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비스·협업’ 로봇 개발, 韓로봇산업 명운 가른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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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3 08:05  |  수정 2018-10-13 09:14  |  발행일 2018-10-13 제12면
■ 대구 로봇산업의 현재와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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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제로봇산업전’에 참가한 현대로보틱스 부스.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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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제조업계의 구원투수이자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로봇산업이 대구에서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가장 먼저 로봇전문 연구기관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이 대구에 유치됐다. 로봇산업클러스터도 대구 북구 노원동에 둥지를 텄다. 국내 로봇분야의 절대강자인 대기업 ‘현대로보틱스’와 그 협력사들도 대구 테크노폴리스(달성군 현풍면·유가읍)에 자리를 잡고 있다. 대구 로봇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펀더멘털(fundamental·경제기초)은 확실히 다질 수 있게 됐다. 향후 과제는 대구의 이 인프라를 얼마나 잘 활용해 국내 로봇시장 파이를 키우면서 수출신장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느냐다.

◆대구 로봇기업 집적화 토대 마련

대구 로봇산업의 역사는 2010년 2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대구 유치가 확정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엔 임시로 경북대 내에 개원했다.

이후 2014년 11월말 제3산단(북구 노원동)에 진흥원 청사가 완공되면서 옮겨갔다. 대구는 여세를 몰아 정부 예비타당성조사사업을 거쳐 로봇산업클러스터도 품에 안았다. 로봇산업진흥원과 함께 3산단에 자리를 잡은 로봇클러스터 조성사업에는 국비 890억원을 포함해 총 1천416억원이 투입됐다.

인프라가 구축되자 국내외 우수 로봇기업들이 대구를 잇따라 노크했다. 2014년 48개에 불과하던 대구의 로봇기업 수는 2015년 81개로 늘었고, 2016년에는 138개까지 급증했다. 다음 달 발표되는 2017년말 기준 기업수는 175개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2025년까지 250개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게 대구시의 목표다. 2008년과 2010년 대구에 로봇관련 기업이 각각 3개·24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해 6월 완공된 로봇산업클러스터에는 38개사가 입주해 있다. 고무적인 것은 이 중 절반이 역외기업들이라는 점이다. 경북이 6개사로 가장 많고 이어 대전(5), 서울(4), 경기(3), 경남(1) 순이다. 향후 타 지역의 기업유치에도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ABB(1위), 야스카와전기(2위·성서 5차단지내), 쿠카(3위), 현대로보틱스(7위) 등 글로벌 로봇기업들의 대구입성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7대 로봇기업 중 4곳이 대구에 진출해 있다.


2010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유치로 첫발
로봇산업클러스터 등 탄탄한 인프라 구축
ABB 등 세계 7대 로봇기업 중 4개 社 입성
국내1위 현대로보틱스 협력사 함께 둥지

R-BIZ챌린지·로봇올림피아드 韓본선 등
굵직한 행사 개최지도 속속 대구로 변경
비수도권 중 로봇기업 최다도시 입지 방증
‘비제조업용’개발로 국내외 시장 확대 기대



부동의 세계1위 로봇기업인 스위스의 ABB사는 지난해 9월말 영남이공대와 업무협약을 체결, 로봇교육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기술개발, 시설 및 연구장비를 활용한 전문가 인력교류, 인력양성이 주요 협력분야다. 재학생에 대한 로봇교육과 기업체 재직자 고도화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해 3월 센터를 개소했다. 이 센터는 천안시를 제외하고는 지역 최초의 교육센터이자 영남권 로봇교육 총괄 거점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3위 기업 쿠카(독일)는 경북대와 손을 맞잡았다. 쿠카는 연내 경북대에 기술센터를 개소, 로봇 교육 및 기술개발에 나선다. 현재는 관련 연구소가 로봇산업클러스터에 있다.

국내 1위 로봇기업인 현대로보틱스는 협력사와 함께 대구로 진출했다. 동명전기(창원), 일성엠텍(김해), 유명엔지니어링(울산), 선우로보텍(경주), 세신공업(울산) 등 5개 협력사가 같이 둥지를 틀기로 했다. 이 중 동명전기와 선우로보텍 2곳은 이미 공장을 가동 중이다.

대구시는 현대로보틱스의 협력사 2곳의 추가 이전을 타진 중이다. 야스카와전기는 매년 지역 기업 10개사와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비스용·협업로봇 개발로 위상 강화해야

로봇도시로서의 대구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우선, 대구시가 주도하는 ‘글로벌 로봇비즈니스 포럼’에 참여하는 해외협력기관 네트워크가 확대됐다. 지난해 첫 포럼에는 한국(대경로봇기업진흥협회), 미국(매사추세츠, 실리콘밸리), 프랑스(리옹시 론알프 프랑스로봇협회·COBOTEAM), 중국(저장성 로봇산업발전협회) 등 4개국에서 5개 클러스터가 참여했다. 당시 ‘글로벌 로봇비즈니스 협력 대구선언문’도 채택됐다.

다음 달 14~17일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포럼에는 협력네트워크 가입대상이 더 늘어난다. 기존 4개국 외에 러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가 새로 합세해 7개국 8개 클러스터체제를 이루게 된다. 더욱이 올해는 글로벌 로봇 슈퍼클러스터 출범식과 글로벌 로봇 네트워크 구축협의회 구성도 예정돼 있다. 2025년까지 25개국 30개 클러스터로 확대시키는 게 목표다.

굵직한 로봇행사의 개최 행선지도 속속 대구로 바뀌고 있다.

정부(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는 로봇경진대회인 ‘제4회 R-BIZ챌린지’ 대회는 올해부터 대구서 열기로 했다. 1~3회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렸다. 올해 대회는 다음 달 15~17일 엑스코에서 개막한다. 국내 로봇기업들이 각종 미션을 제시하면 참가한 학생들이 이를 이행하는 형식이다.

대전에서 줄곧 열리던 국제로봇올림피아드 한국 본선도 지난 8월 대구에서 처음 열렸다. 대구는 2020년 로봇올림피아드 세계대회 유치를 계획 중이다. 국내 로봇메카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대구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부분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비수도권 중 가장 로봇기업이 많은 대구는 국내 로봇시장 파이를 키우며 수출전선을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다. 자연히 인천로봇랜드, 경남 로봇비즈니스벨트와의 차별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여기엔 몇가지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로봇표준화시험인증센터(2021년 준공·113억원)가 빨리 지어져야 한다. 수출시장으로 뻗어가려면 로봇제품 안전기준을 독자적으로 마련하고 실증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DGIST, 한국로봇산업협회, 경희대, 세종대 등 로봇브레인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지금은 제조업용 로봇 비중이 국내 시장에서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앞으론 의료·재난 등 전문 서비스용과 개인서비스용(청소·도색·돌봄용) 로봇 개발로 사업영역을 넓혀야 한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느라 제조업용 비중이 높지만 성장속도는 서비스용이 훨씬 빠르다.

대구시 관계자는 “향후 서비스용 로봇 외에 특정 공간에서 인간과 같이 일할 수 있는 ‘협업로봇’ 시장의 전망이 밝다. 로봇 전문기관과 공조해 대구에서 관련 시스템 및 제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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