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가을철 건강한 산행을 하려면

당뇨병을 치료 중이던 60대 여성 환자가 가을비가 온 다음날 아침 식사 후 평소와 다름 없이 뒷산에 운동을 갔다가 낭패를 겪었다. 갑자기 앞가슴을 압박하는 통증에 걷지 못하고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때마침 지나가던 등산객이 그를 발견하고 119에 연락해 동산의료원 응급실로 후송조치됐다. 그는 응급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 받았고 좌전하행 관상동맥의 급성 폐색을 확인하여 성공적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팔다리 혈관 수축으로 심장에 부담
 협심증·심근경색 등 급성질환 발병
 고혈압 환자의 경우 뇌출혈 위험도

 가슴통증·호흡곤란 등 ‘이상신호’
 식은땀과 복통·구토 증상으로 인해
 소화기관 문제로 오인했다간 낭패

 

 준비운동 이어 서서히 강도 높여야
 당뇨병·흡연·비만 땐 특히 주의를

이 여성처럼 가을철 비온 다음날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신체의 사지 혈관 수축으로 인한 심장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식사후 충분한 안정시간 없이 운동을 하게 되면 급성 심장사건의 발생 위험도가 높아진다. 당뇨병과 같은 질환을 동반한 고위험 환자는 적절한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계절과 상황에 따라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즐기고 있는데, 환절기일수록 건강에 주의할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추운 겨울에 심장 질환의 위험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의 경우 요즘 같이 일교차가 크고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부터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돌연사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하고 흔한 원인으로 심장혈관(관상동맥)의 죽상경화(동맥경화)로 심장으로 전해져야 하는 산소와 에너지 공급이 부족해 가슴이 아픈 병이다. 안정 시에는 증상이 없다가 운동 또는 심한 노동을 할 때 증상이 수분 정도 짧게 발생하는 안정성 협심증이 있다. 또 안정 시에도 흉통이 발생하고 강도가 심해지는 불안정 협심증, 더 나아가 흉통이 상당시간 지속되고 그대로 두면 급사할 수도 있는 급성심근경색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원인이 되는 위험인자로는 가족력, 나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비만 등이 있으며 이 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은 흉통이다. 이는 가슴중간이나 왼쪽이 찢어질 듯하게 혹은 짓누르는 듯이 아프면서 숨을 쉬기 힘든 상태로 나타난다. 또한 호흡곤란 및 식은땀이 흐르기도 하며 복통이나 구토,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면 소화기계 질환으로 잘못 알 수도 있다.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을이 들어서는 10월부터 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자가 늘어나게 된다. 이는 더운 여름에는 활동량이 많지 않다가 날씨가 시원해지면서 활동량과 운동량이 많아지고, 갑자기 차가운 바람에 노출되면 허혈성 심장질환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새벽에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추위를 느끼는 동시에 혈관을 수축시키는 호르몬이 뇌의 명령에 의해서 혈액 속으로 보내진다. 이어 체열발산을 막기 위해서 자율신경이 작용해 몸 표면의 말초혈관이 수축되고 이로 인해 피의 공급이 줄게 되면 심장은 떨어지는 체온을 올리기 위해 더 빠르게 운동을 하게 된다. 이것은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장에 커다란 부하를 주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심장질환의 악화가 유발될 수 있으며, 나아가 고혈압 환자의 경우 최대 혈압이 급상승하여 뇌출혈로 쓰러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환절기에는 혈압이 높거나 협심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심장 발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깥에 나갈 때 충분한 크기의 옷을 여러 겹 입고 나가야 하며 머플러 등을 이용해 갑자기 찬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젊고 건강한 사람도 처음 운동을 할 때 강도는 자기 운동능력의 50%에서 시작해 85%까지 점차 증가시켜 나가는 것을 권하고 있으므로,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고 서서히 강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 좋다.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이 갑작스럽게 과격한 운동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평소와 유사한 강도의 운동이라도 앞서 언급한 추운 환경 또는 스트레스를 높이는 환경에서 이루어질 경우 심장에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자신도 모르는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은 이러한 여러 가지 조건에 동시에 노출됨으로 인하여 첫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도 가을철에 많이 나타난다.

또 하나 특히 주의하여야 할 점은 식사 후에 바로 야외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식후 소화를 위해 장으로 혈류를 보내기 위해 심장의 운동이 늘어나는 시점에 신체 활동으로 심장에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가을철 즐거운 야외활동을 가지기 위해 건강 상태를 점검해 보고 주의점을 기억해 보는 것은 본인과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출발점이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