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는 詩를 노래로 듣는 詩로…“시노래도 시문학 장르로 자리잡았으면”

  • 이춘호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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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9   |  발행일 2016-04-29 제35면   |  수정 2016-04-29
‘시노래 작곡가 겸 가수’ 진우
2001년부터 시 1400여편 작곡
年 100여회 공연…음반도 8장
20160429

작은 무대에 조명이 켜지고 귀에 익은 음악이 들려온다. 흐르는 음률에 차분한 목소리, 시를 낭송하고 있다. 낭송인은 이 무대에서 낭송할 시를 선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선택한 시를 해석하고 외우기를 반복하며 노력을 기울였다. 낭송이 끝나고 음악이 작아지면서 박수가 쏟아졌다. 낭송인은 시를 쓴 시인을 소개했고, 머뭇머뭇 시인은 무대로 올라와 인사를 한다. 시인과 낭송인, 요즘 문학 행사에 자주 보이는 광경이다.

시집을 통해 혹은 지면에서 눈으로만 전달되던 시들이 최근엔 낭송인들의 감성있는 목소리로 표현되고 전달되고 있다. 시집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이렇듯 시를 쓰는 시인과 그 시를 낭송하는 낭송인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현재는 수많은 낭송인이 활동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낭송인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낭송인들이 많아짐에 따라 시문학은 보다 쉽게 대중에게 다가갈 것이고 시인들은 낭송을 소중한 장르로 아끼고 함께하면 좋을 듯하다. 시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낭송, 퍼포먼스, 시극, 여기에 추가되는 것이 바로 ‘시노래’다. 시를 노래로 작곡한 것이다.

▲시와 시노래의 차이

많은 작곡가가 시노래로 만들 때 음률을 위해 시어를 바꾸거나 달리하여 만드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본래의 시어를 바꾸거나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작곡한다. 또 시노래가 작곡되면 가수에게 연습을 시켜 발표하는데 그 기간이 길어진다. 나는 작곡을 직접 하고 곧바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곡을 발표할 수 있었다.

▲나의 지난 시절

2001년부터 시작한 시노래는 벌써 1천400여편의 시를 작곡했고 시노래 음반도 8장이 나왔다. 매년 100회 이상 시노래 공연을 하면서 ‘민족시인 이상화’ ‘삼국유사의 노래’ 같은 규모 있는 시노래공연 프로젝트에 이어 지난해부터 최동호 시인의 시 10편을 음반으로 만드는 작업을 1년간 해 오고 있으며 이제 마무리 단계에 있다. 최근엔 시인들로부터 시노래 작곡 요청이 많아지고 있다.

▲시노래 가수로 시인 들여다보기

시노래를 시작하면서 시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대구의 시인들은 정과 의리에 강하고 꾸밈없는 성향을 지닌 것 같다. 문단에서 보면 ‘대한민국 시의 수도’라고 할 만큼 대구는 다른 지역보다 활동하는 시인도 많고 좋은 시도 많다.

대구의 어느 동인들의 모임에 곁눈질 해보면 한구석에서는 바둑을 두고 어느 구석에서는 술잔을 기울이고 서예를 하는가 하면 담배 연기 속에 밤새 삶을 이야기하는 사이에 시가 무르익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구엔 훌륭하고 좋은 시인들이 많이 있다.

아직 시노래와 시낭송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시인들도 있지만, 달라진 세상의 한 흐름이라고 공감하면 좋겠다. 시노래는 시와 시인을 더욱 시적으로 만들어 독자와 쉽게 만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시를 지은 시인이 자신의 시를 더욱 객관적으로 음미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마치 가수가 자기 노래를 녹음해 들으면 자기 노래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갖게 되는 것처럼. 이 기회에 시노래도 시낭송처럼 시문학의 특수장르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춘향전에 등장하는 춘향이와 향단이의 관계가 아니라 ‘춘향이와 이몽룡의 관계’처럼 말이다.

글=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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