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神으로 가는 비밀노트] 국어

  • 이효설,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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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3 07:43  |  수정 2017-02-13 07:43  |  발행일 2017-02-13 제15면
“자신만의 기호체계 만들어 지문을 구조적으로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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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구 도원고 한 학습실에서 문웅열 교사가 학생에게 ‘제대로 국어 지문을 읽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공부 방법을 아는 것은 공부의 반이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방법이 틀리면 수능 점수 1점 올리기가 어렵고, 반대로 낮은 등급에서 헤매고 있어도 자신에게 맞는 올바른 공부법을 체득하면 좋은 점수 받기는 시간문제다. 의외로 공부하는 요령을 모른 채 무작정 노력만 기울이는 학생이 많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영남일보는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과 올바른 공부법을 전달하고자 한다. 일선 학교에서 학습법을 연구하는 고교 교사들을 비롯해 교육전문가, 자타 공인 ‘공신’으로 이름난 학생들의 입을 빌려 시리즈로 싣고자 한다.


성적 향상은 결국 읽기 능력서 갈려…눈으로만 읽으면 자신이 뭘 모르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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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웅열 대구 도원고 교사

“국어 성적은 공부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보면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고교 3년 동안 문제집 수십 권을 풀었는데 고1 첫 성적과 최종 수능 성적이 같았다”며 푸념을 하는 학생도 만난 적 있다.

국어, 도대체 어떻게 공부해야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지난 9일 학교에서 만난 문웅열 대구 도원고 교사(국어)는 “국어 성적, 올릴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서 “마스터키는 결국 읽기 능력”이라고 단언했다. 국어 성적이 높은 학생들의 과거를 추적해보면 어린 시절 책을 많이 읽었거나 가족·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바쁜 고교 수험생활에서 독서는 부담으로 다가올 뿐 실천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는 현실적 대안을 내놨다. 그것은 책이 아닌 ‘지문을 제대로 읽는 것’이다.

다음은 보통 학생들의 국어 문제 풀이법이다. 책상에 앉아 팔짱을 낀 채 눈으로만 지문을 쭉 읽는다. 요즘 국어 지문은 800~1천200자. 읽다 보면 앞의 내용이 기억이 안 날 때가 많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지만 시간 관계상 곧바로 문제풀이를 한다. 틀린 문제는 해설지를 읽어보고 넘어간다.

문 교사는 이런 학습법에 대해 “자신이 읽은 것을 이해했는지 못 했는지도 모른 채 문제를 푸는 것”이라면서 “문제를 얼마나 많이 푸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지문을 이해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지문 읽은 후 기호체계 훑으며 내용 한두 줄로 요약…딱 100일만 해보면 효과 체감

그렇다면 지문 이해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지문을 구조적으로 읽는 훈련을 하라고 주문했다. 예를 들면 지문을 읽을 때 자신만의 기호체계(△, O, ~, ※ 등)를 만들어 개념·근거·결론 등을 표시한다. 이렇게 한 개 지문을 다 읽은 후엔 기호체계를 한 번에 쭉 훑어보며 전체 내용을 요약해 한두 줄로 적어본다. 안심이 안되면 자신이 요약한 지문 내용을 친구에게 말로 설명하며 글을 머릿속에 구조화시켜 담는다. 이러한 방법은 특히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비문학 지문에서 용이하다. 비문학은 수능 국어에서 전체 문항수의 35~4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문 교사는 “지문을 읽어내는 능력을 훈련하는 것인데 속는 셈 치고 딱 100일만 이렇게 해보라. 이틀에 한 번 정도 수능 기출문제 중 비문학 지문 2개, 문학 지문 2개를 이렇게 구조화하는 연습을 하며 꼼꼼히 읽어보라”고 했다. 이과 학생은 철학·인문학 지문을, 문과 학생은 과학·기술 지문을 많이 볼 것을 주문했다. 취약한 지문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학습효과는 상당하다.

그는 “이러한 훈련은 수영에서 발차기 훈련과 같다. 수영을 시작하고 한두 달 이것만 하는데, 바로 기본기를 정확하게 몸에 배게 하는 것”이라면서 “지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서 문제풀이에 매달리는 것은 발차기도 못하는 사람이 배영·접영을 하겠다고 욕심부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1학년 학생이라면 지문읽기를 한 후 굳이 문제풀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풀이는 2~3학년 올라가면서 무수히 한다. 읽어내는 능력을 충분히 키운 후에 해도 늦지 않다. 빨리 푸는 것에 의미를 둬 정확하게 읽지 않는 학생들 보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해설지 들추지 말고 틀린 이유 직접 찾아야

본격 문제풀이에 들어가면 자신이 자꾸 틀리는 문제 유형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굳이 오답노트를 만들 필요까진 없지만, 약점을 알아야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모른 채 ‘문제를 많이 풀다 보면 저절로 성적이 올라가겠지’라는 식으로는 성적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틀린 문제 유형을 집중적으로 풀어 실수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문 교사는 설명했다.

수학과 마찬가지로 국어 역시 해설지는 별 도움이 안된다. 통상 국어 해설지는 문제의 각 문항과 연계되는 문장이 지문 어디어디에 있다고 설명해준다. 학생들은 이것을 보며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가는데, 이렇게 하면 읽기 능력이 제자리걸음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틀린 이유를 직접 찾아내야 한다.

문 교사는 “국어는 지문 속에 정답이 숨어 있다. 이걸 못 찾아서 문제를 틀렸는데 직접 틀린 이유를 찾지 않고 해설지 도움을 받으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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