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언더 더 트리

  • 윤용섭
  • |
  • 입력 2018-11-09   |  발행일 2018-11-09 제42면   |  수정 2018-11-09
나무 한그루가 이웃에 불러온 끔찍한 싸움
터무니없이 작은 문제로 시작된 갈등과 의심
품위·자제력 잃은 불화…분노 범죄에 경각심
[금주의 영화] 언더 더 트리

자신의 집 정원에서 일광욕과 낮잠을 즐기던 에비요르크(셀마 비요스도티르)는 옆집에 살고 있는 남자 잉가(에다 뵤르기빈스노티르)의 잔디 깎는 소리에 눈을 뜬다. 에비요르크는 즉시 남편 발트빈(시구르더 시거르존슨)에게 불평을 털어놓고, 남편은 잉가를 찾아가 “당신 집 나무 때문에 우리 집 테라스에 그림자가 많이 지니 가지를 잘라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평소 에비요르크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잉가의 부인 콘라드(토르스테인 바흐만)는 아무도 자신의 집 나무에 손을 못 댄다며 발끈한다. 이후 잉가의 자동차 바퀴가 펑크 나고 콘라드가 애지중지 키우던 고양이가 사라지면서 두 이웃의 갈등과 싸움이 시작된다.

모든 사건은 대부분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다. ‘언더 더 트리’ 역시 사건의 발단은 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됐다. 터무니없이 작은 문제로 시작된 갈등이지만 소통부재의 상태에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쉽지 않고, 더 큰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불안할 정도로 날카롭게 보여준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하피슈타인 군나르 지그라쏜 감독은 “아이슬란드의 경우 나무가 흔치 않아 정원에 오래되고 근사한 나무가 있다면 그걸 없애는 사람은 없지만, 옆집 나무가 내 정원에 들어오는 햇빛을 방해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나무를 없애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심각한 딜레마고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고 하피슈타인 감독은 지적했다.

[금주의 영화] 언더 더 트리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보통의 사람들이다. 적어도 나무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잉가 부부는 자동차 바퀴의 펑크와 고양이가 사라진 게 옆집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니 괘씸한 생각이 들고, 발트빈 부부 역시 자신들의 애완견이 박제가 된 채 돌아오자 분노가 치민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잉가와 콘라드 부부의 아들 아틀리(스테인소르 흐로아르 스테인소르손)가 있다. 그는 외도한 사실이 아내 아그네스(라라 요한나 욘스도티르)에게 발각되자 집에서 쫓겨났다.

이들은 결국 품위와 자제력을 잃었다. 서로 입에 담지 못할 말싸움을 벌이며 돌이킬 수 없는 원수가 됐다. 문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이들의 싸움이 말싸움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흥분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또 다른 전쟁을 예고했고, 이제 무대는 그들의 집이다. 사소한 이웃 간의 갈등으로 야기된 현대인들의 몰이해와 소통부재의 문제점을 영화를 빗대 꼬집는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심심찮게 발견되는데 대표적인 갈등이 층간 소음이나 주차 시비 등이다.

이 문제는 사실 심각하다. 순간 욱해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44%가 넘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분노로 얼룩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국민청원 100만명을 돌파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은 그 어느 때보다 ‘분노 범죄’의 심각성을 알렸다. 나무 하나 때문에 이웃 간에 갈등이 시작되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는 ‘언더 더 트리’의 이야기를 마냥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우리 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장르:드라마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