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여러분도 ‘숨은영웅’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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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8 07:56  |  수정 2018-05-28 07:56  |  발행일 2018-05-28 제18면
“남을 돕는 상처투성이 손이 가장 아름다운 영웅의 손”
갑질 등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
용기 내 타인을 구하려는 사람 있어
작은 실천으로 생활 속 영웅 늘어나길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여러분도 ‘숨은영웅’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한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손을 가진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왕공과 대관들은 자신의 딸과 결혼시키기 위해 손으로 하는 어떤 일도 시키지 않은 채 손만 예쁘게 가꾸도록 하였습니다. 어느 날, 한 소녀는 아파서 어쩔 줄 모르는 말을 보고 자신의 고운 손으로 다리의 큰 가시를 빼 주었습니다. 그러느라 소녀의 고왔던 손은 상처투성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왕자는 상처투성이 손의 소녀를 아내로 맞았습니다. 왕자에게 가장 아름다운 손은 치장하고 화장한 고운 손이 아니라, 남을 도와주느라 더러워진 거친 손이었습니다.


지난 12일, 비가 내리던 서해안고속도로 1차로를 달리던 SUV 앞으로 승용차 한 대가 갑자기 끼어들어 급정지하면서 뒤에 오던 차량이 부딪치는 교통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누가 봐도 고의적인 교통사고였지만 승용차 운전자는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찰은 형사 입건 대신 표창을 하겠다고 하고, 운전자가 몰던 차량의 제조사에서는 새 차량을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뉴스를 접한 국민들은 승용차 운전자의 용기 있는 희생에 감동을 받아 연일 칭찬하고 있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고의로 사고를 내고도 칭찬을 받는다? 그 이유는 보복 운전이 아닌 착한 교통사고였기 때문입니다. SUV 운전자는 지병과 과로로 인해 운전 중 의식을 잃은 채 1차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를 본 자가용 운전자는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음을 인지하고 SUV 앞으로 끼어들어 고의로 추돌사고를 내 차량을 멈춰 세웠습니다. 차에서 내린 후 지나가는 차에 도움을 요청한 후 망치로 유리창을 깨고 운전자를 구출하여 응급조치를 하였습니다.

비오는 날, 고속도로에서 차를 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2차 대형사고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승용차 운전자는 2차사고로 인한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보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데 용기 있게 나섰습니다. 한 사람의 용기 있는 희생으로 타인의 생명을 구하고 또 다른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평범하지만 누구보다 아름다운 손을 가진 ‘숨은 영웅들’이 많습니다. 생업이 걸린 그물을 끊고 달려가 조난 선원을 구조한 선장, 가족같이 자신을 보살펴준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불길로 뛰어든 외국인 근로자, 폭우로 침수된 차량에서 일가족을 구한 시민, 물놀이 중 급물살에 휩쓸려가는 어린이를 구한 여행객, 교통사고로 넘어진 버스를 일으켜 승객을 구해낸 운전자들…

최근 땅콩 회항·물벼락 갑질 등 대기업 일가족의 도 넘은 갑질 행태,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문화계 및 연극계의 만연했던 성폭력, 광주 집단폭행, 아동학대 등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타인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씁쓸한 현실 속에서,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용기 있는 ‘숨은 영웅들’의 아름다운 사례는 사람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배꼽 없는 사람 없지요

용기란 배꼽 같은 것이에요.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만

잘 드러내지 않지요.

하지만 마음 먹는다면

언제든지 드러낼 수 있지요.’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용기, 참 쉬울 것 같은데 막상 하려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숨은 영웅들’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합니다. 이 당연한 일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노약자에게 자리 양보하기, 장애복지시설 봉사활동, 이웃돕기성금 등 작은 일부터 용기 내어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 숨은 영웅들로 가득 찬 살맛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신민식<대구시교육청 장학사·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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