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나무도 이전…대구시 속앓이만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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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01 07:16  |  수정 2015-12-01 07:18  |  발행일 2015-12-01 제1면
수목 소유권 갖고 있는 경북도
200그루 안동·예천 이식 진행
별관 임시청사로 사용예정 市
“계약체결 더 빨랐다면…”푸념

경북도가 현 도청 부지(대구 북구 산격동)에 있는 나무 일부를 안동·예천 신청사로 이식하는 작업을 진행하자 대구시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내년 초 경북도청사가 이전되면 그 자리에 시청 일부 부서를 임시로 옮기려는 대구시는 가급적 주변 수목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수목에 대한 소유권은 경북도에 있기 때문에 내색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30일 경북도에 따르면 산격동 도청 부지에 식재된 일부 수목을 신청사 부지로 이송하는 작업이 1일부터 본격화된다. 이날은 일단 5t트럭 10대에 20여그루를 실어 나른다. 경북도의 수목 이송작업은 올초 시작됐지만 초기 식재된 나무가 보기에 좋지 않아 추가로 이식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도청부지에 식재된 수목은 총 1천325그루(재산가치 10억원대)이고, 이 중 200그루가 신도청 부지로 옮겨진다. 이송될 수종은 감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배롱나무 등 대부분 나무가 크고 굵기(40~50㎝)가 넉넉한 것이다. 오는 20일까지 수목이송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게 경북도의 방침이다.

하지만 이 광경을 바라만 봐야하는 대구시 직원의 마음은 착잡하다.

대구시는 별관 임시청사로 산격동 도청부지를 사용하려면 기존 건물에 어울리게 식재된 수목이 존치하는 게 좋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다. 새 수목을 식재하면 그만큼 ‘생돈’이 든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최근엔 영문을 모르는 시민들이 산책을 왔다가 도청사 주변 곳곳에 뿌리 뽑힌 채 널브러져 있는 나무를 보고 대구시에 민원까지 제기했다.

대구시청 일각에선 “신 도청사 부지에 수목을 이식하면 새로 식재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차라리 묘목을 심는 게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대구시의 바람일 뿐이다. 정부가 도청사 부지를 매입하는 ‘도청이전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아 수목 등 지장물은 여전히 경북도의 소유다. 이달 중 산격동 도청사 건물 무상임대와 관련해 경북도와 계약을 앞둔 대구시에선 일찍 체결됐으면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았겠느냐는 푸념도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대구시의 심정을 이해한다. 우리도 묘목을 신청사에 일부 식재했지만 너무 썰렁하고 주위에는 쓸 만한 큰 나무가 없었다”면서 “향나무 등 모양이 좋은 나무를 최대한 많이 남겨둘 것이다.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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