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 활동’ 첫발 떼는 초등1학년…선행학습보다 학교적응이 우선

  • 이효설,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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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6 07:40  |  수정 2017-02-06 07:40  |  발행일 2017-02-06 제15면
대구교대부설초 박소영 선생님이 말하는 ‘초등생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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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대구교육대 부설초등에서 1학년을 마무리 중인 학생들이 박소영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퀴즈놀이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섬결·강호석·박지유·안준성 학생.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초등학교 1학년의 입학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비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상당수 부모는 아이가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 하지만 초등 교사들은 교과 자체에 대한 준비와 성취보다 학습이나 생활에서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초등학교 1학년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인지 알아봤다.

◆1학년은 학교에 적응하는 시기

“공부는 언제 해요?” 초등학교 1학년 신학기,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초등학교 1학년을 하나의 경쟁사회로 인식하고,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두각을 드러내길 바라는 학부모가 적잖다.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는지, 수업 중 발표는 몇 번이나 했는지, 받아쓰기 시험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하지만 1학년 교육과정의 목표는 생활습관과 학습습관을 잡아주는 것이다. 학교와 교사는 이 목표에 준해 교과 수업을 하고 지도한다. 3월 한 달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 ‘1학년이 되었어요’가 대표적이다. 선생님과 함께 학생들이 직접 학교시설을 둘러보고 교과목을 살펴본다. 친구를 만나고 선생님과의 관계도 형성한다.


생활습관 바꾸기

일찍 일어나는 습관 중요
밤 10시 전후엔 취침 지도
숙제도 혼자 해결하도록…

학교서 떼 쓰는 아이 적잖아
가정서 많은 대화 나누며
소통능력 키우도록 도와야



학습습관 기르기

공부는 독서습관서 갈려
싫어할땐 그림책으로 시작
끝까지 읽도록 가르쳐야

이젠 책상에 앉도록 유도
부모들 조금만 열성있으면
일상에서도 보충학습 가능


박소영 대구교육대 부설초등 교사는 “선행학습이나 학원·과외 등을 중시하는 교과중심 교육관을 가진 학부모들이 적잖다. 하지만 1학년은 충분한 적응활동이 이뤄지는 시기”라면서 “학부모가 여유를 갖고 학교생활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하도록 하고 교우관계와 선생님, 학교생활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건강한 수면습관과 자기주도적 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이죠.” 박 교사는 그중에서도 수면습관을 가장 우선으로 꼽았다. 부모가 억지로 깨워서 일어나는 아이와 스스로 깨어 학교 갈 준비를 하는 학생은 학교생활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찍 일어나 여유있게 식사하고 가족간 대화로 하루를 시작하면 아이의 정서가 안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학교 문턱을 넘는 1학년 아이에게 스스로 일어날 것을 주문하기가 쉽진 않다. 특히 요즘엔 집집마다 취침 시간이 일정치 않은 데다 밤 늦게 잠자리에 드는 가정이 적잖아 아이의 수면 습관도 덩달아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박 교사는 “스스로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려면 일찍 잠에 드는 습관부터 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부모 역시 일찍 자야 하는데, 보통 밤 10시 전후가 좋다”고 조언했다.

편식습관이 있는 아이는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주로 집에서 식사를 하면 편식습관을 고치기 어렵다. 학교에서 급식을 하는 것을 편식을 고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편식이 심한 아이가 있다면 가정에서도 간이식판을 활용해 직접 자신이 먹을 반찬과 밥을 떠서 다 먹도록 지도하면 좋다.

초등학교 숙제의 의미는 자기주도적 습관 들이기에 있다는 점을 학부모들은 명심해야 한다. 예전보다 숙제 분량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학부모 중에는 숙제 자체에만 신경을 써 대신 해주거나 잘하도록 돕는 일이 적잖다. 아이가 매일 자신의 해야 할 일을 자신의 힘으로 하도록 해줘야 한다.

수업시간에 떼를 쓰는 아이들이 적잖다. 가정에서 부모에게 떼를 쓰는 버릇을 학교에 와서 그대로 하는 것인데, 친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의견을 나누는 소통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부모가 옆에서 도와야 한다. 가정에서 부모가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민주적으로 하는 과정을 선보이면 좋다.

◆일상생활이 곧 수학시간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독서습관을 길러라.” 1학년 때부터 학습에 열을 올리는 학부모들에게 박 교사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독서습관이 들면 아이는 공부를 해야 할 때 자연스럽게 공부에 집중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독서습관을 위해 평소 안 읽던 책을 읽느라 애쓰는 부모들도 적잖다. 이런 부모 중 상당수는 “암만 노력해도 책 안 읽더라”고 푸념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박 교사는 먼저 그림책을 읽어줄 것을 권한다. 이때 도서관에 들러 아이에게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르게 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반드시 끝까지 읽도록 가르친다.

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과 관련된 책을 읽도록 하거나 안 읽더라도 최소 주 1회 도서관에 같이 가보는 것도 괜찮다”면서 “교과서 말미에 적혀있는 참고도서를 찾아 읽으면 아이가 수업시간에 집중도가 높아지니 추천한다”고 했다.

이제 초등학생이 됐으니 책상에 앉아 공부도 해야 한다. 이때 포인트는 억지로 책상에 앉아 교과목 문제집을 많이 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1학년 공부는 부모가 조금만 열성이 있으면 생활 속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령 수학시간에 숫자를 익혔다면, 아이에게 ‘오늘 저녁에 먹은 반찬이 모두 몇 가지지?’ ‘네 방과 거실에 있는 빨간색 물건은 몇 개야?’라며 물어보는 식이다. 아이는 공부에 대해 지레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학교에서 배운 것을 자연스레 복습할 수 있다.

박 교사는 “받아쓰기 성적에 집착하거나 성적이 안 좋다고 걱정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받아쓰기로 학력을 비교하는 시대는 벌써 끝났다. 1학년 때는 쓰기보다 읽기에 신경쓰는 것이 좋다. 읽기를 통해 글을 정확하게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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