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가스공사의 도덕적 해이 度 넘었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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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15   |  발행일 2017-09-15 제27면   |  수정 2017-09-15

대구 신서혁신도시 내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의 부도덕하고 방만한 경영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전·현직 임직원 출자회사에 10년간 90억원의 일감을 몰아준 것은 제 식구 배불리기를 위한 꼼수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또한 가스공사는 신규 인력 채용도 규정을 어기고 외부 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제멋대로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현재 공석(空席) 상태로 아직 선임되지도 않은 국제가스연맹(IGU) 부회장을 뜬금없이 고문으로 위촉해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실시한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 실태’ 조사에서 가스공사의 인력 채용 과정에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공사는 외부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채용 업무를 위탁했다. 여기에 들인 돈만 10억원이 넘는다. 가스공사가 2천만원 이상 용역 계약은 일반경쟁에 부치도록 돼 있는 규정을 모를 리 없건만, 수의계약이란 편법을 동원해 유독 한 업체에만 채용 업무를 맡긴 이유가 궁금하다. 특정 외부 업체가 지속적으로 채용 업무를 전담하면 부정이 개입하거나 정보유출 등의 보안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많다. 더구나 가스공사는 직원 채용 때 응시자의 절반가량을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불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연령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고령자고용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가스공사가 공식적으로 선임되지도 않은 IGU 부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IGU 부회장 자리는 송재호 전 부회장이 8월 말 사임한 후 공석인 상태로, 세계가스총회(WGC)가 열리는 다음 달이 돼야 신임 부회장이 선임된다. 더구나 가스공사는 2010년 이후 고문을 위촉한 적이 없고, 2016년 3월에는 관련 규정까지 삭제했다. 그럼에도 가스공사가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고문 위촉을 서두른 것은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가스공사는 국내 가스시장을 독점하는 거대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주먹구구식 경영과 임직원들의 무사안일, 도덕적 해이가 주요 원인이지만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D(미흡) 등급을 받은 것만 봐도 가스공사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스공사의 자성과 혁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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