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어 36.5’ 오픈 사회적기업 자작나눔 대표 육정미씨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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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04   |  발행일 2015-09-04 제35면   |  수정 2015-09-04
“사회적 기업도 기업, 기업가 정신 없으면 망해…제품으로 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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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인 육정미 <주>자작나눔 대표가 지난달 대구에서 처음으로 개장한 사회적기업 매장 스토어 36.5에서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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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어 36.5 매장 안에서 사회적기업 관련 인사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스토어 36.5는 카페를 겸하는 복합공간이다.


지난달 26일 대구에서 처음으로 사회적기업 판매장(중구 공평로 보성빌딩 1층)이 개점했다. ‘스토어 36.5’란 이름을 가진 이 카페 복합공간에선 농산품과 가공식품, 공예품, 화장품류 등 56개 사회적기업이 만든 211 종류의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이 매장의 운영자는 육정미 <주>자작나눔 대표다.

육 대표는 경북대 전자공학과(84학번) 출신으로 2009년 대구여성회 부설 자작나눔센터 센터장을 맡게 됐다. 이 인연으로 이듬해 자작나눔을 사회적기업으로 만들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구치소에 간 적도 있는 육 대표는 졸업 후 잠시 공무원으로 생활하다 7년간 수학학원을 경영했다. 2010년에는 계명대 여성대학원에서 ‘대구지역 여성단체 활동가의 여성주의 실천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부터 대구여성회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회지의 주간을 맡기도 했다. 지난 달 26일 자작나눔에서 육 대표를 만났다.

 

사회적 기업은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것

 

 대구여성회 활동하다
 자작나눔과 인연
 30여종류의 천연화장품
 샴푸·비누 등  생산·판매
  
  싸리나무 추출물 이용해
 천연비누 제조
  아토피 치료 뛰어난 효과
  공법은 특허 출원

 

  사회적기업으로
  특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대표와 직원들의 열정으로
  특혜받는 기업 만들겠다


▲자작나눔과 스토어 36.5는 무슨 의미인가. 또 어떤 일을 하나.

“자작은 스스로(自) 만들어(作) 함께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 자연을 담아 만든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자작나눔은 한 부모 여성과 취약계층 여성의 경제·정서적 자립에서 출발했다. 36.5는 인간의 체온을 의미한다. 제품에 앞서 사람을 먼저 강조하자는 뜻이다. 이 매장은 2012년부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지원하고 있다. 경북, 강원, 부산 등지에서는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았다. 서울·경기지역에 27개소, 기타 다른 지역에 40개의 매장이 있다. 올 초 이 사업에 공모했고, 수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해 선정됐다.”

▲사회적기업 매장을 대구에서 처음 열었는데.

“사회적기업은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것이다. 즉 착한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내는 것이 사회적기업인데 주변에 있는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한 곳에 모았다. ‘착한 상품과 착한 소비의 만남’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꿈을 꾼다. 공장도 건설하고 제품도 수출하며 직원의 임금을 대기업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판로를 찾지 못해 고전하는 사회적기업에 도움이 되길 원한다. 사회적기업이라고 특별대우 받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제품으로 승부하고 싶다. 앞으로 수성점·상인점도 낼 것이다.”

▲자작나눔 센터장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수학학원을 시작했던 2004년부터 대구여성회에서 활동했다. 여성회에서 이사를 한 게 인연이 됐다. 자작나눔은 2010년 대구에서 11번째로 사회적기업이 됐다. 사회적기업의 자립기간이 지나면 문을 닫든지 꾸려가든지 결단을 해야 했는데 센터장이 되고부터 한 달에 3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야 했다. 한때 지원금이 끊겨 10명의 직원이 2명으로 줄기도 했다. 겁없이 좋은 마음 하나로 시작했지만 자작나눔은 성장과 정체를 거듭했다. 지금은 다시 6명의 직원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매출로는 어림없다. 인건비, 세금, 원재료 구입비, 디자인비, 박스비 등 들어가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회적기업도 기업이다. 기업가 정신이 없으면 망한다. 올해 중소기업진흥공단 특화자금을 신청했는데 받았다.”

▲자작나눔은 어떤 기업인가.

“어성초, 녹차, 뽕잎 등 천연소재를 활용해 30여 종류의 천연화장품류와 보디워시, 샴푸, 방향제, 비누 등을 생산 판매한다. 대구한의대 한방생명자원연구센터에서 여성용 청결비누를 개발했다. 2011년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화장품제조업으로 신고했는데 다들 기적이라고 했다. 그해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화동박람회에 참가했다. 또 5월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의료미용박람회에 참가했다. 두 군데에서 다 대박이 났다. 중국인의 반응이 너무 좋더라. 가지고 간 제품을 다 팔고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었다. 중국의 한류를 실감했다. 그런데 인기가 있다고 해서 수익과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더라. 차별화된 완성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자본금 1천800만원으로 <주>자작나눔을 설립했다.”

▲대표적인 상품은 무엇인가.

“옛날 빗자루와 울타리로 많이 사용하던 싸리나무가 아토피와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싸리나무 추출물을 이용한 천연비누 제조공법을 특허출원했다. 좀 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올해 중소기업청 R&D 기술개발과제에 공모해 선정됐다. 앞으로 약산성 세안물비누를 개발하려고 한다. 올해는 중요한 해다. 멋모르고 시작한 사회적기업을 이끌면서 좌충우돌하고 시련 속에서 좌절하고 절망도 했지만 다시 한 번 재정비를 하고 도약하고자 노력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토어 36.5를 개점했는데 이것을 기반으로 내년에는 더 똘똘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고, 제대로된 작업장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 작업들을 할 것이다. 스토어 매장에 입점한 기업과 협력을 체결해 개점행사에서만 팔고마는 일회성 판로가 아니라 판로개척에 노력을 기울이는 운영주체가 될 것이다. 또 방과후 학교체험활동과 장애인단체등에 화장품 체험활동들을 진행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겠다. 스토어 36.5 매장에선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 화장품체험수업이 있다. 최소 인원 3명이면 체험이 가능하다(255-5898).”

▲학원과 자작나눔을 같이 경영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학원을 운영하면서 자작나눔 대표를 맡았을 때 끝까지 둘 다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영업을 하는 대표, 기술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대표, 직원의 프로의식을 고취시키는 대표, 그 3가지 역할만 하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시간 속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다. 아니 능력이 부족했다. 점점 자작나눔 쪽으로 온 마음을 쏟게 되고 생업인 학원운영은 뒷전이 됐다. 하루에 절반만 투자하기로 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2012년 학원문을 닫았다. 그건 큰 시련이었다. 삶에 있어 선택에 대해 회의하고 후회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절망과 희망 사이를 끝없이 왔다갔다 하면서 불안했다. 자작나눔을 시작할 당시 호기롭던 마음과 자신감이 산산이 부서지고 취약계층 여성들의 경제적·정서적 자립을 위해 노력하겠노라 다짐했던 그 시간 속에 어느새 내가 취약계층의 불안한 여성이 돼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주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됐다.”

▲자작나눔의 매장은 스토어 36.5 외에 더 있나. 사회적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이 우수해도 판로가 없어 고민이라던데.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자체 매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2년 벤처기업인증을 받고 스토어 36.5 서울 동작점·노원점에 입점했는데 마진율이 40%가 됐다. 놀라웠다. 또 2013년엔 기업은행과 코레일이 공동운영하는 동대구역 명품마루에 입점했는데 첫달 25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다른 4~5개 회사의 화장품도 있었는데 우리 제품이 10배나 많이 팔렸다. 화장품, 샴푸, 보디로션, 보디워시, 천연비누는 방부제를 넣지 않으면 수출을 하지 못한다. 앞으로 수출품에 한해 건강에 해롭지 않은 수준에서 방부제를 사용할 생각이 있다.”

▲사회적기업은 특히 고용이 중요한데.

“그렇다. 정부와 지자체 등의 지원을 적절하게 활용할 것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요원 2명과 자체고용 2명, 그리고 1년간 중기청R&D과제 인건비지원요원 2명이 있는데 자체 지출은 3명을 고용한 것과 같다. 이것을 기회로 삼아 올 한해 성장할 수 있는 튼튼한 토대를 마련한 다음 고용도 더 늘려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회사가 될 것이다. 사회적기업으로 특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대표와 직원들의 열정으로 특혜를 받겠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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