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탄핵 촛불집회] 서승엽 대구시민행동 공동위원장

  • 이은경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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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23   |  발행일 2016-12-23 제35면   |  수정 20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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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엽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 공동위원장이 대구 중앙로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서승엽 위원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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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없는 대통령 퇴진’11월5일 첫 집회
3500명 무작정 모였지만 지향점은 명확

“시작할 때는 여기까지 올 줄 몰랐는데
21세기 민주주의를 진화시킨 촛불집회
시민이 제 권리·권력 깨닫는 값진 성과”
새로운 대한민국 세우는 게 내년 과제


2016년 가장 큰 이슈는 단연코 대통령 탄핵이다. 광장의 촛불이 자격없는 대통령을 몰아낸 2016년의 마지막을 누구보다도 바쁘게 보내고 있는 서승엽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우라는 촛불의 염원은 아직 미완으로 남아 있다. 2017년 우리의 새로운 과제”라고 말했다.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은 대구지역 86개 시민단체가 연대한 모임이다. 서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거창한 이름과 달리 그 역할은 크지 않다고 한다. 광장의 주인은 시민이고 이들의 역할은 판을 깔아주는 정도라고 한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도, 목소리를 높여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모두 시민이다.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우리조차도 믿기 힘든 일이 터졌다. 실체가 밝혀지면서 서울에서 먼저 촛불 집회가 시작되었고, 대구시민단체들이 뒤를 이어 행사를 준비했다. 11월5일 첫 집회의 장을 마련했다. 통상 집회에 앞서 일정을 잡고 집회의 성격을 규정한 뒤 어떤 주장을 어떤 형식으로 할 것인지 논의할 사항이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무작정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SNS를 무기로 정보의 벽을 없애면서 스스로 학습하고 공유하며 행동하는 시민들에겐 조직이나 단체는 필요하지 않았다.”

첫 집회에 3천500여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자유발언을 신청하고 앞다퉈 마이크를 잡고 단상으로 올라왔다. 그들의 주장은 명쾌하고 정확했다. 시민단체나 운동권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타당성이 있었다.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지 않으며 그 지향점도 명확했다.

“수십만명의 사람이 모이면 집회 자체를 제어하기도 힘들다”는 서 위원장은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은 아무도 갖지 못한다. 이번에는 시민들이 스스로의 민주적인 의식으로 그것을 제어했다. 기존의 정치권, 운동권, 국가기관 모두 시민들이 제어했다. 각성된 시민권력에 의해 어떻게 될 것인가 모두 잘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점점 더 고단해진 시민의 삶은 민주주의를 잊었고 권력은 권력자들만의 것이 되어버린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2016 촛불집회는 국민주권의 민주주의를 완전히 진화된 형태로 귀환시켰다. 촛불집회는 21세기 민주주의를 진화시킨 지구적 사건이다.”

서 위원장은 “내가 주인이라는, 헌법에는 적시되어 있으나 나의 것이라 한번도 생각 못한 내 권리를 확인했고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집회를 통해 배웠다. 운동권이나 사회단체, 정치권 등에서 뻘짓을 해서 역사적으로 일시적인 퇴행을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시민들은 이를 되돌려낼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이제 이들의 고민은 촛불의 미래로 이어진다. “여기서 멈출 수 없는 위태로운 정치과제들이 남아 있다. 일단 대구시민행동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내년 2, 3월까지는 정리되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경험한 것을 담아내는 열린 시민참여 조직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개인적으로 군중의 대오에서 감동한 일은 평생 처음이다. 그 군중 가운데 어느 한사람도 각성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시작할 때만 해도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많은 사람이 함께 이뤄낸 결과다. 생활시민이 생활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공적 정치양식이 된 2016년의 이 경험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글=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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