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파란나비 효과’ 박문칠 감독 “성주 여성들에 주목…집회주민 뜨거운 마음 느껴져 울었다”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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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6  |  수정 2017-06-06 08:07  |  발행일 2017-06-06 제21면
사드배치 반대하는 주민 이야기 담아
지난달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수상
“보편적 평화 위한 싸움 알아줬으면”
다큐멘터리‘파란나비 효과’ 박문칠 감독 “성주 여성들에 주목…집회주민 뜨거운 마음 느껴져 울었다”
영화 ‘파란나비 효과’를 연출한 박문칠 감독은 “영화는 사드 배치 찬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사회적 문제에 성주 주민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다큐멘터리‘파란나비 효과’ 박문칠 감독 “성주 여성들에 주목…집회주민 뜨거운 마음 느껴져 울었다”
영화 ‘파란나비 효과’의 장면들. <인디플러그 제공>

태권도 학원에 다니는 아이를 데리러 가는 엄마, 비닐하우스에서 일을 하는 농민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파란나비 효과’의 초반부에 그려지는 소도시 성주군의 모습이다.

사드가 배치되기로 하면서 성주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주민들은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열어 강하게 자신들의 뜻을 밝힌다.

원래 보수적인 성향이었다는 한 여성은 “반대하는 주민들을 ‘외부세력’이라고 하는 기사가 나오는 걸 보면서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사드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보수 언론을 다른 언론과 비교하면서 내 성향이 급격하게 변했다”고 털어놓는다.

‘파란나비 효과’는 성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 제목은 성주 주민들이 만들던 파란나비 리본에서 따왔다. 주민들은 성주 사드 배치 문제를 전 국민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이 리본을 만들어 전국 각지에 배포하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박문칠 감독(39)은 성주의 여성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 주목한다. 성주 토박이, 대구나 성주 인근에서 살다가 이주해온 여성, 성주로 시집 온 여성 등 다양한 인물들이다.

박 감독은 “이들은 이전에는 정치·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사드 배치를 계기로 생각이 바뀌고 목소리를 내게 된다”고 말했다.

영화는 지난달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 부문에 상영됐고, 다큐멘터리상도 수상했다. 박 감독은 “상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상을 받으면서 작품을 알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기쁘고, 주민들에게 위로와 힘이 될 것 같다. 실제 상을 받았다는 것에 많이들 좋아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촬영은 사드 배치 부지가 성주로 결정된 후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부터 11월쯤까지 이뤄졌다. 박 감독은 혼자 캠코더와 DSLR를 들고 성주 사드 배치와 관련된 현장을 렌즈에 담아냈다. 부족한 부분은 주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 언론사로부터 받은 영상으로 채워넣었다.

박 감독은 지난해 8월22일 열린 촛불집회를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는다. 김항곤 성주군수가 반대 투쟁을 이끌다가 돌연 입장을 바꿔 정부의 제3부지 이전 계획을 수용한 날이다.

그는 보통 감정을 조절하면서 촬영을 하는데, 집회에 참여한 주민들의 마음이 전해져 이 순간 울었다고 했다. “군수의 뜻이 주민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1천여명의 주민이 집회에 나왔습니다. 첫 노래로 ‘고향의 봄’을 불렀는데 주민들의 뜨거운 마음이 느껴졌어요.”

캐나다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박 감독은 왜 성주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그는 2년 전쯤 대구로 이사왔다.

박 감독은 “성주 주민들이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가 배치되면 안된다는 ‘보편적 평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대선 결과를 보고 TK(대구·경북)는 구제불능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영화에는 1번만 찍던 분들이 사드를 계기로 생각이 달라지는 과정이 나온다. 어떻게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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