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41] 이금순 작가와 동국대 이태경 교무처장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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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03   |  발행일 2015-11-03 제23면   |  수정 2015-11-03
예순 만학도의 열정에 짧지만 이리저리 얽혀…
서로에 도움을 주면서 인생의 그림을 그리다
[인연 .41] 이금순 작가와 동국대 이태경 교무처장
이금순 작가(왼쪽)와 동국대 이태경 교무처장이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학생과 교수이지만 오누이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한 이들의 인연을 보면 인생에 있어서 좋은 인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지용 기자 sajahu@yeongnam.com
[인연 .41] 이금순 작가와 동국대 이태경 교무처장

◇李 처장이 본 李 작가는


2년전에 대학원생으로 처음 만나…
20대 학생에 비해 쉽지 않았을 텐데
작품활동·학업에 대한 애정에 감동
포용력·리더십도 뛰어나고 적극적


◇李 작가가 본 李 처장은


학생회장 출마 때 용기 주고 격려
1년간 활동하는데 적극적으로 지원…
지난봄 대학 갤러리 개인전도 주선
미술전공 학생 많은데 배려에 감사


‘인연’ 시리즈의 41번째 기사를 쓰면서 주인공 중 한명인 이금순 작가(59)를 어떻게 부를까 잠시 고민을 했다. 이 작가는 오랫동안 서예를 해왔지만 현재는 서양화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예가가 좋을지, 서양화가가 좋을지…. 이렇게 고민하다가 이 작가에게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지 직접 물어봤다. 그런데 그도 고민스러운지 한참 생각하다가는 서예가로 해달라는 답을 했다. 작가활동을 서예로 시작했고 현재 협회 활동도 서예쪽에서 많이 하고 있어서 내린 결론인 듯 했다.

이 작가는 서예가로 활동하면서 문인화, 서각에도 힘을 쏟아 개인전을 할때 이 장르의 작품도 다양하게 선보여왔다. 서예가들이 문인화를 그리거나 서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것은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서양화까지 그린다니, 왜 그렇게 창작의 영역을 확장해 가는지가 궁금했다. 2013년 동국대 미술대학원에 입학해 서양화를 공부하고 있을 정도로 서양화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 작가는 1988년 서예계에 입문했다. 지금도 서예를 하고 있으니 결코 짧지 않은 경력이다. 서예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인화를 접하게 됐고, 나아가 서각까지 섭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예도 좋아했지만 회화에도 관심을 늘 가지고 있었다”는 그는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대학원에서는 서양화를 선택했다. 쉰살이 훌쩍 넘어 대학에 들어간 그가 젊은이도 전공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데 대학원에서 미술전공을 택한 것은 그의 배우고자 하는 강한 열망 때문이었다. 늘 새로운 것을 찾고 그것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성취감을 맛본 그는 공부에 있어서도 이런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이 작가의 이런 열정을 동국대 이태경 교무처장(63·컴퓨터공학과 교수)은 단박에 알아봤다. 이 두사람은 2013년 이 작가가 대학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봄날, 본관 2층에서 우연히 만났다. 이 작가가 학생회의 일로 본관에 갔는데 거기서 이 교무처장을 본 것이다. 그때를 이 작가는 4~5월쯤으로 기억했다. 이 교무처장도 아마 그쯤이었을 것으로 추측하면서도 이 작가를 만난 시기보다 그의 첫인상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학교의 학생들이 대부분 젊은데 만학도인 이 작가님이 눈에 띄는 것은 당연했지요. 액세서리가 달린 부츠를 신었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 작가님이 미술대학원 재학생이란 말을 들었을 때 ‘역시 예술가답다’는 생각을 했지요. 특수대학원에는 만학도들이 꽤 있지만 일반대학원에서 이 작가님처럼 이렇게 연세가 지긋한 분은 잘 없었습니다.”

이렇게 첫 만남을 가진 뒤 이들은 묘한 인연으로 계속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2014년 이 작가가 대학원 학생회장을 맡게 되면서 이들의 만남은 더욱 잦아지고 긴밀해졌다. 처음 이 교무처장이 이 작가를 만났을 때 이 교무처장은 인재개발처장이었다.

“그때는 인재개발처에서 학생회를 지원하고 어드바이스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 때문에 학생회 활동을 하던 이 작가님을 종종 뵙게 되었는데 지난해 초 학생회 업무가 교무처로 넘어왔지요. 그런데 제가 교무처장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이 작가님이 학생회 회장까지 맡았으니 더 자주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교무처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 작가는 “아무것도 모른 채 학생회장을 맡았는데 처장님이 너무 많이 도와주셨다. 그래서 1년간의 회장 활동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말 끝에 이 작가는 학생회장으로 출마해 당선될 때까지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20대의 젊은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육십을 바라보는 제가 학생회장을 하겠다고 하니 주위에서 많이 놀랐습니다. 여자회장도 잘 없는 데다 학생들의 어머니뻘이나 되는 사람이 회장을 하겠다니 그럴 수밖에 없지요. 2개월여 동안 선거운동을 했는데 회장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먹는 것부터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말 못할 어려움이 있었지만 저 같은 여건의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도했습니다. 그때 이 교무처장님이 여러가지로 따뜻한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포기하려는 제게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교무처장은 이 작가의 학업에 대한 깊은 애정을 잘 알기 때문에 그를 돕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을 했다.

“예순 가까이 되신 분이 일반대학원에서 젊은 학생들과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학생회장까지 맡아 하시겠다니 그 열정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 작가님을 도와줬다기보다는 교무처에서 할 일을 잘 수행했을 따름이지요. 열심히 활동하니 학생회가 좀 더 잘 운영되도록 조언을 해준 정도입니다.”

이 말에 이어 이 교무처장은 이 작가의 장점을 이야기해 나갔다. “나이 드신 분들은 젊은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응력이 떨어지기 쉬운데도 이 작가님은 대학원 생활은 물론 학생회장이라는 직무에 빠르게 적응했습니다. 연세가 있다보니 리더십이 있고 포용력도 대단했지요.”

칭찬의 말에 이 작가는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 상당수가 내 자식보다도 나이가 더 어리다. 그러니 자꾸 아들, 딸처럼 챙겨주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 교무처장이 이 작가에 대해 이처럼 좋은 인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이 교무처장이 제안을 해 이 작가는 동국대 본관에 있는 갤러리에서 올봄 3개월간의 개인전도 펼쳤다. 그동안 이 갤러리에서는 동국대 교수나 유명작가의 초대전이 열려왔다. 아직 재학생이 초대전을 연 경우는 없었던 것이다.

“학교 갤러리에서 제가 초대전을 열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는데 이 교무처장님이 전시를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묻기에 너무 좋아서 처음에는 대답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나이는 많지만 그래도 학생인데 이렇게 배려를 해주니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될지 몰라….”

이 교무처장이 이 작가의 초대전을 주선한 것은 이 작가의 열정도 높이 평가했지만 그의 작품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초대전을 열어주려면 그 전에 작품에 대해 심의를 합니다. 그렇다보니 유명작가들이 많았는데, 이 작가의 작품도 심의를 통과했습니다. 제가 추천한 것도 있지만 작품이 좋으니까 학교에서 초대전을 열어준 것이지요. 이 작가의 작품은 단순미가 있어 보면 볼수록 가슴 깊이 남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 교무처장이 대학원에 미술전공 학생이 많은 데도 유독 이 작가의 작품에 주목한 것은 이 작가의 지도교수인 허만욱 교수의 조언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가장 가까이서 이 작가를 지도한 허 교수에게서 이 작가가 나이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품활동, 학업, 학과 일 등에 열성을 보인다는 칭찬을 수차례 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 작가는 이 교무처장의 배려를 가슴깊이 새기고 있다.

“일부러 졸업식과 입학식이 있는 시기에 전시기간을 잡아주셔서 대학의 교수님과 학생들은 물론 외부인들도 제 작품을 많이 보도록 해주셨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이 교무처장은 자신의 인생에서의 화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인연을 중시해 ‘인연생기’를 화두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인연에 의해 모든 기운, 역량이 생긴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만들어지는 출발이자 중심에는 인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 한사람 한사람과의 인연이 소중한 것이고 이런 인연들이 모여 더 좋은 인연이 만들어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지요. 인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의미가 없습니다. 이 작가님과는 만난 지가 얼마 되지 않지만 특별히 깊은 인연이 있는 듯합니다. 이 작가님의 활동과 제가 해온 학교에서의 업무가 그렇게 연결되는 것이나 이런 인연을 신문사에서 취재하러 오는 것도 모두 좋은 인연의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법정 스님은 인연과 관련해 이런 말을 남겼다.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이들 두 사람을 보면서 법정 스님이 말한 ‘진정한 인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지만 이리저리 얽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아름다운 인생의 그림을 그려가는 인연, 이것이 바로 이 교무처장과 이 작가의 인연인 듯 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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