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이 본점 리모델링 공사를 입찰에 부치면서 지역 기업을 외면했다는 비난이 건설업계에서 일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9월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2310에 있는 지하 2층~지상 18층 연면적 3만6천375㎡ 규모의 본점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제한경쟁 입찰공고를 냈다.
입찰 결과, 신세계건설과 태왕 컨소시엄이 토건과 조경공사 시공자로 선정됐으며, 공사금액은 약 4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건설이 지분 70%의 대표사로, 태왕(30%)은 공동 도급사로 참여하는 구조다.
하지만 당시 대구은행이 내놓은 입찰공고에서 참가자격을 살펴보면, 지역 건설사는 대표사로 선정될 수 없는 조건이 담겼다. 우선 ‘2016년 대한건설협회 종합건설업자 시공능력 평가액 공시에서 토건분야 전국 순위 50위 이내 업체’라는 자격 기준을 제시했으나, 대구·경북에서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건설사는 화성산업(31위)뿐이다. 서한(52위), 화성개발(94위), 우방(149위), 태왕(152위), 동화주택(202위)은 아예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단일 건물 신축, 개축, 대수선 또는 리모델링 공사 준공실적 2만㎡ 이상 보유업체’란 조건도 내걸었으나, 여기에 부합하는 지역 건설사도 화성산업이 유일하다. ‘회사채 A- 등급 이상인 업체 또는 기업신용평가등급 A0 등급 이상인 업체’란 조건도 뜯어보면, 부채비율이 100%인 업체와 200%인 업체 간 점수 차이가 없다. 결정적으로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그래서 나온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부문에서 대형 공사의 경우, 진입장벽이 턱없이 높아 대기업이 독식하는 구조인데, 민간에서도 대기업을 위한 장막을 친다면 지역기업은 살아남을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지역기업을 외면하면 결국 지역기업도 대구은행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리모델링 공사는 철거과정에서 전산 등 중요한 장비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입찰자격을 규정했다. 지역기업이 의무적으로 30% 이상 공동도급에 참여하는 규정도 넣어 지역기업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