칠레(19%), 우크라이나(12%) 등 3개국뿐이라고 한다. 사법제도가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은 법치에 대해 국민이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법제도의 불공정·후진성은 4대 공공개혁 못지않게 바로잡아야 할 적폐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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