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을 묻다 .3] 이상돈

  • 정재훈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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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4   |  발행일 2017-01-24 제6면   |  수정 2017-01-24
“호남정서가 중요…문재인에 반감 있지만 국민의당 지지도 약해”
20170124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이 지난 20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열린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대선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정부를 탄생시킨 1등 공신으로 ‘새누리당 비대위원 3인방(김종인·이상돈·이준석)’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는 현재 새누리당을 떠난 상태다. 특히 경제민주화를 외쳤던 김종인 전 장관과 ‘개혁 보수’로 대표되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야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더구나 김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이 교수는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역임하며 야당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김종인 의원이 경제 전문가라면, 이상돈 의원은 기존 보수주의자들과 다른 개혁적 정치성향이 알려져 있다. 정치를 내다보는 능력도 탁월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정권은 대운하 정책(4대강 정비 사업)으로 실패할 것이라 예언했으며, 최근에는 일찌감치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을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올해 대선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안철수 사드 반대 너무 경솔해
표 잃어버리는 요인으로 작용
지지율 20% 넘어야 3자 구도로…
보수가 결집되는 상황이 오면
민주당과 연대 압력 받을 수도

이번 대선 ‘심판론’성격 강해
정치지형은 진보쪽으로 기울어
김종인, 경제문제 해결에 적합
유승민, 대선 출사표 던질만해


▶이번 대선 구도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나. 야권은 결국 문재인으로 가게 될까.

“호남 정서가 굉장히 중요하다. 다만 아직은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문재인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호남 민심을 직접 들어보니 국민의당 지지도가 너무 약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근 호남에서는 과거 4·19 이후 야권 분열로 군사정권이 들어왔고, 1987년에도 야권 분열로 (정권 획득에) 실패했던 사례를 들며,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 의미가 결국 뭐겠나. 또한 호남은 친(親)반기문 정서는 분명 아니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은 반기문 전 총장과의 연대는 일단 접는 건가. 또 앞으로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지.

“연대를 접는다기보단 처음부터 그렇게 한 적도 없고 가능성만 제기했던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사실상 범보수의 후보로 나와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촛불 민심이 반 전 총장을 지지할 리가 있겠는가. 우리 당의 경우는 최소한 3자구도로서 부각되지 못하면 아무래도 연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또 반 전 총장이든 누구든 간에 보수가 결집되면 외부로부터 민주당과 연대 또는 통합 압력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전 대표가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문재인 전 대표와 단일화를 하게 될까.

“아마 스스로 단일화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의 과거 문제도 있고, 의미 있는 3자 구도를 만들려면 지지율 20%를 넘겨야 하는데 이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국민의당이 대선에서 정권을 창출할 수 있을까.

“우리 당이 승리하기를 원하지만 지금 대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 문제다. 저는 솔직히 구(舊) 체제를 교체시켜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의 보수를 내세웠던 집단들은 사실 보수에 그야말로 먹칠을 했다. 보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에 대해 변명할 길이 없다고 본다. 정치권도 결국에는 사실상 승리하기 위한 선거보다는 대선 후 세력을 위한 유권자의 판단을 받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본다.”

▶대선 과정에서 변수는 없을까.

“이번 대선은 4·19 이후의 선거와 비슷하게 ‘심판론’이 워낙 강하다. 사실 미국의 ‘샤이 트럼프’처럼 침묵하는 보수 유권자들도 많다. 다만 지금은 (보수가) 너무 황망하기 때문에 그런 분들이 보이진 않지만, 마지막에는 결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 정치 지형은 진보쪽으로 기울어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문재인 전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건가.

“지금은 다 그렇게 보지 않나. 선거가 너무 이르고 다른 후보들은 준비가 안 됐다. (문 전 대표는) 4년 동안 준비한 사람인데 당연히 가능성이 제일 높을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의 최근 발언을 보라. 미국·북한·세금에 대해 조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노무현정부에서 이 3개 때문에 고생하지 않았나.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노 정권 실패에 대한 경험을 살려주길 기대한다. 살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은 왜 지지율이 떨어졌을까.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번 총선 때 우리 당이 정당 득표가 많이 나왔는데, 우리 당을 지지한다기보다 우리에게 한번 기회를 준 것이다. 그걸 유지하는 데는 실패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지역 의원이 호남만 있는 것도 결정적인 문제였다. 그러니까 타 지역을 잘 가지 않고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도 호남지역 의원들만 나왔다. 사드 반대 입장도 너무 경솔하게 일찍 터트린 것도 문제다. 안철수 의원이 나한테는 의논하지 않고 그랬다. 그래서 내가 화를 냈다. 그렇게 안보는 보수라고 했는데…. 그게 표를 잃어버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찬성할 필요는 없지만 신중했어야 했다. 노동개혁 같은 문제도 야당공조를 따라갔다. 우리가 없어졌다는 거다. 우리가 정부와 야당 가운데서 정말 제3당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우리가 제2 야당이 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참모로, 최순실을 알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박 대통령의 옷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이렇게 했을 줄은 몰랐지. 지금도 그렇지만 국정농단 사태는 이해가 안간다. 박 대통령이 딴 사람 같다. 그동안 당에 있을 때 회의를 주재할 때도 대통령이 직접 모두발언을 적어왔다. 기자들 앞에서 2분 정도 이야기하고 문 닫고 회의하고 그랬다. 내가 있을 때도 중요한 안건이나 정치쇄신, 공천 문제 같은 건 회의하기 전에 미리 대화해서 정하곤 했는데 지금 이런 모습은 정말 상상이 안간다. 다른 참모진들도 지금 박근혜는 내가 느낀 박근혜가 아니라고 입모아 말한다. 과거 모셨던 사람으로서 정말 나도 ‘멘붕’이었다.”

▶함께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종인 전 대표의 단독 출마론이 나오던데 어떻게 보나.

“지금 대통령 하기에 가장 준비된 사람은 김종인이 맞다.(웃음) 대선에 나오실지는 모르겠으나, 김종인 전 대표가 워낙 철학도 있고 내공도 깊은 분이지 않나. 지금 경제위기 상황에서 전문성도 있고 뚝심도 있는 분이기에 경제 문제를 해결하라는 시대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합한 분이긴 하다. 대선 주자로 아직까지 지지율은 거의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다만 평소 보수나 진보 이념을 진부한 이야기라고 하셨기 때문에 여·야 어느 쪽으로 나오실지는 모르겠다.”

▶새누리당의 혁신 과정을 어떻게 보나.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당내 친박(親박근혜)을 지우려 하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바로 얻기는 어렵지만 지켜봐야 한다. 바른정당이 세워졌다고는 하나 상당수 의원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다음 총선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대선 후에 정당구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새누리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 항간의 소문처럼 반기문 전 총장과 김종인 전 대표를 동시에 모실 수도 있을까.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 대선이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까. 물론 두 분 다 영입하면 대선에서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새누리당은 가라앉고 두 사람만 부각되는 꼴이다. 다만 그런 것이 급박한 대선 정국에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TK(대구·경북) 정치권은 박 대통령 탄핵 이후 충격이 큰 상황이다. TK가 다시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대구 정치권은 지난 총선부터 많이 바뀌고 있었다. 보수의 중심인 지역이 무소속 유승민·주호영 의원은 물론 야당 성향의 김부겸·홍의락 후보도 당선시키지 않았나. 변하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따진다면.

“유 의원은 당선 가능성을 떠나서 출사표를 던질 만하다. 다만 득표를 얼마나 할지가 중요하다. 유의미한 지지율이 나와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급작하게 치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돈이 많이 나갈 것도 아니고 도전할 이유가 충분하다. 차기를 봐서도 말이다.”

대담=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yrlee@yeongnam.com

정리·사진=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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