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위 “기본설계·기체결함 우선 규명”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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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0 07:41  |  수정 2018-07-20 07:41  |  발행일 2018-07-20 제7면
“회전날개 떨어져 나간점 주목
유럽기술진 기술자문도 검토”

포항 해병대 헬기 추락사고 조사위원회가 사고 헬기의 기본설계·기체 결함 등 가능성을 우선 규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사고 당시 CCTV 영상에서 로터 블레이드(회전익 항공기의 회전 날개)가 떨어져 나간 장면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조사위는 이 영상이 사고 원인을 좁혀줄 단서로 보고 있다. 해병대사령부가 지난 18일 오후 공개한 사고 당시 CCTV 영상에 따르면 헬기는 10m쯤 상승하다가 헬기의 로터 블레이드가 떨어져 나갔다.

군 관계자는 “2012년 말 사고 헬기의 원형인 수리온 헬기가 각급 부대에 배치됐다. 이후 여러 유형의 사고와 결함이 있었으나 로터 블레이드가 통째로 떨어져 나간 사례는 없었다”며 “이 때문에 기본설계 결함 또는 기체·장비 결함 등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사고 헬기는 기체가 심하게 떨리는 진동 현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유가족에 따르면 해병대 측은 정비를 한 후 시험비행했다는 내용을 설명했다. 기체 떨림 현상을 막아주는 자동진동저감장치에서 문제가 생기면 헬기 전체에 영향을 줘 로터 블레이드가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기체가 떨리는 문제 때문에 수차례 정비를 해왔다”며 “사고 직전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비를 받았던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경남 고성군에서 수리온 헬기가 시험비행 도중 자동진동저감장치에서 이상 신호가 체크돼 만일에 대비해 착륙한 바 있다.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은 기본설계 결함 등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수리온의 원형인 헬기가 유럽에서 프로펠러 이탈 현상으로 추락한 사례가 있다”며 기본설계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고 헬기인 마린온(MARINEON) 2호기의 원형인 수리온은 유럽 헬기업체 유로콥터(현 에어버스헬리콥터스) 쿠거와 슈퍼 퓨마를 한국형으로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2016년 4월 노르웨이에서 수리온의 베이스 설계모델인 ‘쿠거’의 파생형인 ‘슈퍼 퓨마’가 주회전날개 이탈 현상으로 사고가 발생해 13명이 사망했다. 2009년 4월 스코틀랜드에서도 슈퍼 퓨마 기종이 동일한 사고로 추락했는데 그 원인도 기어박스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KAI 측은 사고조사위의 요청이 있으면 에어버스헬리콥터스 기술진에 기술 자문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고조사위 측에서도 유럽 기술진을 불러 기술자문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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