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의견 경청 않고 밀어붙인 ‘평택기지’ 20년 지나도 진행중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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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18 07:24  |  수정 2016-07-18 07:24  |  발행일 2016-07-18 제3면
■ 성주 반발 ‘평택 데자뷰’
정부, 일방적 태도 고집할 땐 극심한 갈등과 불신은 불가피
先설득後발표식의 소통 절실…합리적인 대화방식 물꼬 터야

첩첩산중이다. 일방적 사드배치 결정에 뿔난 민심의 반발 수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갈등관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역주민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반목과 갈등을 겪었던 과거 주한미군기지 평택이전 문제를 반면교사 삼아 이러한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평택미군기지 이전…935일 반대시위·사회손실 537억

한·미 정부는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완전히 이전하는데 합의하고 2003년 4월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 1차 회의를 열어 협상에 들어갔다. 이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는 2004년 12월 용산기지 이전협정 비준동의안을 가결했다. 평택 지역사회의 반발은 극심했다. 평택기지 확장에 반대해 고향을 지키려던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2004년 9월부터 2007년 3월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팽성읍 대추분교 등에서 밤마다 촛불시위를 했다.

결국 국방부와 경찰은 물리적인 퇴거작전을 강행했다. 2006년 5월4일 새벽 기지 확장 이전지역 내 대추분교에 대한 강제퇴거(행정대집행)와 기지이전 터 철조망 설치작업에 착수해 10시간 만에 종료했다. 이 과정에서 대추분교에서 시위 중인 주민과 시민단체, 학생 등 524명이 연행됐고 210명이 다쳤다. 경찰도 120여명이 부상했다. 당시 반대시위로 말미암은 사회적 비용 손실이 537억원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반목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용산기지 평택이전에 합의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평택 미군기지(K-6 캠프 험프리)는 이전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5월 말 현재 공정률은 73%로 2017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가 시행하는 국책사업이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실패하고 국론분열과 지역갈등을 일으킨 사례도 많다. 환경파괴를 우려한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막혀 수포로 돌아간 동강댐 건설사업, 안면도·굴업도 방폐장 건설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 “속도가 늦더라도 투명한 정보공개와 지역사회 의견 경청해야”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 추진과정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정부가 배치될 지역주민들의 입장을 최대한 경청하고 지속해서 이해와 설득을 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 때 정부가 보인 폐쇄성과 일방적인 태도를 또 다시 고집할 경우 장기간 극심한 갈등과 불신만 유발할 가능성이 큰 이유에서다. 때문에 정부가 속도를 좀 더디게 가더라도 밝힐 것이 있으면 밝히고 처음부터 확실하게 공개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록 첫 단추는 잘못 꿰어졌지만 ‘한미 당국이 성주지역의 레이더 전자파 위해성 여부 등을 검증하기 위해 3단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라는 최근의 발표는 그나마 다행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일각에선 국내법을 따라야 할 의무가 없는 미군 측이 환경영향평가를 거부할 우려도 제기하지만,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SOFA에 명시된 미군의 한국 법 존중 원칙과 대한민국에 민주주의를 도입시킨 미국의 양심적 부담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선 발표 후 설득’이 아닌 ‘선 설득 후 발표’의 소통과 합리적인 대화에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지역이기’ 혹은 ‘님비’ 등으로 몰아가는 수도권 언론의 폄훼에도 불구하고 생명과 농업을 중시하며 착하게 살아가는 농촌지역 주민이 모욕당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향한 지방자치가 농락돼서는 더더욱 안되는 이유에서다. 물론 해당지역 주민들의 이성적인 대응도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이런 과정들이 실행돼야 이번 사태 해결의 시발점이 마련될 수 있다.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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