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씨앗’ 뿌린 귀향한 스타강사

  • 글·사진=남해길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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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10   |  발행일 2017-05-10 제16면   |  수정 2017-05-10
서울서 학원 운영하던 오치규씨
동두봉사회·스텝나눔교육원 설립
지역 청소년 대상 무상교육 나서
자기주도식 대안학교 설립 준비
어르신대상 오지 순회 음악봉사도
‘공부의 씨앗’ 뿌린 귀향한 스타강사
오치규씨(서 있는 사람)가 청송읍내 한 카페에서 학습에 앞서 학생 및 학부모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의 명문대를 나와 유명학원 강사로 명성을 날리던 학원장이 고향으로 귀촌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오치규씨(50). 그는 청송군 부남면에서 청송자동차고등학교를 설립한 고(故) 오두희 교장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 전학을 간 뒤 대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사교육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살려 ‘오치규 선생의 성적 역전 몸공부법’ ‘다시, 개천에서 용 나게 하라’를 펴냈으며 ‘삼국지 권력술’ ‘유방의 참모들’ 등 정치 관련 활발한 저술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방학이면 늘 부친이 계신 청송으로 내려와 농촌생활을 했고, 군생활을 하는 2년 동안 고향 농촌의 현실을 경험했다. 오씨는 당시 부남의 한 교회에서 중·고등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학습지도를 했는데 당시 추억이 귀향의 꿈을 품은 작은 단초가 됐다.

“그때는 유난히 한부모 가정 친구들이 많았어요. 손가락이 몇 개 없는 친구, 부모가 이혼한 조손가정 친구들, 도시에서 적응을 못 해 시골로 보내진 친구들, 모두가 상처투성이라 마음을 여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그때 기타와 플루트 등 악기로 친구들과 함께 찬양을 하며 마음을 열 수 있었습니다.”

이후 그는 서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정치철학에 대한 책들을 저술하는 동안에도 늘 마음 한구석에는 귀향에 대한 애틋함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오랫동안 귀향을 준비했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동두(東斗)봉사회’를 조직하고 지난달 중순 드디어 결행했다.

동두봉사회는 군목을 역임하고 의성 경애원에서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 지내며 목회를 하던 중 급류에 떠내려오는 어린아이 둘을 구하고 본인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의인 오동희(吳東熙) 목사의 ‘東’과 평생 고향에서 교육을 위해 헌신한 선친 오두희(吳斗熙) 교장의 ‘斗’를 결합해 만들었다. 동두는 교육과 문화를 통해 지역을 섬기는 봉사단체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20여명이 후원회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은 편이다.

오씨는 ‘동두봉사회’ 외에도 ‘스텝나눔교육원’을 설립했다. 이 교육원은 자신이 개발한 온·오프라인 결합 학습시스템이다.

그는 효율적인 ‘스텝스터디’로 공부할 의지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 지역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또 그동안 인연을 맺은 학습 관련 전문가들과 연대해 도·농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부적응 학생들을 자립하게 만드는 자기주도식 대안학교의 설립도 준비 중이다.

이 밖에 <사>한국다문화청소년 대구경북협회(회장 김광수 대신대 교수)와 협력해 다문화 청소년들의 사회적응과 학습향상에도 일조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색소폰이나 플루트 등 악기 연주에도 소질이 있는 그는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와 함께 반주가 없는 지역의 오지교회와 마을을 순회하며 어르신들에게 음악 봉사를 시작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씨는 “지금은 읍내의 한 카페에서 소수로 시작하지만 장차 더 좋은 여건을 갖춘 공간에서 더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특히 저소득층 자녀, 교육 문제로 귀농을 주저하는 분들에게 귀농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그의 아름다운 귀향이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상담 및 후원 문의 010-8782-5799

글·사진=남해길 시민기자 nampast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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