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의 댐·저수지 수문 개방…빠른 유속 이용해 녹조 줄인다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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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2 07:30  |  수정 2017-03-22 07:30  |  발행일 2017-03-22 제11면
국토부 ‘4대강 수질’ 용역결과 발표
상류의 댐·저수지 수문 개방…빠른 유속 이용해 녹조 줄인다
정부가 4대강 녹조 발생을 줄이기 위해 보 수문을 열고 유량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댐-보-저수지 연계운영’ 방안을 실시하기로 하자, 환경단체에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정부 용역결과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2015년 녹조를 줄이기 위해 한 번에 많은 양의 물을 흘려보내는 펄스형 방류가 실시되고 있는 강정고령보. <영남일보 DB>

2012년 3월 중순 구미시 선산읍에 위치한 낙동강 구미보 주변의 물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앞서 강정고령보 주변 등 낙동강 중·하류에서 관찰된 조류가 구미보 일대까지 올라온 것이다. 석 달 뒤 짙은 녹조는 낙동강 전체로 번지면서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때부터 수질오염 여부를 놓고 환경단체와 정부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환경단체는 “보 건설로 유속이 느려져 조류가 발생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보의 수문을 열어 물을 방류하고 최종적으로는 보를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가뭄과 이상고온의 영향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며, 강바닥을 준설하고 비가 오면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맞섰다.


2013년 9월에는 4대강 사업 구간인 낙동강·영산강·금강의 수소이온농도(pH) 수치가 법적 기준을 초과했다. 또 일부 구간에는 강바닥의 용존산소까지 고갈돼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정부는 하수처리장 등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만 줄이면 녹조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녹조라떼 현상은 4대강 사업 이후 2012년부터 매년 발생하는 등 개선되지 않고 있다. 매년 발생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발생 기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낙동강 6개洑 순차적 개방하자
수심별 용존산소 차이 줄고
남조류도 대부분 지점서 감소”

환경단체 “방류 중단하자 회귀
수질개선 효과는 제한적
용도없는 洑 유지위한 얕은 수”

◆“4대강 보의 수문 열겠다”

정부는 최근 4대강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보의 수문을 열어 물을 대량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보에 물을 채워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수질도 개선하겠다던 ‘4대강 사업’의 취지에서 사실상 후퇴한 셈이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이 용수 확보에는 기여했지만 수질을 악화시켰다는 정부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20일 환경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는‘댐-보-저수지 연계운영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수질개선을 위해 강수량이나 댐 저수량 등을 고려해 네 가지 운영 시나리오가 마련됐다. △상류 댐·저수지에 비축된 물이 있을 경우 먼저 댐·저수지의 물을 방류한 뒤 보 수위를 낮추는 방안 △상류 댐·저수지에 비축된 물이 없을 경우 하류의 보 여러 개를 동시에 방류하는 방안 △비축된 물이 없을 경우 상류에 위치한 보부터 순차적으로 방류하는 방안 △여러 보를 동시 방류하고 비가 내리면 물을 모았다가 다시 방류를 반복하는 방안이다.

연구 결과 효과가 가장 좋은 첫째 방식을 적용할 경우 낙동강 중·하류 5개 보의 남조류(녹조 원인 생물) 세포수가 22%에서 최대 36%까지 감소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낙동강과 금강에서 댐-보-저수지 연계운영을 시범 적용한 결과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낙동강의 경우 총 5일간 이뤄진 시범 적용에서 합천댐의 물을 먼저 방류한 뒤 5개보(칠곡·강정고령·달성·합천창녕·창녕함안보)의 수문을 순차적으로 열어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물이 섞이면서 수심별 용존산소의 차이가 줄었고, 남조류도 대부분 지점에서 감소했다.

◆“보 유지하려는 얕은 수”

하지만 문제점도 남아 있다. 낙동강 모니터링 결과 방류 직후에는 수심별 용존산소 차이가 감소했으나 방류 중단 1일차부터는 방류 이전 상태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남조류는 방류 당일부터 1일 후까지 대부분의 지점에서 감소했으나 방류 2일 이후에는 일정한 경향성이 없었다. 특히 3개 지점에서는 남조류가 방류 전보다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는 용역 결과를 충분히 검증한 후 수생태계 영향 분석,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확대 시행 등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번 용역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논평을 내고 “낙동강·금강 댐·보 연계운영 모니터링 결과 방류를 중단하자마자 바로 이전 상태로 회귀했다”며 “이미 호수가 된 강에 퇴적된 침전물에서 인 등이 용출돼 나오기 때문에 수질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수위를 낮출 경우 농업용수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어도(魚道)가 물 밖으로 드러나 물고기 이동 제한 등의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이번 연구용역 결과는 4대강 사업의 실패를 감추고 보 운영을 고집하려는 불필요한 대책”이라며 “용도 없는 보를 유지하기 위해 당장 눈앞에 보이는 녹조만을 내려보내겠다는 얕은 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구미=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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